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대나무숲 감점 사건

2019.06.08 15:55

겨자 조회 수:5546

트위터에 이런 글이 올라왔기에 원문을 찾아봤습니다. 원문 읽어보시죠. 


“조교님, 감점을 받아도 되니 과제를 늦게 제출해도 될까요?”

“네, 됩니다. 조교실로 제출하십시오.”

(다음 날)

“왜 제 점수가 0점 처리 된 것이죠?”

“제가 말한 감점은 100% 감점으로 0점 처리입니다.”

“......?”


위의 간단한 대화문들이 보여주듯, ㅇㅁ********** 수업에서 제출한 과제가 0점 처리되었습니다. 원래 과제의 원칙 중에 하나가 늦게 낸 과제에 대해서 0점 처리를 한다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에 성적 처리에 대해서는 한 발 물러나 인정하나, 이 과정에서 생긴 교수와 조교와의 의사소통 상 문제와 학생을 ‘을’로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사과를 요구합니다.


10월 13일, 저는 조교님께 양해를 구하고 감점을 감수할 것이니 숙제를 늦게 내도 되냐고 부탁드렸고 그래도 된다고 답변을 얻었습니다. 강의계획서에 명시 된 바로는 늦게 제출된 숙제에는 0점이 부여되기에 재차 늦게 내도 감점이냐고 되물었고 그때도 감정할 테니 괜찮다는 답변을 얻었습니다. 그 날 수업이 끝나고 1시간 후 실험실을 찾아갔지만 조교님이 안 계셨고, 전화번호를 구하여 통화한 끝에 다음날인 10월 14일에 제출하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10월 17일, 성적을 받았을 때 0점 처리되었고, 이에 문의를 드리니 “그때 말한 감점은 100%로 0점 처리다.”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이 문자를 받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과연 누가 감점이라는 말을 듣고 0점 처리를 생각합니까? 그리고 0점 처리를 한다는 것은 곧 과제를 낸 것으로 인정 안 하겠다는 의미기에, 그렇다면 왜 그날 내도된다고 말했냐고 물었더니 “피드백을 받기 위해 내는 것 인줄 알았다.”는 답을 얻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학생이 피드백 받겠다고 0점 처리가 될 과제를 제출합니까?


1) 감점이 어떻게 100% 감점을 의미하여 0점 처리가 되었는지

2) 0점 처리를 할 것이라면 왜 늦게 내도된다고 한 것인지


에 대해서 부당함을 느껴 저는 이 문제에 대해 교수님께 메일을 드렸지만 답장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10월 18일에 수업 전, 교수님께 이 문제에 대해 말씀드리자, 늦게 낸 과제에 대해 0점 처리하는 방식은 자신의 원칙이니 물러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저는 물론 부당함을 느꼈지만, 한 발 물러서 성적 처리 방식은 인정하나, 0점 처리를 할 것에 대해 감점이라 말하여 과제를 제출해라고 한 것에 대해 조교에게 사과를 요구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교수님께서 “자네가 조교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인정할 수 있지만, 그 사과는 내가 하지 말라고 했네.”라고 하셨습니다. 교수님께서는 ‘감점’이라 말한 것이 조교의 실수라는 점은 인정하셨지만 그에 대한 사과는 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앞으로 조교에게 이러한 사항에 대해서는 학생들에게 절대로 사과하지 말라고 당부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렇게 교수님과 실랑이를 하는 도중에 조교님께서 계속 피식 웃으시는 모습을 보며 화가 치밀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숙제 점수가 전체 성적에 얼마 안 된다고 말씀하셨지만, 저는 이러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 계속 수업을 들을 수 없다고 판단하여 바로 수강 취소 서류를 내밀었습니다.


수업이 끝난 직후, 같이 듣는 모든 학우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전달했고, 이에 대해서 교수님께서는 “자네는 나한테 큰 실례를 하는 걸세.”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에 대해 저는 “그것은 교수님만의 기준에서 결례일 뿐입니다. 이것이 정녕 결례일지라도 계속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을 결례라고 생각하고 위축되는 순간 우리는 어쩌면 계속 이러한 ‘갑질’에 시달리고 부당하게 살아가야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결례일지라도 정당한 대우를 받기 위한 노력에서의 결례라면 계속 저지르지 못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과연 학생은 학교에서 어떤 존재입니까? 특히 교수와 조교에게 우리는 어떤 존재입니까? 저는 수업이 끝난 직후 학우들에게 말할 때 “이것은 저 개인적 차원에서의 문제가 아닙니다. 여러분은 앞으로도 시험을 치시고 계속 과제를 하실 것인데 그 과정에서도 계속 불이익을 받을지도 모릅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이 사항에 대해서 사과를 요구하지 않고 넘어간다면, 당사자들을 이 일을 당연시 할 것이고 앞으로도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을’이 될 것입니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이러한 일은 아무런 저항이 없다면 끊임없이 되풀이 될 것입니다. 저는 ********** 교수와 조교에게 이 문제에 대해 수업시간에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을 요구합니다.


