2017.11.02 23:55
stardust님의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2017년 10월 27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홍종학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후보자의 아내와 딸은 2015년 서울 중구 충무로 5가에 있는 4층짜리 지분을 1/4씩 가져갔고, 1/2은 홍종학 후보의 처남이 가져갔습니다. 건물의 공시지가 기준 8억 6500만원 상당이라고 합니다. 또한 10월 26일 조선일보 기사에 따르면 홍종학 후보 본인은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증여 당시 8억 4천만원. 현재 시가 20억원) 으로 증여받은 액수는 4억 2천만원 정도입니다. 아파트의 경우 아내와 반반씩 증여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국민 정서상 문제가 되는 지점은 1) 충무로 건물을 한 명에게 통으로 상속하지 않고 (손녀에게 혹은 처남에게) 나눠서 상속함으로 인해서 세율이 낮춰졌다는 점, 그리고 2) 홍종학 후보자의 딸 혹은 홍종학 후보자에게 상속하지 않고 손녀에게 직접 상속함으로써 세대 건너뛰기를 통해 증여/상속세를 낮췄다는 점이라고 하네요.
이에 대해 stardust님은 "법적으로는 문제 없"지만 "법이 뭔가 이상하다고 느껴야 정상"이라고 합니다.
사실관계 확인하면 세대를 건너뛰어 상속/증여하면 30%의 세금을 '지금' 더 내야합니다. 하지만 '나중에' 자식 세대에서 손자 세대로 상속/증여할 때 세금을 안내기 때문에 최대 25%까지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죠. 2016년 7월 26일 조선일보 기사에 따르면 '경기 흐름이나 자산 가치를 따져가면서 천천히 자녀에게 증여하는 게 트렌드였지만 요즘은 손자나 손녀에게 거액의 증여를 선뜻 결정하기도 한다'고 김기총 한화생명 센터장이 말했다는군요.
a) 홍종학 후보자의 장모님이 손녀에게 세대를 건너뛰어 증여한 게 도덕적인지 아닌지, b) 홍종학 후보자가 그것을 말리지 않은 게 도덕적인지 아닌지, c)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대 건너뛰기 증여에 대해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 도덕적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그런데 전에도 댓글을 달았다시피, 저는 장모 재산은 사위 거 인 것처럼 댓글 다는 분들이 있길래, 그 점과 관련 증여 주는 사람 입장에서 코멘트를 하고 싶네요. 한국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도덕적인 증여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데, 지금 같은 경우 손녀에게 주는 건 세대 건너뛰기라서 나중을 생각하면 세수가 적어지니까 도덕적이지 않다는 거죠? 그럼 홍종학 후보의 장모가 충무로 건물을 딸에게 1/2, 아들(홍종학 후보의 처남)에게 1/2 증여하는 편이 더 도덕적이었다는 거죠?
그런데 한국의 경우 만일 딸에게 1/2 증여줬다가 딸이 사망하면, 딸이 가진 1/2 지분에 대해서는 배우자인 사위가 1.5, 손녀가 1을 가져가게 됩니다. 사위만 해도 남의 자식인데 내가 만든 재산이 남의 집 아들 손에 더 들어가게 되죠. 홍종학 후보 나이가 58세던데 배우자도 그 비슷하겠죠. 이제부터는 자식이 먼저 세상을 뜰지 부모가 먼저 세상을 뜰지 모르는 나이예요. 증여 주고 싶은 사람이 더 안전하게 내 핏줄에 속하는 사람에게 더 재산을 증여하고 싶으면, 혹은 특정 손녀 손주를 더 챙겨주고 싶으면 현행법에 따라 세대 건너뛰기 증여를 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이번에 가수 김광석 자살이 재조명 되어서 사람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 많이 인식하게 된 것 같은데요. 직계비속인 배우자에게 가장 큰 상속권이 있다는 것을요.
