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적기 전에 뭐라도 실수할까봐 검색해보니 이전에 올린 게임 글이 네 달 전이네요.

그런데 그 후로 엔딩 본 게임들이... 흠...


아무래도 전 좀 폐인인 듯 싶습니다. ㅋㅋㅋ



암튼 뭐.


(게임 제목 옆에 플레이한 기종을 적어 두겠습니다)


1.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 (엑스박스 원 엑스)



매번 천만장 이상을 팔아 치우며 어마어마한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던 어쌔신 시리즈... 가 '유니티'의 기록적인 실패로 위기를 맞고.

결국 '매년 하나씩 낸다'던 정책을 집어 치우고 2년간 사활을 걸고 빡세게 만들어낸 것이 이 게임이었죠. 결론은 대박. 부활. 만만세.


늘 단순하다고 비판 받던 전투를 주고 받고 회피하는 공방의 맛을 살짝 첨가하고 다양한 무기들을 골라 쓰는 재미를 넣어 살려냈고.

역시 단순 심부름 반복이라고 욕 먹던 서브 퀘스트들에 약간의 성의(?)를 첨가해서 지루함을 나름 많이 줄였습니다.

주인공 캐릭터의 묘사에도 신경을 많이 써서 오랜만에 '괜찮은 놈일세' 라는 느낌이 드는 주인공을 만났다는 느낌이었구요.


그리고 뭣보다 이집트 풍경이 끝내줍니다. ㅋㅋㅋ 애초에 이 시리즈는 가상 관광 게임이라는 게 본질 아니겠습니까.

4K 해상도로 집요할 정도로 세밀하게 보여주는 이집트의 풍광을 배경으로 달리고 노만 젓고 있어도 즐겁더군요.

모름지기 AAA급 대작 게임이라면 이런 맛이 있어야죠.


뭐 사실 자세하게 따져들기 시작하면 모자란 부분도, 좀 더 잘 할 수 있었을 것 같은 부분도 많은 게임이지만 '블럭버스터 게임이란 이런 것'이라는 걸 확실하게 보여줘서 그냥 다 만족했습니다.



2. 매드맥스 (PC)



정말 간단하게 설명이 가능한 게임입니다.

배트맨: 아캄 시리즈에 최신판 영화 매드 맥스 스킨을 입혔습니다!!! 끝. ㅋㅋ


배급사인 워너 브러더스 게임즈의 가장 큰 히트작이 배트맨 아캄 시리즈인데, 여기에 반지의 제왕 스킨을 입혀봤던 '섀도우 오브 모르도르'가 역시 히트를 하자 한 번 더 질러 본 게 바로 이 게임, 매드맥스입니다.


배트맨 시리즈도 그랬고 섀도우 오브 시리즈도 그랬듯이 이 게임 역시 원작 영화의 특성과 비주얼을 아주 잘 살려서 영화를 재밌게 본 분들이라면, 그리고 배트맨 아캄 시리즈를 싫어하지 않는 분들이라면 누구든 재밌게 즐길 수 있을 물건입니다.

또한 명색이 매드 맥스이다 보니 자동차 액션의 비중이 사람의 활약보다 훨씬 큰 편인데, 아케이드 레이싱 게임 느낌으로 호쾌하게 질주하며 적들 자동차고 건물이고 다 와장창창 때려 부수는 맛을 호쾌하게 잘 살려서 좋았구요.


다만 시작부터 전체 플레이 타임의 8/10 정도가 흘러갈 때까지 정말 아무 스토리 없이 미션 셔틀만 하게 되는 구성이 좀 아쉬웠고.

비슷한 류의 다른 오픈월드 게임들에 비해 필수 노가다의 강도가 조금 높은 편이라 잠시 피곤했던 구간이 있기도 했네요.


그래도 기본적인 재미가 탄탄하고 또 마지막 부분의 폭풍 전개가 나름 애절하고 절박해서 최종 소감은 좋았습니다.

배트맨 시리즈 카피작이 너무 늘어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잠깐 했었으나 정작 몸통인 배트맨 시리즈가 끝났으니 뭐. 이런 게임 몇 개 더 생겨도 나쁘지 않을 것 같더라구요. 워너 브러더스의 다음 히트 영화를 기다려 봅니다. ㅋㅋ



3. 위쳐3 & 확장팩 둘 (엑스박스 원 엑스)



일본식 RPG와 서양식 RPG의 장점을 정말 절묘하게 잘 엮어낸 게임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주인공 캐릭터 생성이니 커스터마이즈니 그딴 거 없이 간판 캐릭터 하나 매력적으로 잘 뽑아서 이야기 전개하는 게임이고 또 그렇다보니 캐릭터를 성장 시키는 방식도 자유도면에서 분명한 한계가 있구요. 하지만 동시에 확실한 몰입감을 얻어냈죠.