“누군가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는 글귀를 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과연 이러한 모습이 미래의 우리 사회 모습이며,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인들이 모였다는 서울대학교의 바람직한 모습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싶습니다. 또한, 대학이라는 사회 안에서 학생이라는 존재가 과연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물음을 재차 제기하고 싶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에 교수님과 조교님의 실명을 거론해도 되냐고, 조교님께 문자를 드렸지만 답장이 없으셔서 올리지 않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008년에 물리천문학부에 입학하여 현재 동대학원에 재학중인 ㅇㅁ**********의 조교 윤석환이라고 합니다.


아래쪽에 있는 “조교님, 감점을 받아도 되니 과제를 늦게 제출해도 될까요?”로 시작하는 글의 학생의 ‘학생이신 적이 있냐’는 문자에 답하고, 익명성에 숨어 선동하는 비겁한 행위에 경각심을 주고자 제 이름과 소속을 밝힙니다.


학생의 문자로 인해 제 감정이 격해져 얼마든지 실명을 거론하고 글을 쓰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교수님의 지시와 주변의 만류에 의하여 대응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오늘 페이스북에 올라온 학생의 글의 댓글을 읽던 중, 제 고등학교 후배가 저를 비난하는 댓글을 단 것을 보고, 사실관계를 밝히고 떳떳해지기 위하여 개인적인 일탈을 저지르기로 하였습니다. 해당 글은 강좌의 교수님이나 다른 조교의 의견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우선, 학생은 제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고 문자와 전화를 한 것인지요? 전에 물리학 실험 과목의 조교를 할 때, 새벽에 전화와 문자를 받고 잠에서 깬 적이 몇 번 있어서, 이후로는 조교로서 제 전화번호를 밝히지 않고, 메일로만 학생들의 질의를 받고 있습니다.


학생의 질문에 답합니다. 학생은 학교의 주인입니다. 교수와 조교는 학생에게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교육 노동자 입니다. 학생이 무슨 목적으로 우리 관계에 '갑','을' 프레임을 씌우는지 의도가 명확하기에 확실히 말합니다.


학생의 점수에 대한 이의제기에 답합니다. 이번에 나간 숙제는 세번째 숙제였고, 이 숙제의 채점 결과에 대하여 이의제기를 하는 것은 학생의 권리이므로 온당합니다. 다만, 교수님께서 수업시간에 숙제를 늦게 낼 시 영점처리를 한다는 말씀을 하셨고, 세번의 숙제 모두 상단에 굵은 글씨 12pt로 늦게 내면 영점 처리를 한다고 써있기 때문에 학생은 숙제를 늦게 내면 0점 처리를 받는다는 사실을 적어도 4회 이상 공지를 받았습니다. 또한 학생과 제가 주고 받은 문자를 보더라도 학생은 해당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학생이 저에게 전화를 해서 ‘감점이 되더라도 내겠다’고 했을 때, 저는 학생이 이미 감점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해당 과목에서 감점이란 0점 처리이므로 학생의 말이 이를 의미한다고 해석하였고 저는 ‘네, 내세요’라고 대답하였을 뿐 제가 감점이라고 언급한 적이 없습니다. 문자로는 ‘일부’감점 이라고 이야기 했다고 하시더니 왜 갑자기 말을 바꾸시는지요? 숙제를 늦게 내면 0점처리 한다는 사실은 숙제 상단에 분명히 쓰여있습니다. 해당 사실을 알면서 감점이 어떻게 0점처리냐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은 학생의 이익을 위해서 사전에 정해진 룰을 무시하고 이를 위해서 조교와 사적으로 접촉하려 한다고 밖에 해석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수업시간에 숙제를 해서 내겠다는 건 대체 무슨 발상입니까?


학생의 ‘양해’에 대하여 답합니다. 학생이 본부를 점거하고 대학공동체의 일원으로써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은 훌륭한 행위입니다. 다만, 그러한 행위가 학생을 특별 취급해 줄 당위성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다른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하셨는지요? 저는 양해가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세상만사가 ‘물리법칙’대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이 ㅇㅁ**********과목에서 제가 맡은 역할은 이 과목의 규칙이 잘 지켜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대체 무엇이 ‘갑질’이라고 하시는 겁니까? 오히려 수강신청 취소원을 들이밀며 조교들 때문에 수업을 듣지 못하겠다고 페북에 올리겠다며 조교들을 협박한 학생의 행동이 갑질이지 않나요?


