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원과 각별한 인연만 없어도 무난한 사주팔자지요?

각각, 병원, 법원, 그리고 통장잔고 빵원인데요.

그 중에 갑은 법원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 같은 개복치는 길에서 경찰 아저씨만 봐도 괜히 오른 발에 오른 팔이 나가요.

아마 대부분들 바로 저, 지난 탄핵심판 때 재판이란 것 자체를 처음 구경하셨을 거예요.


저 분은 강일원 헌법재판관이신데, 503측의 좀 많이 맞을 짓을 논리로 뚝배기 깨시어 화제가 됐더랬지요.

저 분의 참교육을 목격하기 전까지만 해도 저에게 판사의 이미지는 그저,

"개작두를 대령하라~ " 소리를 지르고 나무 방망이를 땅땅 두들기는 판관에 지나지 않았어요.


헌데, 증거와 사실들을 취합해서 최순실 쪽을 조곤조곤 두들겨 패시는 걸 보고 생각했습니다.

아~ 판사는 한데 모여진 증거와 사실들로 진실을 추적하는 탐정이구나!!


지금이야 판사들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지만,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에게는 법원에 대한 막연한 신뢰 같은 게 있었어요.

온갖 검은 흑막을 헤치고 나가 움직일 수 없는 증거를 뙇! 하고 디밀면 승리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욕을 먹어 온 건 주로 검찰이었지요. 정치검사라는 말도 있었고.

실제로 엄혹했던 군사정부 하에서도 다수의 판사들에게는 법관이라는 프라이드가 있었던 걸로 들었습니다.

스스로 선비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해요. 물론 그곳도 인간군상의 집합소라 전부 그랬던 건 아니지만.


마음 같아서는 한비자와 맹자까지 끌어다가 개소리를 이어나가보고 싶지만, 

어설프게 아는 척 하다간 본전도 못 챙길 것 같고.

저는 그저,

물에 가라앉으면 신의 딸이요, 뜨면 마녀라고 말 했던 것도 인간이요,

정숙하지 않은 부인의 정조는 법이 지켜줄 필요가 없다고 말 했던 것도 인간이지만,

동성동본 결혼 금지와 여성 낙태 금지가 위헌이라고 판결 내린 것도 인간이었으니.

실망스럽고 지치더라도 인간의 정신을 포기하지 말고 좀 믿어보자고 말 하고 싶습니다.


동성동본 결혼 위헌도, 낙태 금지 위헌도

한때는 숱한 이들의 눈물을 삼켜가며 무너질 수 없는 철옹성 뒤에 법의 철갑을 두르고 굳건했지만,

결국 사람의 노력으로 전자는 이미 누구도 시비걸지 않는 상식이 되었고,

후자는 드디어 법의 벽을 넘어 당연한 것이 되어가고 있으니까요.

저는 순진하게도, 그럼에도 결국 사람을 믿어보자는 쪽에 걸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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