그러는 와중에 전체적인 게임의 틀은 분명히 서양식 RPG들의 그것(허술한 전투 모션까지 ㅋㅋ)이어서 '아아 내가 그 어렵고 난해하다는 서양식 RPG를 이렇게 훌륭하게 즐기고 있어!' 라는 착각을 심어주는 게 매력 포인트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ㅋㅋㅋ


그리고 게임이 시작부터 끝까지 전반적으로 아주 그냥 '성의'가 넘칩니다.

보통 서양식 RPG들은 큰 비중 없는 미션 npc와 대화할 땐 걍 상대방 얼굴만 화면 가득 클로즈업 한 후 입만 뻥긋거리며 대화하게 하는 게 아직까지도 대세이고, 일본 RPG의 경우엔 그냥 멀뚱히 서서 대사 풍선만 흘러가죠. 그런데 이 게임은 퀘스트 관련 장면만 나오면 무조건 다 '연출'이 들어가 있어요. 그 퀘스트란 게 전부 다 하면 거의 수백개에 달하는데 그걸 다 일일이 그렇게 챙겨 놨습니다. ㄷㄷㄷ

또한 그 퀘스트들의 대부분이 그냥 단순 심부름 노가다가 아니라 '위쳐'의 세계관을 좀 더 다양하게 풀어 보여주는 에피소드들이라는 점 역시 높이 평가해주고 싶구요.


확장팩들의 퀄리티 또한 훌륭합니다.

첫 번째 확장팩 '하츠 오브 스톤'은 본편의 무대를 그대로 유지한채 새로운 스토리만 추가한 것이지만 그 스토리란 게 참 웃기고 슬프게 매력적이어서 즐겁게 플레이 했구요.

두 번째 확장팩 '블러드 앤 와인'은 아예 본편에 안 나오는 (그리고 분위기가 아예 다른) 지역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라 신선한 데다가 추가된 서브 퀘스트, 아이템, 게임 시스템들까지 분량과 퀄리티가 어마어마해서 역시 아주 즐겁게 플레이 했습니다.


이걸로 '리비아의 게럴트' 이야기는 완벽하게 끝이 나긴 했는데.

걍 제 바람으로는 확장팩의 이야기들처럼 소소한 스케일의 개성적인 이야기들 여러개를 에피소드식으로 만들어 내놓아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충 뻔한 왕도 스토리로 흘러가는 본편에 비해 확장팩들의 이야기가 훨씬 흥미롭고 재밌었거든요.



4. 디스아너드2 (PC)



잠입 요소가 들어간 액션 게임은 요즘 허다하게 많지만 시종일관 본격적으로 잠입 플레이를 요구하는 게임은 생각 외로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게 시리즈로 성공한 경우는 더더욱 적죠. 대충 꼽아 보자면 메탈기어 시리즈에 스플린터 셀 시리즈, 그리고 (약간 성격이 다르지만) 히트맨 시리즈에... (고작 두 편 밖에 안 나왔지만) 이 시리즈 정도?


메탈기어 시리즈가 일본 만화풍 과장된 액션에 잠입을 토핑했다면 스플린터 셀은 좀 더 서구 취향의 밀덕 스타일 게임이고. 히트맨은 현대 도시를 배경으로 살인 청부업자를 출동 시키는 물건인 가운데 디스아너드의 차별화 포인트는 '본격 초인 잠입 액션' 이었습니다.


그리고 속편에서는 그러한 주인공들의 초능력 스킬들이 대폭 강화됐습니다. 뭐 이런 능력을 갖고 굳이 잠입을 하나 싶을 정도. ㅋㅋ

그런데 그 스킬들이 기대 이상으로 다양하면서도 강력하고 또 써먹는 재미가 있어서 굉장히 즐겁게 플레이 했습니다.