제 기억에,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죠. 예단 혼수 많이 하고 지참금을 많이 들려보내서 딸 시집을 보냈더니 사위가 (장인 장모의 주장에 따르면) 바람을 피워서 딸이 자살을 했어요. 그래서 딸이 가져간 지참금 등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걸었습니다. 그렇지만 딸은 타살이 아니라 자살이었고, 이 경우는 손주도 없는 경우라 딸의 모든 재산은 사위에게 상속되었습니다. 이 소식이 당시에 딸 가진 부모들 등골을 상당히 쭈볏하게 했어요. 세상 살면서 서로 믿고 살면 좋겠지만, 내 재산 나눠줄 때 필요없는 리스크를 짊어질 필요는 없겠지요. 내가 재산을 주고 싶은 상대가 손녀면 손녀에게 바로 줘야죠. 그게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이 되는 재산권 행사구요. 그러면, 손녀에게 자산을 주고 싶은데, 이 세율이 만족하게 높지 않으니 법을 바꿔달라고 장모가 법안을 발의해야합니까? 아니면 딸에게 증여했다가 바로 손녀에게 재증여하라고 시켜야하나요?
그리고 "저게 풀로 상가 전체를 손녀한테 준것도 아니고 지분을 나눠서 딸/손녀 이렇게 쪼갠거거든요." 라고 stardust님이 말하셨는데, 정확히는 딸이 25%/손녀 25%/아들 50%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아들이 있는데 아들은 배제하고 손녀에게만 상가 전체를 증여를 준다면, 딸과 아들 사이에 생기는 갈등은 장모가 어떻게 봉합하고 돌아가실 거구요? 저기 김지킴님은 5억 상당 건물지분 (시가 20억원의 상가 1/4 )을 손녀에게 증여하는 것도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며 뭐라 하시던데 만일 현 시가 20억 상당 상가를 손녀에게 통으로 증여했다면 그건 그것대로 욕을 먹었겠지요?
나이먹으면 누구나 기력이 떨어지고 죽을 준비를 해야해요. 증여는 그 준비의 일부입니다. 나중에 건물의 자산 가치가 낮아지거나 상속/증여세율이 낮아지면 '최대' 25%까지 절감 가능하다는 상속/증여세 절감효과는 적어지는 겁니다. (실제로 2014년 박근혜 정부 집권 당시 자녀에 대한 증여 비과세 면세 한도는 3천만원에서 5천만원으로 늘어났습니다. 사실상 세율이 낮아진 것와 마찬가지입니다.) 증여 주는 사람 입장에선 만일 다음 정부가 상속/증여세율을 낮출 거라면 상속/증여를 늦추고, 앞으로 자산 가치가 높아질 전망이면 상속/증여를 빨리하겠죠. 이건 일종의 배팅이나 마찬가지고, 어느 쪽이 더 나은 선택일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는 거예요.
저는 stardust님에게 묻고 싶군요. 이런 경우 홍종학 후보의 입장이었을 때 도덕적일 수 있는 방법은 뭔지.
장모가 손녀에게 재산을 증여하겠다는데, 친부가 그걸 막을 권리가 있나요? 장모의 재산권 행사를 사위가 막는 건 도덕적인 건가요?
그럼 국회의원 입장에서 현행 세대 건너뛰기 증여에 대해 법률개정안을 발의하지 않는 편이 더 도덕적인 겁니까?
2017.11.03 01:42
2017.11.03 05:36
정리,,, 감사합니다. ^^
2017.11.03 07:13
남편이 바람 피워서 아내가 자살을 했는데, 자식이 없을 경우 아내 재산이 다 남편에게 가는군요…세상에, 이건 정말 몰랐었네요@_@ 여튼 세액만 봐도 38억 증여받고 세금으로 12억을 냈는데 대체 뭘 얼마나 더 내야 문제가 없다는 얘긴지…일단 어린애가 그 만한 재산 상속 받았다는 사실에 박탈감은 느낄 수 있지만 한국도 그렇고 홍종학이 무슨 공산주의자도 아닌데 말입니다.
