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

2018.02.14 03:53

여은성 조회 수:862


 1.하아...온몸이 아프네요. 내게 아주 천천히 날아오는 총알이 있다면, 피하지 않고 그냥 맞아줄 만큼 아파요.


 

 2.술은 거의 마시지 않아요. 그게 고급 술이든 싸구려 술이든, 몸에 나쁘다는 점에서는 어차피 똑같거든요. 몸에 나쁜 걸 샀다고 해서 굳이 먹을 필요까지는 없죠. 그냥 직원들이 마시며 취해가는 걸 구경하는 거예요. 심할 때는 가게에 가서 첫잔을 얼음컵에 받고 가게의 셔터를 내릴 때까지 그 한잔을 다 마시지 않은 채로 나와요. 



 3.하지만 오늘은 빌어먹을 술게임을 해서 마셔야만 했어요. 그야 이것도 안 마시려면 안마실 수 있겠지만 그럼 게임을 하는 의미도 이곳에 온 의미도 없게 돼요. 왜냐면, 게임에서 졌는데도 벌칙을 받지 않고 넘어가면 깨닫게 되거든요. 나는 이곳의 손님일 뿐이고 이곳의 모든 게 가짜라는 사실 말이죠. 이곳에서의 대화도, 이곳에서의 웃음도, 이곳에서의 친밀감도 사실은 전부 그냥 연기하는 중이라는 걸 말이예요. 그럼 김이 팍 식어버리고 말죠.


 그래서 진짜같은 느낌을 유지하기 위해 질 때마다 술을 먹어서...덕분에 온몸이 아파요. 하지만 지나가겠죠.



 4.휴.



 5.하지만 그건 뭐...화류계가 아닌 사람들을 만나도 마찬가지예요. 사람들을 만나도 그들에게 다가갈 수 없는 어떤 이상한 벽 같은 게 있거든요. 내가 보기에 사람들은 서로가 기대어서 상대가 자신을 받치도록 하고 자신이 상대를 받쳐주며 살고 있어요. 하지만 나는 온전히 나의 무게만을 느끼며 살고 있죠. 그야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지만, 디자인된 대로 사는 건 아니죠.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사는 게 인간의 본래의 모습이니까요.


 어느정도 활력이 남아있을 때야 멋대로 해도 상관없지만, 늙고 약해졌을 때는 도저히 그렇게 살 수 없을거예요. 하지만 그렇게 나이를 먹은 후엔 디자인된 대로 사는 것에 적응할 수 없겠죠. 늘 자살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이유는, 그게 선택사항이 아니어서예요.



 6.요즘은 Q의 가게에 잘 가지 않아요. 부르면 한번씩 가긴 하지만 부르지도 않았는데 먼저 가는 일은 없죠. 가는 텀이 너무 길어져서인지 갈 때마다 새로 들어온 직원을 보곤 해요.


 여전히 Q의 외모는 명불허전이지만 요즘은 그걸 좀 엉뚱한 방법으로 느끼고 있어요. 둘만 있을 때는 이젠 Q의 특별함이 잘 안느껴지거든요. Q를 보고 느끼는 게 아니라 Q의 옆에 다가온 여자를 보고 상기하게 되는 거죠. 


 Q가 예뻐서 놀라는 게 아니라, Q가 옆에 있는 예쁜 여자를 얼마나 단점투성이로 변모시키는지는 보면 Q가 얼마나 특급의 외모인지 새삼 놀라게 되는 거죠. 인터넷에서 흔히 말하는 '오징어 공장장'이 이런 거구나 싶어요. 분명히 고칠 곳이 하나도 없어 보이던 미인들이 Q의 옆에만 서면 고쳐야 할 곳이 많아 보이는 사람으로 보이게 되거든요.


 

 7.하지만 Q가 예뻐 보이는 게 아니라 Q 주위의 여자들이 못생겨 보인다니...슬픈 일이예요. 시간의 나의 감각을 깎아내고 풍화시키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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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써놓고 보니 마지막 줄에서조차 자기연민이군요. 글을 쓰고 죽 읽어보면 내가 쓰는 글에 다른 사람이 어떨지에 대해 신경쓰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오직 나 자신을 보듬는 말들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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