또 맘에 드는 게, 메인 목표는 물론 플레이 중 파생되는 부가 목표들까지 거의 전부 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설계를 해 놓아서 하다 보면 굉장히 자유도가 높습니다. 심지어 게임 중 들르게 되는 아이템 상점까지 다 숨어 들어가서 털 수도 있고 걍 주인장을 살해하고 아이템을 싸그리... (쿨럭;)


암튼 개인적으로는 전편은 물론 이 장르 바닥의 수퍼 스타인 '팬텀 페인' 보다 훨씬 완성도 높은 잠입 액션 게임으로 평가합니다.

사실 팬텀페인은 애초에 만들다 말고 내놓은 물건이라 비교 대상이 못 됩니



5. 배틀필드1 (싱글 캠페인만, 엑스박스 원 엑스)



아무리 애를 써 봐도 늘 라이벌 '콜 오브 듀티' 시리즈보다 못 하다는 평가를 받던 게 이 배틀필드 시리즈의 '싱글 캠페인' 입니다만.

그래서 그런지 이번엔 좀 신기한 짓을 해 놓았더라구요.

'전쟁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마!'라는 컨셉으로 주인공도, 전투 배경도 시기도 다른 짤막한 이야기 여섯개를 모은 옴니버스 형식입니다.

갓 배치된 전차병의 첫 전투 이야기. 인생 가볍게 살던 사기꾼이 어쩌다 전투기 파일럿으로 런던을 구하는 이야기. '아라비아의 로렌스' 밑에서 활약했던 토착 부족 전사의 이야기 등등 성격이 전혀 다른... 것은 당연히 멀티 플레이를 하기 전에 각종 무기와 탈 것의 사용법을 익히라는 배려지요. ㅋㅋㅋ 배틀필드 시리즈가 콜 오브 듀티 시리즈에 비해 멀티 플레이를 잘 하기 위해 공부해야할 것이 많다는 난점을 이렇게 승화시켰습니다. ㅋ


각각의 이야기들은 대체로 싱겁지만 뭐 그래도 전쟁을 배경으로한 짤막한 '인간극장'식 스토리이다 보니 재미가 없진 않구요.

굉장히 수려하게 잘 뽑아낸 그래픽과 적절한 연출들과 어우러져 꽤 그럴싸한 감흥을 전해 줍니다.

(특히 전투기 조종사 에피소드의 막판 공중전 미션은 정말 매우 아주 몹시 대단했습니다!)


다만 플레이 타임이 길어야 대여섯 시간 정도로 짧은 편이라 싱글 플레이만 하기 위해 게임을 사는 건 추천하지 않구요.

저는 EA억세스라는 월 단위 구독 프로그램을 통해 아주 싸게 플레이했습니다.



6. 리코어 (엑스박스 원 엑스)



세상 모든 분야가 다 그렇듯 이 게임이라는 취미 분야도 사람들이 그리 '공정'하지는 않습니다.

이번 세대에는 소니, 닌텐도, 마이크로 소프트라는 콘솔 게임계 3대 세력 중 마이크로 소프트가 초반 삽질로 인해 공공의 적으로 찍혀 있는 상황이라 거의 대한민국 젊은이들 커뮤니티에서의 자유한국당 같은 취급을 받고 있는 형편이고 그 여파로 인해 '마소 독점'이라고 적혀 나오는 게임들에 대한 리뷰어들의 평가도 상당히 혹독해지는... 뭐 그런 느낌이 있습니다 '저는'. ㅋㅋㅋ


이 '리코어'라는 게임은 록맨의 아버지(이자 근래엔 킥스타터 먹튀의 아이콘이 된;) 이나후네 케이지라는 양반이 '메트로이드' 시리즈를 만들던 스튜디오와 의기투합해서 만든 게임인데. 기본적으론 점프 점프 슬라이딩 부스트 등등으로 폴짝폴짝 길 찾아 뛰어 다니는 플랫포머 형식에 중간중간 TPS 총질 요소를 결합시킨 물건입니다.


근데 주가 되는 플랫포머 형식은 거의 최상급입니다. 이 정도 수준의 플랫포머 게임 흔치 않아요.

그리고 부가 요소인 총질 부분은 되게 단순한데 희한하게 손맛이 좋고 화끈하게 재밌어요.

거기에다가 애초에 저렴한 값으로 출시된 게임이라는 걸 감안하면 그래픽은 최상급이고 전반적으로 미술 디자인도 좋습니다.

스토리는 뭐 걍 주인공의 행동 동기를 부여해주는 아주 기본적인 수준에 머무르지만 딱히 거슬리는 것 없이 심플하구요.


