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군은 없다' - 김영민

2019.12.27 13:19

waverly 조회 수:581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912150849342663

칼럼계의 아이돌이란 수식어는 첨 들어봅니다. 아이돌이란 단어의 어원은 '우상' 이라고 하니 틀린 말은 아니죠. 그런데 교수님의 칼럼모음집(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게 좋다) 을 보면요, 적지 않은 몇 문장을 할애해서 본인의 탈모현상을 고민하시는 모습이 나와요.. '우상화'의 사전방지조치가 아닐까 합니다만, 뭐, 자조적인 농담이시겠죠 ㅎㅎㅎ

위 링크 칼럼에서 교수님은 대표적 성군 이미지 군주 투탑으로 세종과 정조를 들고 정조가 심환지에게 쓴 어찰을 소개합니다. 네, 정조의 육두문자가 찰지게 수놓아진 편지요...그런데 이거, 꽤나 철지난 떡밥 아닌지요? 정조 성깔머리 더러웠다는건 심지어 '우상화' 의 시조로 꼽히는 영원한 나라 소설판 봐도 느껴지던데..저만 그런가요?

이왕 거명된거, 공평하게 세종도 한문단가량 할애해줬음 좋았을텐데 말입니다. 끽해야 황희정승 죽을때까지 부려먹은 악덕 상사 (그리고 황희정승도 탐관오리까진 아니어도 떡고물은 챙기신분..) 정도가 널리퍼진 네거티브입니다만..신하들의 견해나 출신 성분 차별않고 비교적 공평하게 따뜻하신 임금님 맞습니다. 세종집권기는 단 한 번의 사화도 일어나지 않았던 정치적 호시절이니까요. 다만 공평하게 따뜻한 마음이 후궁 여성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는지라 자식 10명 낳은 조강지처 소헌왕후 말고도 후궁 7명 소생 왕자공주 12명이라는 다복함은 쫌 지나치지 않나 하네요 -.-;;;, 부부간의 일은 아무도 모른다고 하지만 소헌왕후 속이 어떻했을지는...위키에도 소개된 에피소드입니다만, 옛날옛적 창덕궁이 아직 한산했던 시절 궁궐가이드 해주신 학예사 선생님께서 조선시대 제일 귀했던 선물이 '귤'이고 세종대왕께서 후궁에게 하사하신적도 있으십니다, 라고 말씀하신 기억이 납니다요 ㅠㅠ

뭐, 칼럼에서 느껴지는 시크하신 교수님 성격으로 미루어보건데 세종의 가족사는 취향에 맞지 않을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듭니다. 칼럼의 주제-인간의 다면성- 을 지지하는 논거로 다소 부족할 수도 있고 게다가 메이저 일간지에 실리는 칼럼의 성격과도 어울리지 않구요. 쩝. 그러면서 기어이 이순신과 원균 을 사족처럼 끼워넣는 무리수는 어쩔;;

지킬박사와 하이드 둘다 한사람 한몸 한마음에서 비롯되었죠. 일본인들을 두고 혼네니 다테마에니 두얼굴이니 합니다만 굳이 말하자면 둘다 본심맞아요. 설령 한국인 입장에서 가끔씩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음습한' 면이 느껴질 수도 있지만 (...) 웃는 얼굴에 침 못밷는다고, 되도록 그들의 예쁜 모습 예쁜 마음을 칭찬하고 북돋아주면 되지 않을까요? 예쁜 모습 예쁜 마음이 많이많이 모여 예쁜 행동까지 보이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일본드라마 리갈하이의 코미카도 변호사는 '추악함을 사랑하라' 고 했지요. 일본 역사학자 요나하 준은 미국과 중국 틈바구니에서 일본이 취해야 할 길은 '칭찬하기' 라고 했습니다. 독립선언서, 게티즈버그 연설을 뒤받침하는 보편인권이념을 칭찬하고 '그 이념에 부끄럽지 않을 만큼의 정치를 부탁드립니다, 라고 부탁(의 형식을 빌어 요구) 하는 것' 이라구요. 마찬가지로 중국에 대립각을 세울게 아니라 평화헌법의 보편인권개념으로 감화시켜야 한다고 합니다.

" '헌법9조는 미국의 강압인가' 라는 논의를 장황하게 할 여유가 있다면 '어떻게 헌법9조를 중국에 강제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편이 진정한 의미에서 헌법 개정이 아닐까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중국화 하는 일본>

눈치채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 책은 일본인 학자가 일본 학부 학생을 대상으로 쓴 책입니다...만, 공감과 칭찬은 나라와 나라, 사람과 사람의 관계와 갈등에서 보편적으로 통하는 도리라고 생각해요. 다시 위 칼럼으로 돌아가서,


"...관리, 성인, 유아, 외국인, 자본가, 노동자, 실없는 사람 등 다양한 구성원이 모여 갈등 속에서 하나의 정치체를 이루어 살 듯이, 뇌, 십이지장, 쓸개, 임파선, 전립선, 이성, 감정 등이 모여 불협화음 속에서 그럭저럭 하나의 인격체로서 살아나간다. 하나의 정치공동체에서건, 한 명의 인간에서건, 이 아슬아슬한 통합을 이루어내는 기제가 바로 정치적 정체성이다."

네, 한 사회와 한 사람을 동격으로 정치적 공동체라고 말씀하십니다. 한 사회를 이루는 수많은 사람들처럼, 한 사람을 이루는 뇌, 십이지장, 임파선 등등을 정치적 인격체로 격상시키시네요 (...) 왜 아니겠습니까...웹툰 '유미의 세포' 가 훌륭하게 표현하지 않았나요? 주인공 유미의 순간순간은 (스머프를 닮은 ) 수많은 세포들의 합의로 결정되죠. 다만 합의의 과정이 반드시 평화민주적인건 아니라서 이를테면 식욕을 담당하는 출출이 세포가 화나면 다른 세포 수십마리(...) 를 한방에 날려버린다능...오늘밤,체중조절을 위해 저녁을 굶으면 크리스마스 내내 설탕과 밀가루, 고기를 분해하느라 지친 제 위장세포랑 어쩌면 미래의 패션세포는 좋아하겠지만 24시간 지치지 않고 음식을 갈구하는 열정의 혓바닥 세포는 심심할 거라능..


바이트낭비가 길었네요. '수신제가치국평천하' 9글자로 요약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단, 시대가 시대인지라 '수신' 다음이 성인여성남성미성년자들로 이루어진 家 일 필요는 없지요 :) 게시판의 모든 분들, 평화로운 연말연시가 되길 바랍니다. 해피뉴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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