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는 없구요. 시즌 1까지만 봤습니다. 현재 5까지 나와 있고 6도 나올 거라네요.



 - 그동안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고 게임을 너무 멀리 해와서 오랜만에 게임 좀 해보려고 했죠. 엑박 게임패스에 새로 들어온 '데빌 메이 크라이5'를 하려고 설치해 놓고 프롤로그까지 클리어했는데 그만 Lunagazer님께서 이 드라마를 추천해주시는 바람에 다시 게임 라이프는 멀어져 버렸고...



 - LA, 그것도 콕 찝어서 헐리웃을 배경으로 하는 형사 드라마입니다. (LA 컨피덴셜!!) '보슈'라는 이름의 50대 형사 아저씨가 주인공이고 시즌 초반에 시작된 사건이 시즌 마지막에 완결되는 형식이에요. 자잘한 사건들 같은 건 거의 끼어들지 않습니다. 대신 중간중간 전개되는 경찰서 내외부의 권력 암투, 형사들 생활의 디테일, 보슈의 가족과 동료들 이야기 같은 소재들이 끼어들어 이야기가 지루해지지 않게 도와주죠.

 줄거리 소개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그보다 중요한 건 제목 그대로 '보슈'라는 주인공의 캐릭터입니다. 강력반 소속으로 경찰 지침에 따라 파트너가 따라다니지만 파트너는 걍 수사 셔틀로 이리저리 보내며 활용하는 정도이고 실상은 독고다이로 혼자서, 무모하게 온 몸으로 부딪히며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상남자... 입니다만. 이런 캐릭터 치고는 디테일이 아주 많습니다. 좀 번잡스럽지 않나 싶을 정도로 디테일이 많아요.


 예를 들어... 뭐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구요, 성인이 된 후엔 입대해서 특수 부대(고스트 리콘!!?) 정예 요원으로 활약한 후 제대해서 경찰 일을 하다가 911 테러로 빡쳐서(...) 다시 자원 입대해서 아프가니스탄까지 다녀왔다든가 하는 식의 수퍼히어로급 스펙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경찰로서 성과에 의한 유명세로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사에 팔아서 아주 전망 좋고 간지나는 집에 살고 있다든가. 독단적인 수사 방식 때문에 사고가 잦아서 언론을 자주 타는 유명인이라든가. 막무가내의 터프가이지만 합리적이고 성실한 동료들에게 무한 신뢰와 애정을 갖고 있다든가. 담배를 끊으려고 고생 중이라든가. 아직도 폴더폰을 갖고 다니며 딸이 '스카이프 설치했어요?'라고 물어볼 때 '그게 뭔데. 훌루 같은 거냐?'라고 대답할 정도로 문명의 이기와 거리가 멀다든가. 진공관 앰프에 턴테이블 갖춰 놓고 LP로 고전 재즈 음악들을 듣는 재즈 애호가라든가. 전처가 FBI 프로파일러 출신으로 지금은 아주 잘 나가는 직업 갬블러에다가 딸은 개구쟁이에 아빠를 이름으로 부르지만 사실은 사랑한다든가 뭐뭐뭐뭐뭐...


 ...그래서 기본적으로는 이 '보슈'라는 아저씨를 메인 요리로 들이미는 캐릭터 드라마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이 캐릭터는 구경하는 재미가 꽤 돼고, 또 배우도 이미지에 맞게 잘 캐스팅 되어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볼만합니다.



 - 또 한 가지 재미 포인트라면 경찰서 내부를 그리는 디테일입니다. 생각해보면 LA 컨피덴셜도 좀 그랬죠. 경찰이라는 조직이 굴러가는 방식과 구성원들의 생활, 문화 같은 걸 스쳐지나가는 듯 하면서도 꽤 상세하게 보여주는데 그걸 구경하는 재미가 상당해요. 물론 저는 기본 지식이 없어서 그게 얼마나 사실적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뭐 '사실적인 느낌'을 충분히 주는데 일개 드라마 시청자로서 뭘 더 바랄 필요가 있나 싶구요.



 -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건, '더티 해리' 같은 (그러고보니 주인공 이름도 '해리' 보슈네요. ㅋ) 백인 마초 영웅담으로 흘러가기 쉬운 설정의 이 드라마가 21세기적 PC함의 기준을 맞춰가려는 노력과 그 과정을 구경하는 거였습니다.

