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휴...사는 게 지겹네요. 물론 여러분도 사는 게 지겹겠죠. 이건 어쩔 수 없어요. 삶은 불안하거나 지겹거나 둘 중 하나니까요.



 2.그리고 불안한 삶을 사는 게 그나마 인간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이라고 나는 생각해요. 예를 들어 당신이 20살이고 재수생이라면? 하루하루가 불안할 거예요. 


 '점수가 왜 안오르지? 재수까지 하면서 대학 가는건데 작년이랑 비슷한 대학 가면 어쩌지? 1년 버리는 거 아닌가? 그럴 바엔 삼수해야 하나? 남들은 대학교 2학년 다니고 있는데 나는 삼수하고 있으면 너무 뒤쳐지는 거 아닐까?'


 뭐 이런 생각들이요. 그리고 불안함을 잊기 위해 일찍 일어나서 독서실에 가고 문제집을 한권 더 풀거예요. 



 3.하지만 지나보면 그런 불안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삶의 특권이거든요. 희망이 있으니까 불안한 거지, 인생에 마침표가 찍혀버리면 불안할 것도 없으니까요. 의무와 역할을 완수하기 위한 지겨움만 있을 뿐이죠. 


 자신의 잠재력에 아직 마침표가 찍혀지지 않은 상황...그 유예기간동안 발버둥치는 시기가 가장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시기 같아요. 바이올린을 켜는 어린이들은 자신이 어떤 바이올리니스트가 될지, 얼마나 큰 바이올리니스트가 될지 모르니까요. 다만 오케스트라의 이름없는 바이올린 연주자가 되지는 않기를 바라며 바이올린 연습을 하겠죠.


 그러나 만약 내가 그런 바이올린 연주자라면? 어느날 오케스트라의 이름없는 바이올린 연주자가 되는 걸로 자신에게 마침표가 찍힌다면? 그때부터는 이름없는 연주자로 살아가야만 해요.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구석에서 합주에 한 숟가락 얹고...독주를 하러 나온 바이올리니스트보다 튀지 않는 옷을 입어야만 하고...남는 시간에는 바이올린 연주자가 되려는 어린 아이들의 과외 알바를 하러 다녀야 하겠죠. 그런 거라도 감지덕지해야 한다는, 주위 사람들의 헛소리를 참아가면서요.

 

 그리고 가끔, 이제 이렇게 죽을 때까지 버티다가 끝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남은 시간을 버텨야 한다는 슬픔에 가끔 울먹이곤 하겠죠.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라면요.



 4.휴.



 5.그래서 나는 배팅이야말로 마침표를 치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어요. 왜냐면 이미 내 것이 되어버린 돈은 그게 1억이든, 10억이든, 100억이든 별 의미가 없거든요. 100억을 가져봐야 100억만큼 자아가 비대해지긴 하겠지만 비대해진 자아를 가지는 것이 곧 행복은 아니니까요. 자신감은 10억만 있어도 가질 수 있어요.


 자신감을 넘어서, 비대해진 자아를 가져봐야 그건 스스로를 연비 안좋은 자동차로 만드는 것과 같거든요. 한번 몰면 도로에 기름을 줄줄 흘리고 다니는 그런 고급 스포츠카 말이죠. 그런 미친놈이 되기 전에는 김밥천국에서 큰맘 먹고 스페셜정식 시켜먹거나 만화방에 가서 만화책만 읽어도 행복했겠지만, 자아가 비대해진 뒤로는 뭘 한번 할때마다 무의미한 과시를 해야만 직성이 풀리니까요. 그리고 그런 유지비를 내는 것...그런 소비수준을 반복하다간 언젠가는 망할 수도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다시 설레는 기분, 불안한 기분을 느끼려면 배팅을 해야만 하는 거죠. 



 6.왜냐면 어떤 사람이 10억을 가졌다면? 이미 내 것이 되어버린 10억으로는 설레임이나 불안함을 느낄 수가 없거든요. 이미 내것인 10억을 판돈 삼아, 테이블에 올려야만 다시 오래 전 재수생활할 때 느낀 그 불안함을 느낄 수 있는거예요. 불안함과 설레임...이 일이 잘 된다면 내가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차오르는 거죠. 성공하기 위해서 배팅을 한다기보다, 그 느낌을 다시 느끼기 위해 배팅을 하는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전에 썼듯이 나는 이미 손에 넣은 돈으로는 기쁘지 않아요. 내가 기쁨을 느끼는 건 돈이 '불어나는 상황'인거지 이미 내것이 된 돈이 아니니까요. 배팅이야말로 인생의 행복인 거죠.



