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는 없습니다만 그게 사실 별 의미가 없습니다. 영화의 첫 장면이 엔딩 직전의 플래시 포워드이고 그 장면 이후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정말 뻔하거든요. 거의 결말을 던져주다시피 하고 전개되는 영화입니다.



 - 우리의 리암 니슨 할배가 이번엔 갱스터입니다. 당연히 한물 간 퇴물 갱스터이고 당연히 과거엔 조직에서 최고 잘 나갔던 저승사자급 히트맨이었겠죠. 하지만 수십년을 그러고 산 결과 가정은 파탄이 나서 아들은 얼굴도 마주치기 싫어하면서 자신을 '아버지'가 아닌 이름으로 부르는 형편이고, 토끼 같은 손주들은 자기들에게 할배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몰라요. 조직에서도 이미 한참 전에 퇴물로 찍혀서 거의 모든 조직원들에게 잉여 왕따 취급을 당하는 가운데 매일 같이 자신이 죽인 사람들 모습이 떠올라서 죄책감에 잠을 못 이루는 나날들을 알콜 중독의 힘으로 하루하루 힘겹게 버텨나갑니다.

 그 와중에 세상에서 유일하게 주인공을 아껴주고 인정해주는 건 함께 젊은 시절부터 산전수전을 다 겪어 온 조직 보스 에드 해리스 옹인데요. 부하이지만 세상에 하나 뿐인 친구로 대해주며 쉴드 쳐주고 챙겨주고 서로 이해하는 애틋한 모습을 보여줍니다만, 그마저도 이제 다 끝입니다. 보스의 사고뭉치 폐륜 양아치 아들이 지가 저지른 실수 덮으려다가 리암 니슨의 아들을 죽이려 들었고 (미쳤죠 감히 누구 아들을...)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 놈을 직접 죽여 버렸거든요. 리암 할배는 에드 할배를 만나 '모든 건 다 내가 뒤집어쓸 테니 제발 아들만 살려달라'고 간청하지만 함무라비 법전을 통째로 씹어 드신 듯한 우리 에드 할배는 '뭐래. 일단 니 아들부터 죽여서 쎔쎔 만들어 놓고 얘기하자'고 고집을 부립니다. 결국 모든 일은 리암 할배의 리즈 시절 실력을 부활 시켜야만 하는 쪽으로 흘러가게 되고...



 - 리암 할배의 B급 액션 배우 경력을 얘기할 땐 당연히 '테이큰'이 맨 처음으로 튀어나오게 되는데, 테이큰 시리즈를 빼고 상대적으로 튀는 이야기인 '더 그레이'를 빼면 나머지 영화들을 모두 함께 한 감독이 바로 이 영화를 만든 '자움 콜렛 세라'입니다. 콕 찝어서 말하자면 '언노운', '논스톱'과 이 영화, 그리고 '커뮤터'를 함께했죠.

 그리고 자움 콜렛 세라의 영화들은 '전직 수퍼맨 리암 니슨이 나오는 액션 스릴러'라는 걸 제외하면 테이큰 시리즈와는 스타일이 전혀 달라요. 그리고 영화적 완성도를 놓고 보자면 테이큰 시리즈 말고 다른 영화들이 한결 낫습니다. 되게 훌륭하진 않아요. 하지만 분명히 낫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최고작이 바로 이 영화네요 제게는.



 - 그런데 이 영화는 자움 콜렛 세라가 만든 네 편의 리암 니슨 영화들 중에서도 또 튑니다. 나머지 세 편은 퍼즐 미스테리 스타일의 수수께끼 하나를 깔고서 범인으로 오해 받는 주인공이 오해를 풀기 위해 몸부림치다가 이 놈 저 놈 다 때려잡는 식의 이야기였거든요. 그런데 이 영화는 호기심 유발용 미스테리 같은 것 없이 진중하게 흘러가는 궁서체 캐릭터 드라마입니다. 주인공은 오해를 푸는 게 아니라 남의 죄... 라기 보단 남이 받아야할 처벌을 자신이 다 뒤집어써서 아들을 구하고 속죄하기 위해 몸부림치구요. 그 과정에서 세상에 둘도 없는 벗이었던 보스와, 그리고 자신을 철천지 원수로 생각하는 아들과 벌이는 리암 할배의 내적 갈등이 포인트인 이야기입니다.


