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십여년 전에 (아마도 제 백수 시절...;) 만화방에서 단행본으로 두 권 정도 봤던 것 같은데.

그러다 취업을 한 건지 아님 돈이 없어 만화방도 못 가게 되었던 건지 암튼 완결을 못 보고 중단했던 것을 얼마 전에 괜히 생각이 나길래 찾아보고, 4권짜리로 나와 있는 걸 구입해서 한 번에 다 읽었습니다.


작가의 개성이 살아 있는 옛날 만화 정도의 느낌으로 시작하더니 중반엔 갑자기 청소년 교양 모험 만화 분위기로 바뀌었다가 막판엔 스펙타클한 신화로 마무리되는 희한한 작품입니다만. 관련 정보를 찾아 보니 중간의 청소년 교양 모험 파트는 후일에 추가된 것이었군요. 왠지 납득이.


암튼 여러모로 '원조'의 품격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기생수'가 거의 이 작품의 스핀오프 수준의 작품이라는 걸 알게 된 게 나름 쇼킹했구요.

(완성도만을 기준으로 따진다면 오히려 기생수가 낫다고 생각은 하는데 핵심적인 부분들에서 워낙 대놓고 데빌맨을 참고한 게 역력해서. 기생수 작가가 감추기는 커녕 일부러 티를 못 내서 안달하며 만화를 그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ㅋㅋ)

베르세르크, 에반게리온도 이 만화가 없었으면 나오지 못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흡사한 구석들이 보이면서 심지어 클램프의 'X' 같은 만화까지 떠오를 지경이니 후대에 미친 영향이 장난이 아닌 수준인 것 같더라구요.


후반의 전개는 생각도 안 해 놓고 그냥 막 던지는 식으로 시작해서 이렇게 마무리를 지은 거라는데 이게 편집자의 탁월한 능력인지 나가이 고의 재능인지는 몰라도 참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막판에 나름 큰 반전이 있는데 잘 뒤져 보면 앞 뒤 안 맞는 구석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대충 큰 틀에선 아귀가 맞아 떨어지거든요. ㅋㅋㅋ


동시에 막 나가는 잔혹 & 성적인 묘사들도 참.

여러모로 일본 망가계의 막장극들은 죄다 전설적인 선배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 거구나.... 싶었습니다. 데츠카 오사무도 그렇고 나가이 고도 그렇구요.



암튼 에피소드별로 퀄리티도 들쭉날쭉하고. 또 요즘 시대에 맞지 않는 여성 캐릭터 묘사라든가 여러모로 모두에게 추천할만한 물건은 아닙니다만.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일본 만화계의 역사와 흐름 같은 걸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교양(?) 필수 도서 정도는 되지 않나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만족.



덤으로 결말도 결말이지만 막판 주인공(이 살던 친구네) 집이 습격 당하는 부분은 정말 요즘 기준으로 봐도 후덜덜하더군요.

작가가 좀 미친 상태였던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ㅋㅋㅋ



+ 아무 관련 지식도 관심도 없는 분들을 위해 살짝만 부연하자면 '마징가' 시리즈와 '큐티 하니' 시리즈로 유명한 일본의 만화가입니다. 폭력적이고 선정적이며 막 나가는 설정과 표현으로 유명하신 분이죠. 어찌보면 한국 학부모들에게 일본 만화가 욕을 먹는 요소들의 상징이자 선구자 같은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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