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불안할까


아버지 세대는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다. 

그 때는 정말 희망을 가득 품고 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면 먹고 살겠지? 라는 생각을 다들 가지고 있었을까. 지금처럼 한국이 싫어서 떠나야겠다라는 소설이나 헬조선이라는 단어도 없었을 거 같고.

나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친구나 공부를 잘했던 친구나 다들 불안해 하며 살고 있다. 나같은 경우는 일년 뒤 퇴사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더할 나위 없이 불안하다.

딱히 갈 곳이나 할 것도 정해놓은 것도 아니고.


이제 보험은 사람들의 불안을 메워주지 않는다. 보험을 들어놨다면 불의의 사고가 나도 돈을 받을 수 있다. 그 돈을 가지고 다시 일을 찾던지 해서 시작할 수 있었다. 지금은 과거처럼 일 찾기가 만만치 않다. 최저임금을 주는 파트타이머 일자리 외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기 쉽지않은 마당에 보험금이나 받아놨던 퇴직금으로 버틸 수 있을까?


사람들은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물고기가 떨어진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면 굶어죽지는 않겠지? 유레카! 자기계발과는 다른 실질적인 배움의 상품화 시대가 완벽하게 열렸다.


독서모임, MOOC 등 다양한 배움의 방법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인문학 독서 모임, 직장인 독서 모임 등이 과연 자기계발의 이름에서 몇 발자국이나 앞서 나갔을까? 삐딱한 시선인지 모르겠지만 이미 책을 읽고 있었던 사람은 책을 읽고 있었고, 책을 읽고 뭔가를 긁적이고 있었던 사람은 긁적이고 있었다. 독서 모임을 통해 인식의 범위가 넓어지고 깊어지면 좋겠지만

인식의 범위가 서로간의 대화를 통해 잠깐 넓어졌다가 깊어지지 못하고 금방 메워지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나 역시 그런 얄팍한 작업의 반복 속에서 더 많이 나아갔다고는 말 못하겠다.

회사 생활에서 얻어지는 것 외 다른 것들을 배우고 익힐려면 그만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직장 생활에 치여 맛만 보고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 아닐까 생각도 든다.


독서 모임 이야기로 잠깐 샜는데 결국 현대인은 늘 불안함과 살아가야 하는 신세이다. 알랭 드 보통이 ‘불안의 시대’에서 언급했듯이 계급 사회에서 능력 위주의 사회로 넘어온 순간부터 모두들 자기 역할에 맞는 연기(Role Play)를 해야했고 사실 회사에서 역할극을 다 하고 있다. 팀장 역할, 팀원 역할, 허리 역할 등등 이런 각자의 역할에 맞는 책무를 하기 위해 혹은 그 다음 역할로 나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를 발전시켜나가야 하는 강박. 그 강박에 휩싸인채 우리는 영어 학원으로 가고 독서모임으로 가고 온라인에서 뭔가를 배울려고 하는 것이다.


이 배움의 끝에서 우리는 아니 최소한의 나는 무엇을 얻을려고 하는 것일까?

더 나은 연봉? 아니면 더 오래 회사 다닐 수 있게하는 능력? 두 개 모두 바랄지도 모르지만 사실 이런 것들 어느 하나 나에게 보장해줄 것 같지는 않다.

단지 불안한 나의 마음을 쓰다듬어 주는 약손같은 느낌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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