일본 프로듀서의 작품 답게 유저 편의성면에서 '도대체 왜!!' 소리가 나오는 불편한 부분이 꽤 있고.

또 게임 막판에 난데 없이 격한 노가다를 요구하는 전개 때문에 짜증도 나고.

또 발매 초기에는 PC판의 경우 최적화 문제와 버그 문제가 있었다고도 하고...


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격하게 리뷰어들의 집중 포화를 받아내며 망한 게임 취급 받다가 정말 망해 버린 비운의 게임입니다. ㅋㅋ


어차피 듀게에 엑박 갖고 노시는 분들은 거의 없을 테니 언젠가 윈도10 스토어에서 세일 크게 하거들랑 한 번 고려해 보셔도 좋습니다.

다만 플랫포머 게임 좋아하시는 분, 스토리 별로 중요하게 생각 안 하시는 분, 결정적으로 게임 속 노가다에 큰 거부감이 없으신 분(...)이라는 조건을 모두 충족할 때만 고려해 보시길.


어디까지나 까인 것에 비해 상당히 괜찮다는 얘기일 뿐, 전 절대로 이 게임이 우주 명작이라고 말 하지 않았습니다. ㅋㅋㅋ



7. 레이어스 오브 피어 (PC)


(호러 게임 예고편이니 재생 전에 참고하세요. ㅋㅋ)


요 몇 년간 인디 게임계의 대세는 걷기 시뮬레이터이고. 

언제나 인디 게임계의 대세는 (영화판도 그렇듯이) 호러입니다.

그리고 이 게임은 수도 없이 쏟아져 나왔던 그 둘의 결합물들 중 비교적 성공한 편에 속하는 물건입니다.


워낙 비슷비슷한 물건들이 많다 보니 이런 게 성공하려면 독특한 차별화 포인트가 필요한데, 이 게임의 포인트는 '미술품을 호러 아이템으로 활용' 한다는 아이디어와 그 누구도 길 찾기에 실패할 수 없게 해 주는 친절한 시스템(...)입니다.


첫 번째 포인트야 뭐 영화쪽 호러에서는 워낙 흔한 발상이지만 게임 쪽으론 별로 없어서 신선하긴 하네... 라는 정도였구요.

두 번째 포인트가 참 골때렸(?)습니다. ㅋㅋㅋ

애초에 '걷기 시뮬레이터'라는 장르는 걍 걷기만 하는 게임이다 보니 길 찾기 말곤 할 일이 없거든요. 그런데 그나마 그 길 찾기도 짜증나서 못 하겠다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길을 잃을 일이 없어요. 왜냐면 이게 배경이 귀신 들린 집이라서요.


[긴 복도를 끝까지 걸어간다 -> 끝에 무서운 게 있다 -> 뒤를 돌아서면 갑자기 괴상한 장소로 와 있다 -> 쭉 걷다 보면 무서운 게 나온다 -> 뒤를 돌아서면 놀랍게도(ㅋㅋㅋ) 또 다른 장소가...]


이런 전개를 두어시간 동안 체험하다 보면 게임이 끝납니다. ㅋㅋㅋ 이걸 기발하다고 해야 하는지 게으르다고 해야 하는지. ㅋㅋ


개인적으로 별로 재밌게 플레이하진 못 했습니다. 

분위기는 나름 그럴싸하고 몇몇 장면들은 살짝 참신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이야기가 재미가 없고 뻔해서요.

장르 특성상 플레이어가 할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스토리가 꽤 훌륭하지 않으면 재미를 느끼기 힘든데. 이 게임은 사알짝 모자랐습니다.



8. 파이어 워치 (PC)



또 하나의 인디, 걷기 시뮬레이터 게임입니다.


이런저런 사연으로 삶에 지친 중년 아재가 도피성 직장으로 산림 화재 감시원을 선택해 사람 없는 첩첩 산중에서 아름다운 자연을 거닐며 산불을 막게 되는 훈훈한 이야기... 인 척 하려다가 (뭐 당연히도) 뭔가 괴상한 일을 당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역시 차별화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걷기'의 배경이 산 속이다 보니 그냥 걷기만 하는 게 아니라 로프도 타고 점프도 합니다. 나름 오픈월드이기도 하구요.

그리고 맵이 넓고 다 거기가 거기처럼 생겨서 맵이 필요한데, 산림 감시원답게 지도와 나침반을 활용하기 때문에 맵을 볼 때 좀 신경을 써 가면서 봐야 합니다. 