 7.이렇게 쓰면 '이거 완전 도박광 아니야?'라고 누군가는 말하겠죠.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나이가 들면 챌린지가 아니라 배팅에서만 기쁨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어렸을 때는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기 위해 바이올린 연습을 하거나...화성에 가는 유인우주선을 타기 위해 우주인에 도전하거나...프리미어리거가 되기 위해 열심히 축구 연습을 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것은 '챌린지'라고 할 수 있겠죠. 자신이 가진 재능과 시간, 노력만을 쏟아부으면 되는 거요. 물론 기회비용이란 건 있지만 이건 배팅이 아닌 챌린지인 거죠. 위험을 각오하는 건 아니니까요.


 

 8.배팅이 챌린지와 다른 점은, 그때까지의 자신이 쌓아놓은 것들을 잃을 각오를 하고 테이블에 올려놓는다는 점이예요. 스스로가 무언가가 되기 위해 도전하는 건 목표에 닿지 못해도 노력하는 과정에서 얻은 것들이나 쌓은 인맥들이 있거든요. 


 하지만 배팅은 아니예요. 그나마 그때까지 쌓아놓은 자원들을 장작삼아 더 높은 곳으로 가는 도전을 하는 거니까요. 하지만 시도할 수밖에 없는거예요. 이미 자기자신에게는 마침표가 찍혀버렸으니까요. 더 높은 곳으로 가고 싶다면 이젠 그나마 가졌 것도 다 잃고, 사다리에서 굴러떨어질 각오를 하면서 발을 내딛어야 하는 거죠.



 9.하지만 10억을 가졌든 100억을 가졌든...사람은 고인물처럼 그 상태를 유지하며 살 수가 없어요. 아무런 배팅도 안 하고 그냥 캐피털을 깎아먹으면서 살면, 그저 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캐피털을 소모하는 인생이니까요. 


 몇천억 가졌던 사람이 뭘 하려다가 망하면 뒤에서 보고 있던 사람들은 수군거리곤 하죠. 자신이라면 그 돈으로 안전한 삶을 살았을 거라고요. 그러나 가진 자원이 얼마든간에 사람은 그것에 감사하면서만 살 수가 없거든요. 그가 종교적인 사람이 아니고선요.


 당신이 아직 어리다면 그냥 노력만 하면 되겠죠. 아직은 배팅을 할 필요 없이 그냥 노력만 하면 되는 삶은 좋은거예요.






 ------------------------------------------------





 요즘은 바이올린도 안 켜도 그림도 각잡고 잘 안그리는 건 그게 챌린지도 배팅도 아니기 때문이예요. 그런 걸 아무리 열심히 해봐야 취미거든요. 그냥 그 순간을 때울 뿐이지 무언가 나아지는 것, 발전하는 것이 하나도 없단 말이예요.


 그런 거 열심히 해봤자 나 자신의 가치가 오르는 것도 아니고 내가 가진 자산의 가치가 오르는 것도 아니니까요. 요즘은 그런 생각을 부쩍 하고 있기 때문에 완벽하게 쾌락을 쫓는 일이거나 완벽하게 리워드가 돌아오는 일이 아니면 할 의욕이 나지 않아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390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232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0729
123108 데카르트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5] catgotmy 2023.05.03 245
123107 [영화바낭] 맷 데이먼, 톰 행크스가 악역으로 나오는 영화 궁금해요(레인메이커 짧은 후기) [11] 쏘맥 2023.05.03 387
123106 프레임드 #418 [4] Lunagazer 2023.05.03 113
123105 El phantasm del convento/El vampire negro daviddain 2023.05.03 108
123104 어쩌다 마주친, 그대 왜냐하면 2023.05.03 300
123103 남자와 여자 군대와 여고 [3] catgotmy 2023.05.03 429
123102 점심 장사는 이득일까? [2] 여은성 2023.05.03 637
123101 이번 주의 책은.. [4] thoma 2023.05.02 352
123100 에피소드 #35 [2] Lunagazer 2023.05.02 95
123099 프레임드 #417 [4] Lunagazer 2023.05.02 113
123098 [넷플릭스바낭] 소문만큼 망작은 아닌 것 같... '클로버필드 패러독스' 잡담입니다 [8] 로이배티 2023.05.02 399
123097 (영화 바낭) 문폴을 재밌게 봤어요. [1] 왜냐하면 2023.05.02 269
123096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어린이날에 재밌는 행사를 하네요! (어린이 두신 가족분들! :D) [2] 젤리야 2023.05.02 304
123095 칸트에 대해 catgotmy 2023.05.02 159
123094 디스도 못하는 누군가에게 [1] Sonny 2023.05.02 533
123093 [핵바낭] 그냥 옛날 노래들 몇 곡을 동반한 일상 바낭 [15] 로이배티 2023.05.01 420
123092 아이고~ 아조시~ 1절만 하세요~ 1절만~ [2] ND 2023.05.01 729
123091 [넷플릭스] '종이달'. [4] S.S.S. 2023.05.01 583
123090 아르헨티나 영화 La bestia debe morir 4분 보다가 daviddain 2023.05.01 164
123089 프레임드 #416 [4] Lunagazer 2023.05.01 10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