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28 00:07
수잔 발라동의 초상, 앙리 툴루즈 로트렉, 1888년, 종이에 수채, 하버드 대학 미술관 내 포그 박물관 소장
(화가이자 모델인 수잔 발라동에 대해서는 아래를 참조하세요)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098980&cid=40942&categoryId=34396
세탁소, 앙리 툴루즈 로트렉, 캔버스에 유채, 1884~1888년경, 93 × 75 cm, 개인 소장
일할 때 가장 난감한 것 중의 하나가 가끔 사람들이 제게 낯선 그림들을 보내면서 물어오는 것입니다.
"혹시 이 그림 누가 그린 건지 아세요?"
운 좋게 제가 아는 작품이 걸리면 다행이지만, 보통은 전혀 모르는 낯선 그림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면 솔직하게 모른다고 얘기하고...화풍만 보고 아는 대로 대답해 드리곤 합니다. 바로 이 그림도 그 중 하나였었는데, 저는 처음 보는 작품이라, 그냥 이렇게만 말씀드렸죠.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에 그려진 인상주의 작품 같습니다. 화가는 모르겠구요."
그랬는데, 방금 우연찮게 알게 됐습니다. 이런! 무려 로트렉이네요! 그냥 무명의 화가도 아니고 로트렉같은 거장의 작품을 몰라보다니...순간 제 얼굴이 화끈해집니다만...어쩔 수 없죠...제가 그동안 로트렉의 작품을 좋아하지 않아 의도적으로 방치한 부분이 크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 그림은 그 때도 누가 그린 줄은 몰랐지만 그냥 마음에 들어서 기억해 두고 있었는데 이렇게 알게되서 넘 기쁘네요. 스산한 삶의 한 순간을 주저없이 포착한 자연스러움이 인상에 남았는데, 덕분에 그동안 관심이 없었던 로트렉과 그의 친구이자 모델이자 제자인(…길다…-_-; ) 수잔 발라동에 대해서도 덩달아 관심이 가는군요. 이 그림들 보니까 왜 그렇게 화가들이 발라동을 모델로서 선호했는지도 알겠어요. 사람이 정말 딱 자기만의 개성이 강하네요. 뒷태만 봐도 누군지 알 정도로....모델의 매력이라는 건 예술가가 보기만 해도 그림을 그리고 싶거나 돌을 깎고 싶게 하는 - 그런 창작 의지를 깨울 수만 있다면 - 그런 면이 있어야 하는데, 수잔 발라동이 딱 그런 모델이었던 듯 합니다.
화장실, 앙리 툴루즈 로트렉, 패널에 유화, 67 × 54 cm, 1889년, 오르세 미술관 소장
2017.10.28 01:01
2017.10.28 01:16
미술계통에서는 꽤 유명한 사람들인데...제가 관심이 없어서리...지금부터라도 관심 좀 가져 보려구요.
2017.10.28 08:20
흥미있는 이야기가 항상 넘치는 빅캣님. :)
그나저나 오늘은 읽을 거리를 벌써 이렇게나 많이 올리셨네요! 우왕~
2017.10.28 09:28
2017.10.28 11:47
발라동의 초상은 제가 한 때 프로필로 쓰던 그림이라 반갑습니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로트렉이 등장하죠. 로트렉을 다룬 프랑스영화인가도 있던걸로..
2017.10.28 12:35
영화 <미드나잇 파리>저도 재밌게 봤습니다. 사실 그 영화에 나오는 예술가들이 - 소설가, 극작가, 화가, 음악가 등등 - 진짜 살아있는 사람들이라기 보다는 무슨 인형관의 밀납인형들 같았지만, 그래서 그런가 더 친근감 있고 정겨워서 영화 보는 내내 즐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2017.10.28 19:29
2017.10.28 22:22
초상화에서 그 자신만이 가진 어떤 강인함, 자기만의 세상에 대한 어떤 확고한 세계관 같은게 느껴지더군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로트렉이 발라동만이 지닌 개성을 많이 존중한듯 합니다.
2018.02.08 16:31
한 인물에 대한 백과사전적 서술이, 이렇게 마음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킨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수잔 발라동이란 사람 정말 매력있네요.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녀의 작품에도 관심이 가는데, 수잔 발라동 展 이 한국에서 열린다면 아마 기억해뒀다 꼭 갈것 같습니다.
두사람 찾아봤어요 아주 흥미롭네요.
에릭 사티와 수잔 발라동 영화가 있군요 satie and suzan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