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광대와 지갑)

2019.06.19 06:18

안유미 조회 수:460


 1.니체가 말했죠. '주거를 제공하고, 오락을 제공하고, 음식과 영양을 제공하고, 건강을 주었음에도 사람은 여전히 불행과 불만을 느낀다. 사람은 압도적인 힘을 원하는 것이다.'라고요.


 사실 이 압도적인 힘이란 건 말은 거창하지만 별 거 없어요. 그저 관계를 기울어지게 만드는 정도의 힘. 내가 먼저 상대를 찾아갈 필요가 없는 정도의 힘이면 나는 만족해요. 


 뭐 좀더 나아간다면 상대가 나를 원하고 내게 원해지길 원하지만, 절대로 나를 귀찮게는 만들 수 없는 정도...가 되면 좋겠죠. 뭐 인간들은 다들 그렇잖아요? 외로운 건 싫어하면서 귀찮은 것 또한 싫어하죠. 그리고 오래된 연인은 지겨워하고 신선한 사랑을 원하지만 신선한 상대가 헌신까지 해주길 바라요. 어쨌든 이런 관계의 거리와 기울기를 마음대로 정하고 싶다면? 여자라면 비싸 보여야 하고 남자라면 비싼 것에 값을 치를 능력을 갖춰야 하죠. 



 2.문제는, 여자는 실제로 비싼 여자가 아니어도 비싼 척만 잘 하면 상대를 속일 수 있어요. 하지만 남자는 실제로 구매력을 증명해야만 하죠. 연기력은 실체가 없어도 한동안 상대를 속일 수 있지만 구매력은 어쨌든 실체가 있어야 하니까요. 그 점은 남자가 불리해요.


 뭐 사실 이런 말은 내가 늘 해오던 소리니...새로울 것도 없죠. 내가 뭘 생각하면서 사는지 몇년째 똑같은 소리만 해대고 있으니, 일기를 읽어온 사람들이라면 다들 잘 알거니까요. 그래서 오늘은 약간 반대의 얘기예요. 내가 헌신하는 쪽이 되는 얘기 말이죠.



 3.요즘은 자연인 여자를 만날 땐 돈이 좀 많은 여자가 좋아요. 여기서 말하는 돈이 좀 많다는 건 그냥저냥 괜찮은 소득을 올리는 여자예요. 뭐 엄청난 부자가 아니라 내게 삼겹살...김치찌개...소주 정도를 사주는 여자 말이죠. 스테이크는 이태원의 저가 스테이크 가게 정도.


 왜냐면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렇거든요. 내가 돈을 주지 않는 여자...자연인 여자가 나를 만나 준다는 건 내가 재미있기 때문이예요. 말 그대로, 내가 재미를 제공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내 안에 있는 광대의 면모를 끌어내서 2시간 3시간 5시간동안 상대를 계속 웃게 만들어 주는 건 매우 피곤한 일이예요. 그렇게 피곤한 일을 하고 상대에게 즐거운 시간을 제공하는데 내가 돈까지 쓰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고요. 그래서 고기값...커피값...영화값...팝콘값 정도는 부담없이 팍팍 쓸 수 있는 여자가 좋아요. 여자가 돈이 없는 남자는 만나기 싫어하는 것처럼, 나 또한 돈이 없는 자연인 여자는 좀 그래요.



 4.휴.



 5.그야 전에 썼듯이 보통은 그렇겠죠. 적당한 직장도 있고 적당히 데이트비용도 쓰고 적당한 유머도 발휘하고...뭐 그런 올라운더적인 면모로 사람을 만나겠죠.


 하지만 문제는 그런식으로 만나는 건 늘 끝이 좋지 않아요. 왜냐면 그건 너무나 인간과 인간의 총체가 부딪히는 일이니까요. 결국은 너무 가까워졌을 때 서로의 괴물성을 보게 되고 급속도로 사이가 나빠지죠.


 그래서 나는 확실하게 광대가 되어주거나 확실하게 지갑이 되어주는 게 편해요. 다른 면모들을 몽땅 깎아내버리고 하나의 일면만을 남겨서 사람에 따라 골라서 내보이는게 좋은 관계가 될 수 있거든요.



 6.그리고 이건 예전에 쓴 열탕과 냉탕에 관한 것과도 비슷해요. 너무 지갑 노릇을 하며 살아도 기분이 건조하고 너무 광대 노릇만 하며 살아도 기분이 조야하니까요. 어떤 날은 누군가의 광대...어떤 날은 누군가의 지갑이 되며 사는 거죠. 



 7.뭔가 극단적인 것처럼 쓰긴 했지만 사실 꼭 그렇게 칼처럼 나뉘는 건 아니예요. 예를 들어서 광대 노릇을 해주는 여자라도 3번 연속으로 얻어먹으면 그때부턴 가시방석이거든요. 한두번 얻어먹고 한번 정도 사는 페이스가 좋은 거죠. 세번이나 연속으로 얻어먹으면 뭔가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기분이라, 지갑을 안 열 수가 없어요. 내가 아무리 광대라지만.


 그리고 지갑 노릇을 해주는 여자라도 그래요. 가게가 끝나고 고기를 먹으러 가거나 휴일에 만나면 10번에 한번쯤은 그녀에게도 지출을 요구하곤 해요. 예를 들어 가게 셔터를 내리고 사장이 사는 고기를 먹으러 갈 때는? 그야 사장쯤 되면 알아서 비싼 곳에 가는 눈치가 있지만 때로는 짠돌이 사장도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자들에겐 약간의 으름장을 놔야 하죠. '이봐, 모처럼 네가 쏘는 건데 어딘가 싸구려 고깃집에 가는 거라면 그건 나를 개무시하는 거야.'라고요. 


 그리고 휴일에 만나서 스테이크를 먹는데 파미에에 있는 이사벨더부처같은 곳에 가려고 하는 여자도 있어요. 한 몇만원짜리 스테이크로 때우려는 여자들 말이죠. 그런 사람에겐 '이봐, 메리어트쯤은 가야지.'라고 핀잔을 줘야만 하죠. 사실 그렇게 핀잔을 하는 것 자체가 나에겐 스트레스인데 말이죠. 어떤 사람들은 왜 그걸 모를까요? 굳이 핀잔을 유도하는 상황을 만들어서 스스로의 평가를 깎아먹곤 해요. 남자들은 그렇잖아요? 누군가의 지갑을 되어줄 거라면 핀잔을 줄 필요가 없는 여자를 찾게 되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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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아침이네요. 2시간남짓 자고 일어나서 일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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