정리 감사합니다…2
2017.11.03 09:52
글의 전체적인 논지는 동의합니다.
홍종학씨 장모의 증여 행위 자체는 도덕적 판단을 개입시킬 필요는 없어보이고,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 장모, 부부, 딸, 처남의 입장을 다 고려해서 이뤄진 증여라고 보입니다.
다만, 기술적으로 정리하고 싶은 건, '건너뛰기 증여'라는 건 없다는 겁니다.
본문에도 이와 관련하여 일부 오류로 보이는 점들이 있는데, 증여는 누구에게나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장모가 반드시 홍후보 부부에게 증여를 1차로 하고, 2단계로 홍후보 부부가 손녀에게 증여를 해야 한다는 법은 없죠.
그래서 '쪼개기 증여'라는 건 말이 되지만 '건너뛰기 증여'는 말이 안 되구요.
사실 '쪼개기 증여'도 억지로 만들어낸 말이긴 하죠.
증여를 하는데 건물 전체를 통으로 손녀에게 증여해야 한다는 법이 있지도 않고, 그런 사회적 통념이나 관습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여기에 도덕전 판단이 개입될 여지는 또한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주목받는 절세 기법은, 상속을 통해 손녀에게 주지 않고, 처남, 홍후보 부부, 손녀에게 나눠서 증여하면서 세금을 아꼈다는 거구요.
만약 상속을 통해서 유사한 재산 분배를 시도했다면, 법정상속을 하지 않고 유언을 통해서 정확하게 비율을 나눴겠죠.
왜 상속이 아니고 증여를 선택했느냐는 홍후보 가족의 속사정이겠지만,
일차로는 세금 절감이 목적이었을 거고,
이차로는 좀더 확실하게 손녀에게 일정 지분을 주고 싶었다는 생각이 있었을 것 같아요.
이 두 가지 중에 어느 게 더 중요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두번째가 더 중요했을 수도 있어요.
겨자님이 쓰신 것처럼, 미래의 불확실성이란 사람의 행동에 크게 영향을 주고요,
특히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미래의 불확실성을 헤지하려는 성향이 강해집니다.
손녀에게 재산을 남겨주기 위한 이런 소위 설계 행위에 대해 도덕적 기준을 들이대는 건 상당히 이상한 얘기예요.
거칠게 말하면 나이브하죠.
그 도덕적 기준도 홍후보 가족이 준거로 삼는 도덕적 기준이 아니고, 소위 일부 맹문지가 갖고 있는 도덕적 기준이라면 더욱 그렇지요.
2017.11.03 11:24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대 건너뛰기 증여에 대해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 도덕적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 네 그러므로 제가 따로 대답할 이유는 없겠군요.
각자 알아서 생각하는거죠.
극렬지지자들처럼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공직자의 모범이라고 생각하는것도 자유죠 뭐.맹문지요? ㅋㅋ 이런게 맹문지죠. 홍종학을 두고 노블리스 오블리제라고 칭송하는행위.
또한 그러한 견해에 동의하지 않으며, 이것이야 말로 내로남불이라고 생각하는것도 자유일것입니다.
애초에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 했으며, 도덕이라는게 어디까지인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간단히 말해서 합법적인 행위를 했으므로 아무문제도 없고 논쟁꺼리도 안됨.이라고 퉁칠수 없다는거죠. 논란은 있을수밖에 없고, 그것은 그 인사를 추천한사람 및 그 자리를 수락한 사람이 청문회에서 지겠죠.
장모의 심경이 손녀에게 더 챙겨주고 싶어서였는지, 편법 절세를 위한 목적이었는지는 아무도 모르죠. 그걸 홍종학을 최대한 좋게 보려는 사람들은 전자가 포인트일거고 나쁘게 보는 사람들은 후자겠죠. 다만 홍종학 부인은 장모의 상가를 물려 받은 다른 건에서도 땅은 증여받고 상가건물은 매매로 취하는 형태를 취했는데 이것 역시 절세효과기 있었음은 명백합니다.
