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욕심과 선택)

2019.12.24 03:32

안유미 조회 수:498


 #.얼마전 차이나와 친구와 함께 합정역을 걸으며 잡담을 하다가...친구가 물었어요. 이번에 들어오는 돈으로 뭐할 거냐고요. 그래서 대답해 줬죠.


 '뭐할 거냐니? 질문이 잘못됐어. 내 손에 들어오는 돈 중에 '써도 되는'돈 같은 건 없거든. 왜냐면 내게 들어오는 돈은 불어나기 위해 스탠바이되어야 하니까. 줄어들기 위해 존재하는 돈이 아니란 말이야. 그 돈은 1%도 써서는 안돼.'



 1.전에 썼듯이 나는 돈을 좋아해요. 그러나 일기를 봐 온 사람은 알겠지만...그 의미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죠. 예전에는 돈이 생기면 어떻게 쓸지를 고민했지만 이제는 돈이 생기면 어떻게 불어나게 만들지를 고민해요. 비유하자면 카지노에 와서 안 나가는 사람이랑 비슷한거죠. 테이블에 걸린 판돈을 따도 '돈을 땄다'라는 느낌이 드는 게 아니라 '칩을 땄다'라는 느낌이 드니까요. 


 도박 중독인 사람은 그러잖아요? 돈을 따면 '이제 이걸 가지고 카지노에서 나가야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더 많은 칩이 생겼으니 더 큰 게임을 할 수 있겠군.'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2.하지만 이건 위험한 거예요. 카지노에서 사람들이 돈을 잃는 이유는 돈을 잃을 때까지 게임을 하기 때문이니까요. 전에 지뢰밭에 투자를 비유한 적이 있죠. 지뢰를 제법 잘 피해다니는 놈은 지뢰밭에서 10분, 15분, 아니면 한 시간동안 무사히 걸어다닐 수 있지만 지뢰밭에서 계속 걸어다니면 그게 누구든 언젠가는 지뢰를 밟는다고 말이죠. 그리고 지뢰를 밟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뢰밭에서 나오는 거라고 말이예요.


 마찬가지로 카지노에서 돈을 잃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카지노에서 나오는 거고요. 카지노에서 확실하게 돈을 따는 방법은 없지만 확실하게 돈을 잃지 않는 방법은 있는 거죠. 



 3.예전에는 돈을 쫓으면 돈이 달아난다는 속담을 우습게 여겼어요. 한심한 꼰대 놈들이 잘나가는 젊은이의 발목을 잡으려고 하는 소리인 줄 알았죠.


 한데 요즘은 맞는 말 같기도 해요. 왜냐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택은 위험도가 0이지만, 돈을 불리기 위한 선택은 늘 위험성이 있거든요. 예를 들어서 20% 확률로 위험이 발생하는 선택을 다섯 번만 하면? 다섯 번째엔 100% 확률로 위험에 처하는 거니까요. 다섯 번째에 가서야 위험에 처하는 건 굉장히 운이 좋은 거고 첫 번째 선택부터 위험에 처할 수도 있어요.



 4.휴.



 5.이건 여자도 마찬가지예요. 남자는 돈이 중요하고 여자는 외모가 중요하니까 여자의 경우엔 외모겠죠. 여자의 경우도 95점짜리 외모를 이미 손에 넣은 여자라면, 카지노를 떠나는 게 좋아요. 


 하지만 90점이 넘는 외모를 지녔(던) 여자가 97점...99점짜리 외모를 손에 넣기 위해 성형을 감행하면? 이건 매우 위험한 시도란 말이예요. 차라리 60점이나 70점짜리 외모를 가졌다면 성형으로 점수를 대폭 올릴 가능성이 높아요. 하지만 95점에서 몇 점 더 채우려고 하면 이미 손에 넣은 95점이 오염되어버리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죠. 95점짜리 외모를 가져보지 못한 사람은 이해 못할 거예요. 95점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몇점을 더 채워넣으려는 욕심을 말이죠.