조교의 인성 논란에 대하여 답합니다. 해당 숙제를 채점한 저와 지난 화요일에 수업에 들어간 조교는 다른 사람입니다. 마치 같은 사람인 것처럼 글을 쓰고, 그 조교가 피식 웃었다고 쓴 이유가 무엇입니까? 조교들은 인성이 잘못된 사람이고, 나는 그러한 사람들에 의한 피해자임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입니까? 학생은 분명 저에게 숙제를 제출했고, 그 날 수업에 들어온 조교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 조교가 정말로 학생을 보고 피식 웃었습니까? 그저 저희의 인성에 흠집을 내기 위해서 그렇게 썼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해당 과목의 교수님께서는 시간약속을 지키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시고, 이를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기 위해서 지금까지 계속 늦게 제출하는 학생에게 0점처리를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다만, 숙제 내용을 피드백 해줘야 숙제에서 다룬 물리 내용 또한 학생에게 더욱 확실히 가르쳐줄 수 있기에, 늦게 내더라도 채점해서 돌려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학생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교수님의 교육관을 무시하고 특별대우를 바라는 것은 굉장히 이기적이고 무례한 행동입니다. 앞으로 교육계에서 일하실 분이 이러한 행동을 한다는 게 더욱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누군가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라는 글귀를 저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서울대생의 선민의식을 너무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문구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문구를 인정한다면 교양에서 점수가 반영이 안되면 ‘헛수고’라고 생각하고, 알려주지도 않은 조교의 전화번호를 알아내어 점수를 부당하게 얻는 행위를 한 학생이 있는 이 관악이 정말로 우리 조국의 미래인지 학생에게 묻습니다.


‘인간 대 인간’으로 저에게 굉장히 실례를 하셨지만, 조교인 저에게 ‘대면사과’를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관대하니까요. 다만, 교수님과 같이 수업을 듣는 학우들에게 사과 하십시오.


조교를 탓하는 사람들은, 사전적 의미에 따르자면 0점도 감점이지만, 암묵적으로 '감점'이라고 하면 부분 점수를 준다는 뜻이 아니냐, 이렇게 댓글을 달더군요.


다른 코멘트들은 많이 나왔으니 제가 생각하는 부분만 간략히 씁니다. 그러면 이런 경우 조교는 어떻게 부분 점수를 줘야할까요? 100점 만점에 1점을 주면, 그건 학생이 감점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학생이 생각하기에 만족스러운 '감점'의 기준은 뭐죠? 만일 조교가 감점이란 0점이란 뜻이다, 라는 걸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게 잘못이라면, 학생도 자기가 생각하는 감점은 100점 만점에 0점이나 1점은 아니고 어느 정도 수준의 점수라는 걸 설명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만일 학생이 원하는 수준의 만족스러운 감점을 준다면, 다른 학생들과의 형평성은 어떻게 되는 거죠? 


제가 서울대 대나무 숲에서 댓글을 읽으면서 경악한 건 '조교가 학생을 낚았다'라고 표현한 댓글이었습니다. 지금 교수는 학생을 조금이라도 더 잘 가르치기 위해서, 제출기한을 어기면 점수는 주지 않더라도 피드백은 주라고 지시를 내린 것이고, 조교는 그에 따라 행동한 것이잖아요? 그러니까 저 학생은 공부할 기회를 얻은 것이죠. 그런데 점수가 나오지 않으면 숙제 제출이 의미 없다고 가정하고들 댓글을 쓰더군요. 그럼 공부는 언제 하려구요? 학생 한 명 더 숙제를 제출하면 조교는 일거리가 더 생깁니다. 그런데도 제출하면 피드백을 주겠다는데 무슨 교수나 조교를 위한 노동을 해준 것처럼 생각하네요. 


제가 요즘 들으니까 대학교 조교 뿐 아니라, 고등학교 선생님들도 새벽이나 주말에 학생들로부터 전화나 문자를 받는다는군요. 이건 사실상 남용, 학대나 다름이 없어요. 이 학생은 이 사건을 불이익이라고 받아들이고 저항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썼더군요. 그런데 이렇게 학생들이 나올 수록 수업의 질은 떨어질 뿐이예요. 수업의 엄정성이 떨어지고 굳이 늦게 제출한 과제물에 대해서 피드백을 줄 필요도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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