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인식, 계산)

2018.08.15 11:45

안유미 조회 수:804


 1.친구와 이야기하다 보면 인식의 차이를 느끼곤 해요. 하긴 어쩔 수 없죠. 사람들은 본인의 잠재력과 본인이 처한 상황 등을 토대로 스스로의 입맛에 맞는 인식을 갖추게 되니까요. 그래도 그 시절은 그나마 나아요. 희망이라는 요소를 계산에 넣을 수 있으니까요. 긍정적인 마음...병들지 않은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갈 수 있죠.


 나이가 들어버리면? 본인이 이미 손에 넣은 것과 본인이 처한 상황을 토대로 세상을 인식해야 하거든요. 그리고 현실은 냉정하죠. 우리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건 숫자뿐이니까요. 숫자...숫자...너무도 엄정하고 분명한 숫자가 나의 가치를 표현하고 있죠. 나이가 들면 인간은 냉소적이 될 수밖에 없어요. 잠재력을 담보로 장미빛 미래를 그리는 건 더이상 하지 못하고 오늘 내가 달성해낸 숫자와 마주해야만 하니까요.


 그리고 전에 썼듯이 뭐 내 생각은 그래요. 우리는 모두 인생이라는 게임을 하고 있다고요. 우리는 자살하거나, 아니면 그냥 이 게임을 플레이하거나 둘 중 하나는 골라야 하죠. 그리고 그 게임을 잘 플레이하고 있는가 없는가...우리가 좋은 플레이어인가 아닌가는 대가를 지불할 능력을 얼마나 획득했느냐죠. 누군가는 이러겠죠. '그냥 돈이라고 말하면 되잖아? 왜 꼬아말하는 거야?'라고요. 음...하지만 돈은 대가를 지불하는 수단 중 하나일 뿐이잖아요. 



 2.사람들은 가끔 묻곤 하죠. 돈에 미친 거 아니냐고요. 상대가 어떤 주제를 말해도 그 주제를 10초 뒤에 돈 이야기로 바꿔버리니까요 나는. 그러나 이건 사람들의 착각이예요. 나는 돈을 중요하게 여기는 게 아니라 인간이 가진 다른 지불 수단들을 하찮게 여기는 거거든요. 나나 다른 사람들이 발휘할 수 있는 다른 지불 수단들을 아무리 따져 봐도, 그런 것들을 좋은 것들과 바꿀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중요한 건 돈뿐인 거죠.



 3.누군가가 댓글에 매력은 자산일 뿐이지 권력이 아니다...라고 썼는데 사실, 권력이란 건 그렇게 완전하게 작용하는 법이 없어요. 매력 정도면 상당히 쓰기도 쉽고 범용성이 있는 권력이라고 생각해요.


 중세 시대의 왕권이라는 것도 그랬잖아요? 끊임없이 견제당하고 조금만 빈틈을 보이면 찬탈당하는 권력이었죠. 하물며 현대 시대의 권력이라는 것은 더더욱 조악하죠. 대부분의 경우, 권력이라는 건 대중의 암묵적인 합의 하에 대여된 것이예요. 강제력을 지닌 권력을 함부로 휘두르다가 대중이 정해놓은 선을 넘는 순간 박탈당하죠. 왕 놀이를 할 수 없단 말이예요. 


 권위라는 권력도 그래요. 권위를 가지고서는 왕 놀이는 커녕 망나니 놀이도 제대로 못 해요. 사람들이 권위를 가진 사람에게 기대하는 캐릭터를 계속 연기해 줘야만 권위를 계속 가져갈 수 있죠.


 매력은 어떨까요? 매력은 좋은 거긴 해요. 하지만 문제는...매력을 사 줄 상대의 급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가치가 바래기도 하죠. 왜냐면 매력을 구매할 수 있을만한 구매력을 가진 사람은 비슷한 수준의 옵션을 이미 많이 가진 상태니까요. 하지만 매력 장사는 다른 장사와 접근 방법이 다르다는 게 문제예요. 비슷한 경쟁자들이 있다고 해서 자신의 가격을 깎아버리면 경쟁력이 올라가는 게 아니라 더욱 더 찬밥 신세가 되거든요. 이 바닥은 가치가 가격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가격이 가치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물론 이 바닥에 '게임 동호회나 만화 동호회에 가봐라. 너는 여왕벌이 될 것이다.'라는 격언이 있듯이...매력을 사 줄 상대의 급을 대폭 낮추는 대신에 손쉬운 상대를 마른 걸레 짜내듯이 짜내는 수법도 있죠. 하지만 구매력이 낮은 상대들을 끝까지 빨아먹는 것보다 구매력이 높은 상대에게서 부스러기를 얻어내는 게 단가가 높으니...뭐 알아서 하는거죠.


 

 4.휴.



 5.이쯤 되면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겠죠. '그러니까 넌 지금 돈이 최고라는 말을 하려는 거지?'라고요. 하지만 아니예요. 돈은 그야...거래할 마음을 가진 상대들에게는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죠. 한데 돈의 문제는, 쓰면 줄어든다는 거예요. 


 누군가는 '돈을 쓰면 줄어드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페트병의 물을 마시면 줄어드는 것처럼 말야.'라고 하겠죠. 아니 그야 당연한 말이긴 한데...한번 더 말하자면, 돈은 쓰면 쓴만큼 줄어든단 말이예요. 한데 나에게 있어 돈이라는 건 그렇거든요. 돈은 써서 줄어들도록 만들려고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불어나도록 만들기 위해 가지고 있는 거란 말이예요. 그게 바로 돈의 존재 목적이죠. 그렇기 때문에 나는 돈을 줄어들게 만드는 짓 따윈 절대 안하죠.



