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분홍색 양말 못신어요

2018.05.25 18:12

Kaffesaurus 조회 수:1758

정신없는 아침, 선물이에게 양말신어라며 분홍색 양말을 주었더니 아이가 엄마 나 이 양말 못신어 라고 답을 해왔다. 순간, 아이가 그렇게 좋아하던 분홍색을 이제 남자색이 아니어서 안 신겠다고 하는 건가 생각했다. 소피아의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더니 더 여자아이, 남자아이 물건 색 이런 걸 나누는 걸 배워왔다고 씁씁해 하던게 기억났다. 이런 생각이 머리를 지나쳐가고 있는데 선물이가, 엄마 그 양말 이제 나한테 작아, 엄마 신어요 라고 말했다. 나는 나만 이해하는 웃음을 내며 맞아 엄마가 신으면 되겠네 했다. (정말 난 신을 수 있다....)


선물이가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사랑해랑 우리 선물이 많이 컸네, 혹은 크네가 아닐까 싶다. 태어날 때 부터 길쭉 길쭉해서 좀 있으면 엄마보다 더 커진다 라는 말을 언제 부터 들었는 지 모른다. 다른 아이들은 컸다라는 말을 자랑스러워 하는데 선물이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언젠가 우리 선물이 크네 라고 말했더니 아이가 특유의 확실한 말투로 말했다, 엄마 엄마는 크고 나는 작은 거야. 아이가 말할려는 바가 무엇인지 이해한다. 아이를 꼭 안으면서 맞아 엄마가 크고 선물이는 작아 라고 대답했다. 그러고 며칠이 지나서 키를 재었더니 심각하게 엄마 나 medium 이야 란다.


언제 이렇게 자랐니? 태어나서 병원에서 집에 돌아왔을 때, 다들 무척 큰 아이네 했어도 한 팔에 얹어놓고 세면기에서 씻길 수 있었는데. 보통 스웨덴 아이들처럼 자기 방에서 혼자 자던 아이는 4년전 내 방으로 돌아왔다. 그때 엄마와 선물이는 혼자자는 게 둘 다 힘들었던 거 같다. 그러고 한 2년이 지나자 엄마의 선물이 자기방으로 돌려보내기 프로잭트가 시작되었는 데, 아이는 계속 옆에서 자고 싶어했다. 어느날 엄마한테 화가 난채로 나 오늘 내방에서 잘거야 라고 간 아이, 다음날 아침 잘 잤니? 했더니 응 이라 답하길래 오늘도 그럼 여기서 자면 되겠네 했던 나를 물뜸히 보고는 손까지 잡아주면서, 엄마 나 이제 엄마한테 화 안났어요. 란다.

하루는 이 방은 네 방이고 너는 네 방에서, 또 저 방은 내 방이고 나는 내 방에서 이러면서 한참 말을 했더니 아이가 한숨을 내쉬고는 확실한 어조로 설명했다.

"엄마 이 방은 (선물이방)은 나와 엄마의 방이고, 저 방(나의 방)은 엄마와 나의 방이에요" 이런 논리를 어떻게 이길 수 있을 까? 엄마는 아이가 너무 사랑스럽다.


이제는 주말만 엄마 옆에서 자는 선물이가 아침에 엄마 엄마 부른다. 달려갔더니 I must, I must 란다. 뭘? 그랬더니 엄마 옆에 누워야만 해요 라고 속삭이는 아니.


학교를 향해가는 길에 아이가 갑자기 말한다, 엄마 나 이제 정말 아가는 아니에요. 응 아니야. 잠시 있더니 엄마 그런데 나 아직 어른도 아니에요 라고 말한다.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응 아니야, 아직 멀었어 라고 아직이란 단어를 과장되게 강조하면서 답해준다. 아이가 아이만의 걱정으로, 어른의 책임은 생각하지 않는 날들만 있기를 기도하면서. 친구들의 향해 뛰어가기전 선물이의 아침 뽀뽀를 받고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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