(그냥 통으로 증여했으면 세율 자체가 바뀌는데, 상가를 매매로 떄어냄으로써 세율 변경구간에서 회피함)
아 이것도 홍종학 주장대로 장모 병원비기 필요해서 건물을 사고 돈을 드린거다.라고 믿으시면 그것도 자유죠. 수십억대 부동산 부자가 병원비가 없어서 굳이 상가증여 과정에서 공시지가 9.3억짜리 토지는 증여하고 2억짜리 건물은 파는 형태로 딸한테 돈을 받아야만 했다는 이야기는 제 입장에선 잘 이해는 안갑니다만..(논란거리인 서울 충무로 상가 24억 월세만 해도 1000만원대로 추정이니 10억대 상가에서도 5%잡고 최소 연간 5000만원의 임대료를 받았을것이고 두개 합치면 연간 1억중후반의 현금 흐름을 가진 건물주가 병원비가 없어서..라는건 솔직히 웃기는 이야기죠.)
아 하긴 또 이것도 부인과 장모의 증여행위인데 남편이 무슨 상관? 이라고 하시면야 뭐..근데 상속증여 이런거 하면서 부부끼리 각자 자기일이니 난 모르겠다.이런집이 있긴 한지나 모르겠네요. 조모상 외조부상 치뤄본 경험에 의하면 전혀 아니었긴 했습니다만.
하긴 증여하면서 일단 눈앞의 세금얼마냐가 문제지, 자기가 장관후보자로 청문회 올라갈거라는걸 몰랐긴 했겠죠. 솔직히 사람들 세금이라면 100원도 아까워하는데 수천만원 아까운거
이해합니다. 근데 그건일반인신분일때고, 장관후보자일떄도 세금 아까워서. 제가 세대 건너뛰기 증여에 대해서 법도 발의하긴 했지만 최대한 합법적으로 절세를 했습니다. 라고 이유대긴 힘들죠.
2017.11.03 14:07
지금 그렇게 이유대고 있는걸로 아는데요. 합법적으로 절세했다고 하지 않았나요? 38억 받은 걸로 최대한 절세해서 12억이나 냈으면 됐죠.
2017.11.03 14:23
모든 사람이 됐다고 생각해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각자 생각대로 하는거죠.
2017.11.03 23:37
2017.11.04 10:18
2017.11.03 13:46
관련 논쟁글을 다 보았는데, 특히 겨자님 글을 읽어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홍전의원 꽤 괜찮은 사람인거 같네요. 뭐 소소한 문제가 있더라도 일은 칼같이 잘할거라 생각하고 사람 자체에 대해선 별 관심도 기대도 없었거든요. 흥미롭군요.
전 홍씨의 아킬레스건은 상속,증여,학벌비하? 논란보다 그가 노무현정권을 강하게 비판했고 문국현캠프쪽에서 일했던(제 개인적으로는 정동영의 대안으로 문국현 편에 섰던 시민단체 소속이었던 홍씨의 상황을 이해하고 또 되려 단점이 아니라 장점으로 보지만) 전력이 강성 노빠, 문빠들에게 공격받을 수 있다는 점이었는데 의외로 그 문제는 조용해서 조금 의외네요.
암튼 이 일을 불씨로, 제삼수해서라도 서울대 가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저서도 심판대에 오르고 자질논란 재료들이 모아지나보네요. 그래도 분위기가 홍종학에게 가혹하진 않으려나 봐요.
항상 이런 식으로 망신쌀 뻗게 주머니털어서 하나둘 어떨땐 열명도 넘게 죄탈락시키고 결국엔 의욕도 없는 인사를 자리에 앉히는 문제도 논하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