 6.이러면 누군가는 그러겠죠. 지금까지 여기에 써온 일기들은 대체 다 뭐였냐고요. 하지만 정말 나는 돈을 줄어들도록 쓰지는 않아요. 내가 쓰는 돈들은 늘 '불어난 돈들 중의 일부'이지 절대로 '원래 있었던 돈'이 아니거든요. 나는 없어도 되는 돈이 아니면 절대 쓰지 않아요. '없어도 되는 돈'이라니 어감이 좀 이상하지만...뭐 어쨌든요.


 그래서 말인데, 나는 정말 태어나서 과소비란 걸 해본적이 없어요. 왜냐하면 난 없어도 되는 돈만 쓰니까요. 젠장...언젠가는 마음놓고 과소비라는 걸 해볼 날이 오긴 올까요? 마음을 놓을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7.어쨌든 친구의 의견은 많이 다르죠. 친구가 말했어요.


 '돈이란 건 성공의 수단이 아니라네. 돈은 그저 성공의 결과물일 뿐이야.'라고 말이죠. 그래서 되물었죠. 돈이야말로 성공의 '동력'이 아니냐고요. 그러자 친구가 다시 말했어요. 


 '사실 성공으로 이르는 가장 빠른 길은 인맥이야. 인맥이 넓을수록 정보가 많아지거든.'


 과연...듣고 보니 맞는 말 같았어요. 세상의 구조를 생각해 보면 친구 쪽의 말이 훨씬 옳은 소리죠. 그러나 아무리 옳은 분석이라도 내게 해당이 되지 않는 분석이라면 그건 내가 함양할 수 없는 말일 뿐인거죠. 왜냐면 내겐 인맥이라는 옵션이 아예 없거든요. 없는 옵션을 선택할 수는 없단 말이예요. 그렇기 때문에 각자의 입장에 맞는 의견을 가질 수밖에 없는거예요. 그러니까 의견이라는 건 사실 그 사람의 지식 수준이 아닌, 처한 입장을 뜻하는 것이죠.


 그래서 다시 생각해 보니 내가 돈 얘기를 자주 하는 건 모든 게 돈으로 순환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명성과 돈다발이 놓여 있는 산 정상으로 올라간다고 쳐요.(하긴 그게 우리들 모두 하고 있는 일이긴 하죠.) 한데 가파른 절벽을 올라가는 데 동원되는 장비는 각자가 달라요. 누군가는 빵빵한 지원을 받으며 아래에서 올려주고 위에서 잡아주며 올라가는 거고 누군가는 본인의 노동력을 활용해서 동료들과 올라가고 누군가는 혼자서 올라가야만 하는 거죠. 한데 나는 더 많은 돈을 얻기 위해 사다리를 올라갈 때, 그 사다리를 올라가기 위해 동원되는 장비조차 돈인 거거든요. 왜냐면 사다리를 같이 올라갈 사람이 없으니까요. 완전 혼자인거죠.



 8.어느날 친구의 스포츠카를 타고 드라이브를 갔어요. 적당히 달리다가 차가 없는 구간이 나오자 친구는 '이쯤이 좋겠군.'이라며 무언가를 켰어요. 몸이 뒤로 젖혀지는 느낌이 나며 차가 상당한 속도로 치고 나가는 게 느껴졌어요. '이게 스포츠 모드란 건가?'라고 묻자 친구가 끄덕이며 대답했어요.


 '이게 스포츠 모드고 여기엔 한 단계 위가 있지. 스포츠 플러스 모드 말이야.'


 '한 단계 변신이 더 남았다니, 마치 드래곤 볼 같군.'이라고 중얼거리자 친구가 피식 웃었어요. 친구와 차를 타고 가다 보니 이니셜d에 나온 문구가 떠올랐어요. 차는 남자가 혼자가 될 수 있는 공간이다...남자에게는 차가 필요하다...뭐 그런 문구 말이죠. 그야 그 만화가 그려진 건 꽤나 옛 시점이고 문화도 다르니 내게 해당되는 말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나도 차가 가지고 싶어졌어요.


 친구에게 나도 스포츠카를 가지고 싶다고 투덜거리자 '살 수 있잖나. 사면 되지.'라는 대답이 돌아왔어요. 이것도 인식의 차이에서 나온 말 같았어요.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거든요.



 9.왜냐면 차를 살 돈이 있는 것과 차를 살 여윳돈이 있는건 완전 다른 얘기니까요. 위에 썼듯이 내게 돈이란 건 교환가치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사다리를 올라가기 위한 등반 장비잖아요. 그리고 사실 차가 필요 없는 내게 자동차란 건 필수품이 아닌 사치품이예요. 무슨 말이냐면, 차를 산다면 반드시 '허세가 목적인 차'를 사지 다른 목적의 차를 살 일이 없단 말이죠. 하지만 그런 차를 사는 건 위에 쓴 과소비에 해당되는 거예요. 없어도 되는 돈을 쓰는 게 아니니까요. 


 스포츠카 값이 내게 있어 과소비가 아닌 '없어도 되는 돈'이 되려면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하나...주억거리며 돌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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