'걷기 시뮬레이터'의 한계를 아주 살짝씩 벗어나보려는 신선한 시도인 거죠. 정말로 살짝만 벗어나긴 합니다만. ㅋㅋ


게임 시작 때 전달되는는 주인공의 배경 이야기는 뭔가 애잔한 구석이 있고. 배경이 되는 산의 풍경은 보기 좋으며 등장 인물들의 대사도 상당히 섬세하게 잘 쓰여진 편이라 대사 듣는 재미가 있습니다. 뭐 그렇긴 한데...


스토리 중심 인디 게임들이 다 그렇듯 중반에 극적인 국면 전환이 한 번 있고 막판에 또 한 번이 있는데.

결과적으로 밝혀지는 최종 진상이 참으로 시시합니다. ㅋㅋㅋ 이게 일단 문제이고.

또 처음엔 잔잔하게 흘러가던 이야기가 이 국면 전환들 때문에 갑자기 긴박해지는데, 그러는 과정에서 꼭 중요할 것처럼 제시 되었던 주인공의 과거사 이야기, 그리고 동료와의 드라마가 그냥 묻혀 버리는 느낌이 있습니다. 반전과 떡밥에 집착해버린 스토리의 종말이랄까요.


사람들 평가가 참 좋은 게임인데. 그래서 전 그냥 그랬습니다.



9. What Remains of Edith Finch (PC)



네 또 걷기 시뮬.... (ㅋㅋㅋㅋㅋㅋㅋ)


대대로 요절 내지는 변사를 당하게 된다는 음험한 저주를 받은 가문의 마지막 생존자가 자기네 가문이 살던 집에 돌아가 가문의 역사를 돌이켜 본다는 내용의 인디, 걷기 시뮬레이터 게임입니다.


작년에 나온 게임인데 여기저기서 극찬을 받으며 뭔가 수상도 많이 했고 또 이용자들 평가도 끝내주게 좋습니다.


근데 전 별로였습니다(...)


이 게임이 호평을 받은 포인트는 '연출'입니다.

나름 신선하고 보기 좋은, 아름답거나 음침하거나 애잔한 연출들이 되게 많이 나와요.

그래서 뭔가 되게 독특한 느낌의 게임을 체험해 보고픈 분들이라면 아마 만족하실 겁니다.


다만 제가 별로였던 건, 결국 이게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죽음 직전에서 죽음까지 대리 체험하는 내용이거든요.

근데 뭐 배경 같은 걸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걍 등장하자마자 희한하고 신비롭게 죽기만 하니까 전혀 슬프지가 않더라구요. =ㅅ=

게임 내내 액자 역할을 해 주는 주인공의 에피소드가 그나마 좀 건더기(?)가 있긴 한데.

역시 주인공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아 온 사람인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야 하는지를 알 수가 없다 보니 전 그 역시 별로.


어쩌면 제가 이제 걷기 시뮬레이터들에 질려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ㅋ

뭐 저 빼곤 거의 다들 극찬을 하는 게임이라서요.



10. Late Shift (PC)



아마도 대략 90년대 후반 즈음? 

몇 년간 '이거시 게임과 영화의 미래다!' 라며 반짝 유행했던 장르가 있죠. '인터랙티브 무비'라고.

21세기가 시작되고도 10여년이 흐른 2016년에 갑자기 그것이 반짝 부활했습니다. 바로 이 물건이요. 심지어 꽤 히트했어요.

근데 전 이걸 게임이라고 불러야할지 말아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ㅋㅋ 

그냥 실사 영상을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해 촬영한 후 분기마다 선택권을 주고, 선택에 따라 준비된 영상을 틀어주는 것 뿐이잖아요.

뭐 게임일 수도 있겠고 아닐 수도 있겠지만 복잡한 토론을 할 생각은 없고, 그래서 전 걍 '인터랙티브 무비'라고 부르겠습니다. 


음... 뭐 더 이상 얘기할 꺼리가 없군요.


영상 퀄리티는 평범한 미국 드라마의 평범한 에피소드 하나와 비슷하게 비벼 볼만한 정도.

스토리는 좀 모자라지만 아예 나쁘진 않은 정도 수준이며 배우들 연기도 대략 그 정도입니다.

플레이 타임은 한 시간으로 격하게 짧은 편이지만 어차피 이걸 돈 주고 샀다면 한 번 엔딩 본 후에 몇 번은 다른 선택을 시도해보게 될 테니 짧은 시간은 장점에 가깝습니다. 막 서너 시간씩 되면 너무 힘들잖아요. ㅋㅋㅋ 어차피 유저는 보기만 하는 건데.