 기본 설정을 보면 분명히 이게 되게 마초적인 이야기일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가만 보면 주인공이나 동료 형사들이나 늘 걸쭉하고 상스러운 농담을 늘어 놓으며 껄껄거리고 웃지만 동료 여성들에게는 예의바르고 따뜻합니다. 그리고 동료 여성들 중엔 모델 미모 캐릭터가 전혀 없고 다들 진짜 경찰일 것처럼 생겨서 정말로 자기 일을 열심히 하며 존중 받아요. 인종을 살펴봐도 흑백의 비율도 적당히 맞는 가운데 선역과 악역이 고르게 섞여 있고 시즌 1의 메인 빌런들은 다 백인이구요. 보슈가 젊은 부하 직원과 연애를 하며 계속 잔소리를 하긴 하는데 애초에 보슈는 남녀를 가리지 않고 신입들에게는 잔소리를 해대는 캐릭터인 데다가 연애 대상인 젊은이도 비록 미숙하지만 자기 캐릭터와 주관이 뚜렷해서 보슈에게 끌려다니는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보슈는 딸바보에다가 이혼한 아내에게 자꾸 민폐 끼치는 호구 캐릭터(...)

 그래서 종합하면 PC 패치가 굉장히 성공적으로 입혀져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헐리웃 상남자 수사극!'이라고 해도 여성들이나 소수 인종 시청자들이 특별히 불쾌해할만한 요소는 거의 없어요. 동시에 '요즘 드라마들 PC함 신경쓰느라 이야기가 이상해지는 게 많아!!' 라는 불만을 갖는 시청자들도 위화감 없이 '상남자 드라마'로 즐길만 하구요.


 호기심에 원작 관련 정보를 조금 찾아보니 드라마로 만들면서 디테일들을 많이 손 봐서 이렇게 만들어 놓은 것 같던데. 억지스러운 느낌 없이 되게 자연스럽고 괜찮더라구요. 좀 감탄했습니다. ㅋㅋ



 - 물론 단점은 있습니다.

 일단 앞에서 얘기했듯 LA 경찰서의 현실적인 일상을 디테일하게 보여주는 드라마... 인데 빌런이 너무 B급 스릴러 무비 악당이에요. 비현실적으로 사악하고 삐뚤어진 데다가 능력이 너무 출중하고(혹은 말도 안 되게 운이 좋고) 사고도 너무 거창하고 드라마틱하게 치고 다닙니다. 다행히도 그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은 비교적 충실하게 논리적이고 현실적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뭔가 위화감이 들었구요. 또 그 빌런이 저지르고 다니는 범죄들이 그렇게 흥미롭지가 않았습니다. 차라리 그냥 소소한 일상(?) 범죄들 잡으러 다니는 가운데 경찰서 사람들 생활 중심으로 가는 게 더 재밌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시즌 2의 빌런은 좀 더 현실적이기를 기대해 보구요.


 그리고 뭐 주인공이 주인공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면은 있겠지만 벌어지는 사건들이 좀 지나치게 보슈에게 쏠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쩌다 나갔더니 큰 사건 하나 걸리고, 다른 데서 더 큰 사건 벌어졌는데 그게 또 주인공에게 엮이고, 그러다 두 사건이 서로 엮이고... 등등. 좀 부자연스럽죠.


 마지막으로 그렇게 한 시즌 내내 끄는 것 치고는 사건들의 마무리가 좀 약합니다. 애초에 주인공이 발로 뛰는 형사이지 딱히 명탐정 이런 것도 아니니 큰 반전도 없고 엄청난 진상이 있는 것도 아닌 건 괜찮은데, 그래도 뭔가 좀 클라이막스가 스르륵 하고 그냥 흘러가 버리는 느낌.



 - 결론을 내자면.

 현실적인 '맛'이 가득한 미국 형사물입니다. 그 동네 경찰서 사람들 사는 모습들 보는 데 관심 있으시면 한 번 보세요. 헐리웃이라는 배경이나 주인공의 캐릭터에 비해 '고독한 승냥이가 되어 밤거리를 헤매며 악에 맞서는 필름 느와르!!' 느낌은 별로 없지만 나름 성실하게 할 일은 다 해 주는 범죄 스릴러물입니다. 이쪽 장르에 취향이 맞으시는 분들은 한 번 시도해보실만 해요.

 다만 시즌 5까지 있고 6도 제작된다는 판국이라 나중에 재미 없어져도 저는 책임 못 집니다(...)



 - 사실 처음 아마존 프라임 가입해서 볼 거리 찾아볼 때 계속 걸리던 제목인데 한 번도 자세히 들여다 본 적이 없었습니다. 왜냐면 커다랗게 대문자로 BOSCH 라고 적혀 있어서 공구 만드는 회사 관련 다큐멘터리인 줄 알았...;



- 오프닝 크레딧이 음악도 좋고 영상도 근사해서 정말 보기 좋은데 유튜브에 없어서 링크를 못 하겠네요. 왜 없죠. 왜죠. 왜 그런 거죠.

 아쉬운 맘에 노래라도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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