 

 6.어쨌든 사람이란 게 그래요. 얼굴도 돈도 이미 가진 것...이미 확립된 것에는 큰 기쁨을 느끼지 못한단 말이죠. 현금 10억을 손에 넣은 사람은 확립되어버린 현금 10억에 기쁨을 느끼는 게 아니라, 그 10억을 다시 배팅 테이블에 올려놓을 때 비로소 기쁨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얼굴과 몸매도 그래요. 이미 손에 넣은 예쁜 얼굴로는 성에 안 차거든요. 더 예뻐진 얼굴과 더 좋아진 몸매가 그 사람을 기쁘게 만드는거죠. 처음 만난 예쁜 여자에게 '예쁘다'고 말하면 여자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지만 오래 만난 예쁜 여자에게 '예뻐졌다'고 말하면 매우 좋아하는 것처럼요. 물론 앞에 '더'를 빼먹지 않는 게 좋아요. 



 7.물론 기본적으로 만족하지 않는 마음가짐은 좋아요. 현재에 너무 만족하거나 너무 감사하는 태도 또한 건강하지 못한 거라고 여기거든요. 하지만 욕심을 너무 부리면 처지를 망칠 수도 있다는 것 또한 안 좋고요...이건 참 문제예요. 어쨌든 열심히 살아야죠. 


 열심히 살려고는 하지만 글쎄요. 늘 말하듯이 이제는 노력이 별 의미가 없는 단계에 왔으니까요. 이번 페이즈에는 선택을 할지, 아니면 아무런 선택을 하지 않을지...선택을 할 거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이런 것들이 중요하니까요. 이 세가지를 늘 고민해야 하죠.


 그야 아무것도 선택 안하고 한수 쉬어가면 마이너스는 없지만, 문제는 이거예요. 옳은 선택을 하면 좋은거고 틀린 선택을 하면 나쁜 거거든요. 그런데 아무런 선택을 안하고 그냥 지켜보다가 그것 때문에 옳은 선택을 했었을 기회를 놓치면 미친 듯이 열받는 거예요. 틀린 선택을 해버린 것보다 옳은 선택을 놓치는 선택을 저지른 게 머리끝까지 열받는 일이라는 거...이게 정말 힘든 부분인 거죠. 휴......어쩔 수 없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1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77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232
123319 우주는 어떻게 끝나는가 [3] catgotmy 2023.05.30 267
123318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3] 조성용 2023.05.30 513
123317 크리에이터, 거미집, 킬러 오브 더 플라워문, 미션 임파서블: 데드레코닝 파트1 새 예고편 예상수 2023.05.30 239
123316 점심시간을 빌려, 한달만에 잠깐 쓰고 갑니다:비뚤어진 어른들 [4] 예상수 2023.05.30 465
123315 ‘다음 소희’ 없도록…경기도의회, 현장실습생 안전보장조례 입법예고 [1] 왜냐하면 2023.05.30 183
123314 버호벤의 <캐티 티펠>/안데르센/<늑대의 혈족> daviddain 2023.05.30 178
123313 [웨이브바낭] 세상의 모든 영화 감독 지망생들에게 바칩니다 '달은... 해가 꾸는 꿈' [18] 로이배티 2023.05.29 626
123312 Yesterday, Ditto, I am, DibloVI,지브리스튜디오 애니 그리고 수영 [4] soboo 2023.05.29 281
123311 '큐어' 짧은 잡담 [11] thoma 2023.05.29 429
123310 외로우니까 좋네요 [6] catgotmy 2023.05.29 411
123309 누구일까요? [5] 왜냐하면 2023.05.29 208
123308 뻔뻔한 유베/레비/컨퍼런스 리그 [2] daviddain 2023.05.29 135
123307 프레임드 #444 [4] Lunagazer 2023.05.29 83
123306 가장 기억에 남는 죽음씬은 무엇인가요? [12] 말러 2023.05.29 528
123305 인어공주 박스오피스 [4] theforce 2023.05.29 554
123304 인어공주... [5] 메피스토 2023.05.29 730
123303 [웨이브바낭] '연기'를 하는 장 클로드 반담이 궁금하십니까. 'JCVD' 잡담 [3] 로이배티 2023.05.29 279
123302 체호프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견종 [1] catgotmy 2023.05.28 211
123301 네덜란드 어 배우고 싶을 때+<포스맨> 잡담 [6] daviddain 2023.05.28 255
123300 프레임드 #443 [4] Lunagazer 2023.05.28 9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