다만 좀 큰 단점이 있는데.

선택은 참 자잘하게 많이 시키는데 그 중 대부분이 한 몇 초 분량의 대사와 리액션만 달라지는 수준입니다.

어떻게 선택을 해도 결국 최종 목적지 자체는 달라지지 않으며 거기에서 해피엔딩, 배드엔딩으로 나뉜 후 또 디테일이 조금 달라지는 정도.

마지막으로 정말로 중요한 분기가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하찮은 선택으로 갈려 버려서 허망함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뭐 나름 '나비효과' 같은 거라고 우겨볼 순 있겠지만요.


어쨌든 거의 모든 분들에게 강력하게 '비'추천해드립니다.

전 스팀 세일로 8천원인가 주고 구입했는데, 그 돈 주고 허접한 미드 에피소드 하나를 보느니 극장에 가셔도 좋고 아님 iptv vod로 좋은 영화 몇 편 골라 보셔도 좋겠고 아님 몇 천원 더 보태서 넷플릭스 한 달 구독을 하세요.


굳이 인터랙티브 무비란 걸 한 번 체험해서 경험치를 증진하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괜찮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건 그냥 돈낭비입니다.



11. Unravel (엑스박스 원 엑스)



스웨덴에 있다는 작은 회사에서 제작한 플랫포머 퍼즐 게임입니다.


미리 결론부터 말씀드리지만 매우 소심하면서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ㅋㅋㅋ


털실 뭉치 인형 하나가 주인 할머니를 위해 할머니의 잃어 버린 추억들을 되찾아주기 위한 모험을 떠난다... 라고 요약되는 내용인데.

게임 플레이 자체는 참 별 거 없습니다. 그냥 흔한 '밧줄 액션' 게임이에요.

주인공이란 놈이 워낙 허약한 물건인지라 싸움 같은 건 없고 다 그냥 퍼즐에 점프 놀이이며 그마저도 참 평이한 수준입니다만.


게임이 너무나 예쁘고 귀엽고 애틋합니다. ㅠㅜ


얼핏 보면 사진으로 보일 정도의 실사풍 그래픽이지만 색감이나 디자인이 뭔가 따뜻하고 예쁜 느낌이구요.

액션의 단조로움을 커버하기 위해 똑같은 동작을 해도 상황 따라 조금씩 다른 디테일을 넣어주는데 그게 참으로 귀엽구요.

사진 몇 장에 짤막하고 잔잔한 음악으로 설명되는 할머니의 추억들도 별 것도 아닌데 괜히 뭉클한 느낌이 있습니다.


위의 트레일러를 보고 취향에 맞겠다 싶으면 그냥 질러 보세요. 정말 괜찮은 게임입니다.


다만 엑박, 플스 같은 콘솔이 없으신 분이라면 PC판은 '오리진'에서만 판매하고 있다는 걸 기억하시길.

EA에서 퍼블리싱 한 게임이라 스팀에서도 안 팔고 자체 플랫폼에서만 팔고 있습니다.

아마 그래서 더 격하게 망한 것 같아요. 정말 좋은 게임인데. orz




아...


아직 게임이 몇 개 남았는데. 

새벽 두 시까지 이게 뭐ㅋ 하는 짓인가 싶어 그만 적고 정리합니다. ㅋㅋ


참고로 말씀드리지만 제 취향이 그리 대중적이지가 않습니다.

제가 재밌다고 글 적었다고 그냥 따라 사셨다간 피를 보실 확률이 매우 높으니 잊지 말아 주시길. 하하;




끝.



...하지만 언제나 추가되는 사족으로.

'Doki Doki Literature Club!(두근두근 문예부!)'라는 게임도 했습니다. 스팀에 무려 무료로 등록되어 있는 게임인데. 사람들의 추천 글을 보고 '어차피 무료니까 뭐' 라는 마음으로 해 봤죠.

일단 미연시 형식이고 그림체도 아주 덕후덕후한 게임이다... 라는 데까진 말씀을 드릴 수 있겠는데 그 이후론 몽땅 스포일러라 더 이상은 할 수 있는 말이 없군요.

걍 결론만 말씀드리자면 게임은 맘에 안 들었지만 그냥 이딴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맘에 들었습니다. 세상은 참 재밌는 곳이에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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