 다행히도 이런 드라마는 꽤 그럴싸합니다. 어찌보면 도식적인 이야기이지만 디테일들이 깨알 같이 잘 살아 있고 뭣보다 에드 해리스와 리암 니슨의 연기가 정말 좋아요. 시작부터 비극을 바탕에 깔고 예정된 파국을 향해 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다른 리암 니슨표 액션들과는 달리 처연하고 비장한 정서가 주가 되는데 그런 정서를 잘 살려주는 배우들의 연기 덕에 가끔은 '장중하다'는 표현에 대충 어울리는 수준의 감정까지도 느끼게 해 줍니다.


 제목 그대로 '하룻밤' 사이에 벌어지는 일이라는 것도 그래요. 보통 이런 시간 제한은 긴박감과 스릴을 느끼게 하는 장치로 활용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저 런닝 타임 내내 어두컴컴한 그림을 잡아서 이야기의 어두움과 절망감을 살리는 역할을 하고, 그게 또 꽤 그럴싸하게 먹히구요.


  그 와중에 이 영화를 선택한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액션씬들도 꽤 괜찮습니다. 제가 본 이 감독의 리암 니슨 영화들 중엔 거의 최고 수준이었어요. (물론 본격 블럭버스터 규모에 액션 장인들이 연출한 수준을 기대하시면 곤란하구요. ㅋㅋ) 기본적인 연출이 괜찮은 가운데 나름 아이디어가 살아 있는 장면들이 많아서 그냥 액션 영화로 봐도 시간 아깝지는 않을 수준은 충분히 되더라구요. 또 상대적으로 별 거 아닌 단순한 총격전 장면들 같은 경우에도 드라마의 무게가 실린 덕에 실제보다 훨씬 뭔가 있어 보이구요.



 - 그렇다고해서 무슨 마스터피스급 명작 같은 건 아닙니다. ㅋㅋ 감독이 자꾸만 집어 넣는 '긴박한 느낌 제대로 살지?'라고 과시하는 듯한 장면 연출들이 장중한 분위기를 자주 까먹기도 하구요. 원래 들어갈 이야기를 막판에 들어낸 듯 덜컹덜컹 튀는 느낌도 있구요. 그냥 기대보다 쏠쏠하게 재밌고 의외로 맘에 와닿는 부분도 있는 B급 영화죠.

 하지만 B급 액션에는 B급 액션의 길이 있는 것이고, 그 길 안에서 경쟁자들에 비해 상당히 훌륭한 결과물을 뽑아냈다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재밌게 잘 봤어요.



 그리고...


 - 경찰서에서 cctv를 돌려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매체가 비디오 테이프이고 플레이어가 무려 DAEWOO 물건이더군요. 이게 2014년이 배경인 영화인데 음.... 뉴욕 경찰들이 생각보다 근무 여건이 참 별로구나 싶었습니다. ㅋㅋㅋㅋ PPL도 없는 영화였는지 전자제품들은 삼성, 엘지, 소니가 다 나와요.



 - 주인공과 사이 안 좋은 비교적 젊고 덩치 큰 갱스터로 나온 아저씨가 얼굴이 낯이 익다 했더니 '마인드헌터'의 애 키우는 수사관 아저씨더라구요. 비중은 아주 작은 역할이었습니다만 어쨌든 반가웠던. 그리고 리암 니슨 체포에 인생을 건 경찰 아저씨로는 빈센트 도노프리오가, 중간에 잠깐 나오는 할배(?) 역할로 닉 놀테가 나옵니다. 리암 니슨 액션작 치고는 초호화 캐스팅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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