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08 11:28
1. http://ichungeoram.com/12752
페미니즘 이슈 북클럽이 있네요.
2.
일본어 이야기를 보고 언어와 구조에 대한 생각을 해봤습니다. 일어는 남자 여자 쓰는 단어까지 다르고 심지어 발성까지 통제하는 것 같더군요. 여자컬링 한일전 때, 일본 선수들은 기합 소리마저 맥아리가 없고 콧소리가 섞여 있어 듣기 불편했어요. 으하하하합!!! 하고 포효하듯 기합 소리를 낼 때조차 그 맥아리 없는 발성이에요. 겨울왕국 주제가 각국어 버전을 들어봤는데 일본어 버전만 튀더군요. 가늘고 콧소리 섞인 발성.
한중일 삼국 중에서는 중국어가 그나마 나은 듯. (물론 현재 중국 인권은 후진적이지만...) 존댓말 없고 여자말 같은 건 없고 또 성조가 있어서인지 (특히 3성 낼 때) 성대를 눌러 목소리를 내리는 발성이 있어 여성의 발성도 마찬가지로 좀 터프합니다. 뭐랄까ㅡ 판소리에서 걸진 소리 내는 발성같이요. 한국어는 그놈의 존댓말 때문에 망했어요. '남자는 반말 여자는 존댓말 한국어 패치'라는 말까지 있겠어요. 동등하거나 심지어 여자가 상사인 경우에도 한국어로 번역하면 여자가 자동 존댓말 남자는 자동 반말로 바뀌죠.
어릴 때부터 언어를 통해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이 무의식적으로 고착화됩니다. 유아 구연동화에서 약하고 작은 초식동물은 거의 여성의 목소리, 강하고 큰 육식동물은 거의 남성의 목소리로 녹음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작고 약한 초식동물은 존댓말, 크고 강한 육식동물은 반말을 씁니다. 지속적으로요.
그리고 적과 상대할 때에도 상대가 나이나 권력이 많으면 존댓말이 튀어나와요. 아놔. 불구대천의 원수와 만났는데 존댓말이라니.
슬프게도 억압이 너무 내재화되어 있어서, 자신의 가해자에게도 선뜻 욕이나 반말을 못 합니다.
다행히 요새는 유아들에게도 폭력 예방 교육을 하더군요. 그런데 '싫어요! 하지 마세요!'라고 외치라고 가르칩니다. 아니, 범죄자에게 왠 존댓말입니까. '싫어! 저리 가! 이 ㅈㅗㅈ같은 새끼야!'라는 말이 튀어나올 상황에.. 성폭력 가해자에 마음으로부터 맞서는 패기를 기르는 교육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싫어요! 하지 마세요!' 외치는 것도 답이 아니긴 하죠. 더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합니다. ㅠ.ㅠ 그리고 당연히 가해예방교육과 가해자 처벌이 더*100 우선시되어야 하죠.)
2018.03.08 12:11
2018.03.10 12:16
저 역시 참으라는 교육만 받았네요. 심지어 가정 폭력은 남부끄러우니 숨겨야 한다는 교육을 모친에게 받았지요. 휴..
2018.03.08 12:47
피해자의 적절한 대응도 중요하지만 가해자를 낳지 않는 사회적 구조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섣부를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는 미투 이후를 고민해야 할 것 같은데
재발방지를 위해서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교육과 사회적 지원이겠죠.
페미니즘 교육 국민청원에 내놓은 답변이 "인권교육을 강화하겠다"이고
이를 위해 "예산 10억을 배정하겠다"는 답변에 답답하기 그지 없지만
침묵 당하던 목소리들이 터져나오고 있는 현재 그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책을 마련해야겠죠.
이런 측면에서 처벌과 동시에 가해자를 낳지 않는 구조 마련이라는 근본적 해결의 측면에서
범죄의 사회적 원인에 주목하는 접근을 참조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여성혐오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처벌과 동시에 예방에 주목하자는 측면에서요.
베셀 반 데어 콜크는 <<몸은 기억한다 - 트라우마가 남긴 흔적들>> 271쪽에서 아래와 같이 주장하고 있네요.
"사회적인 지지 기반은 선택적인 요소가 아니라 생물학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그리고 이 사실이 모든 예방과 치료의 기본 골격이 되어야 한다.
트라우마와 아동의 발달 과정에 발생한 결핍이 남긴 엄청난 영향을 인지한다고 해서 꼭 부모를 비난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겠지만, 어떤 부모든 아이를 키울 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미국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산업 국가가 바로 이사실을 인지하고 가정에 여러 가지 형태의 지원을 보장한다.
2000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헤크먼은 부모들이 참여할 수 있는 아동기 초기의 프로그램과 불우 아동에게
기본 기술을 가르치는 일이 그 사람들에게 돈을 지급하는 것보다 더 나은 성과를 가져온다고 밝혔다.
학생들을 가르치러 유럽에 갈 때면, 나는 종종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나 영국, 독일, 네덜란드 보건 당국의 관계자들로부터
언제 한 번 만나서 트라우마를 겪은 아동과 청소년, 그 가족들의 치료에 관한 최신 연구 결과를 듣고 싶다는 연락을 받는다.
나와 같은 일을 하는 여러 동료들도 비슷한 제안을 한다. 이들 국가에서는 이미 보편적인 의료 보건 서비스에 집중하여 최소임금을 보장하고
아이를 낳으면 부모 둘 다 육아휴가를 낼 수 있도록 휴가비를 지원한다. 또한 일하는 여성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양질의 보육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수감자 비율이 노르웨이의 경우 인구 10만 명당 71명, 네덜란드는 81명인데, 미국은 781명인 점,
그리고 이들 국가의 범죄 발생률이 미국보다 훨씬 낮고 의료 비용은 거의 절반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 그와 같은 공중 보건 정책과 관련 있지 않을까?
캘리포니아의 경우 수감자의 70퍼센트가 위탁 보호를 받으며 자란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은 매년 840억 달러의 비용을 사람을 수감시키는 일에 쓰고 있다.
수감자 한 사람당 약 4만 4천 달러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북유럽 국가들이 같은 일에 쓰는 돈은 그 금액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대신 부모가 자기 아이를 안전한고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에 더 많이 투자한다.
이 투자의 결과는 아이들의 학업 성적과 범죄율로 고스란히 나타난다."
물론, 이런 접근이 가해의 여러 원인들 가운데 한 가지 측면인 가해자의 결핍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것이 결코 가해의 면죄부가 될 수 없고 제한적 해결책이며, 다른 원인들에 대한 해결책도 마련해야겠죠.
2018.03.08 13:50
2018.03.10 12:25
공감합니다. 방치된 아이들이 너무 많아요. 복지 서비스 제공에 많은 예산이 들겠지만, 파괴적 범죄로 인한 피해액보다는 훨씬 적은 액수일 겁니다.
2018.03.08 13:04
잘 읽었습니다.
언어 안에 내재된 차별, 심각하죠. 일본의 끔찍한 '여자어'보다는 아직 덜하다는 느낌이지만 이미 이 나라의 말도 끔찍한 수준이지요. 결국엔 교육과 사회제도를 고쳐야 하겠지만 그 이전에 '빼앗긴 언어'를 찾아오는 것이 급선무죠. 한국어는 솔직히 제법 성평등적인 말인데...... 본문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그놈의 존대말이 망쳤습니다. 욕 안 쓰고 존대말하면 여자,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지요. 여전히 '한국의 여성인권에 메갈이 한 게 뭐냐' '과격한 말은 페미니즘에 독이다' '잠재적 우군을 저버리는 과격한 페미니즘' 등등을 주장하는 자들이 많고요. 서프러제트 때와 똑같은 반응이 이 시점에서도 그대로 나오는 것을 보면 참 갈 길이 멀구나 싶습니다.
2018.03.08 15:44
2018.03.10 12:26
새로운 언어를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고민한다고 대중이 그 언어를 쓰는 것도 아니고;;;
2018.03.08 13:13
중국 이야기가 조금 있어서 살짝 끼어들면, 말씀대로 언어에 젠더적 틀이 거의 없긴하고(한자에 여혐적 요소가 있긴 하지만 현대 중국어에는 표의문자가 사실상 해체되버린 터라 큰 의미가 없음)
(적어도 화동권-상해,강소성,절강성 지역) 대도시 여성들의 사회진출과 활동이 활발한 편이고 생활에서 성평등지수가 높은 편입니다.
특히 기업이나 정부쪽 프로젝트를 하다보면 한국보다 더 자주 더 많이 여성 고위직을 만나는 편이에요.
가사노동의 경우 전통적으로 남자가 더 많이 하는 편이고 젊은층으로 갈수록 여성이 좀 더 많이 하는 정도
특히 인상적인 것은 교재중인 남녀사이에 한국이나 일본에서 보이는 관습적인 성역할이 역전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어요. 속되게 말해 남자들이 여자한테 잡혀 산다는거죠.
하지만 중국 내륙지역의 농촌지역의 경우 별반 다를게 없고 대도시의 경우에도 자본주의가 들어가면서 서구의 성불평등까지 그대로 전이되는 것도 보입니다. 나쁜걸 먼저 배우는거죠. 한편, 여성들이 자기 의사를 말하고 표현하고 No라고 말하는데 주저함이 다소 적다는 인상을 받기는 합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순결 콤플렉스? 같은 어처구니 없는 우먼박스도 없는 편이구요. 역시 사회전반의 인권수준과 언론자유도가 낮아서 단순 비교하긴 어렵겠지만 확실한건 한국에서온 개저씨들은 실생활에서 부딪히는 여성을 통해 문화적 충격을 많이 당합니다.
재미 있는 것은 이런 배경에는 ‘사회주의혁명’과 ‘문화혁명’이 큰 맥락으로 작용된다는거
2018.03.10 12:28
제가 아는 중국 친구는 중국 남자들도 가사노동 거의 안 하고 오직 요리만 할 뿐이라고 하더군요. 다른 일은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고... 지방마다 차이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 역시 자료를 찾아보고 싶더군요.
문화혁명이 폭력적이기도 했지만 확실히 과거의 악습은 많이 쓸어버린 것 같아요.
2018.03.08 15:38
2018.03.10 12:31
아이들이 배운 대로 싫어요! 하지 마세요! 외쳤다가 살해되기도 한다고 해서.. 정말 고민입니다.
참 어려운 문제 같습니다. 어른들도 같은 상황에 처하면 제대로 대처를 못하는데, 아이들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아무리 교육을 잘 시키더라고요.
존댓말 하면 존댓말 하는 대로, 반말로 저항하게 시키면 오히려 그게 범인을 더 자극할수도 있지 않겠어요?
참으로 어려운 문제인데, 아이들에게 싫은 상황에 대해 명확히 의사표시를 하게 하고 주체적으로 자기 표현을 하게 하는 교육은 어떤 식으로든 꾸준히 이어져야 할것 같습니다. 제가 어렸을때 저는 그런 교육을 전혀 못 받은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