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아마존에서 스트리밍해서 볼 수 있는 단편영화 여섯개를 모아놓은 영화, 'Minutes'를 봤습니다. 여섯명의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몇 분을 보여줍니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찍었다고 해요 (싱글 테이크).


저는 첫번째와 세번째가 좋았어요. 첫번째는 두 번 봤고 세번째 역시 한 번 더 볼 생각이 있어요. 다음은 간략한 줄거리입니다.


1. 미국 초등학교 5학년 담임인 것 같아요. 새로 교사가 된 남자가 학부모들을 모아놓고 미팅을 가집니다. 그런데 학부모들은 도대체 말을 들어먹지 않아요. 이미 나눠준 자료는 읽어보지도 챙기지도 않았고, 왜 내 딸이 B를 받았느냐, C를 받았느냐, 당신이 수업을 지루하게 가르친다는 소리를 들었다, 내 아들이 왜 학교에서 불량식품을 사먹느냐, 이런 소리를 하죠. 간신히 모임을 시작하니까 늦게 오고서는 미안해하지도 않는 학부모, 교실을 잘못 찾은 학부모, 교사를 툭툭 치면서 내 자식이 왕따 당한다는데 사실이냐고 묻는 깡패 같은 학부모 (사실은 이 학부모의 자식이 오히려 불리라는 게 암시되어 있어요). 교사가 미팅을 시작했는데 핸드폰 체크하고 전화 받는 학부모. 교사는 참을성을 가지고 어떻게든 대화를 이어가려고 하지만 잘 되지 않아요. 결국 폭발한 교사는 지금 뭐가 문제인지를 하나하나 말하죠. 원 테이크로 이걸 찍었다는 건 주연을 한 배우가 정말 연기를 잘했다는 거예요.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이 떠오르는 구성이예요. 파국이, 비극이 처음부터 캐릭터 안에 예정되어 있죠.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미닛츠'의 첫번째 에피소드는 미국 공교육 (아니 사교육까지도) 시스템의 문제를 단 몇 분에 요약해냅니다. 이건 남의 이야기가 아니고 점점 우리나라의 현실이 되어가고 있어요. 한국 사람들은 교육 문제 때문에 미국으로 이민간다는 말을 하지만, 그건 사실은 '한국에서 공부를 잘 못가르쳐서, 공부 잘 가르치는 미국으로 간다'는 뜻이 아니예요. 사실은 경쟁이 더 약한 곳으로 이전해간다는 뜻일 뿐이죠. 그럼 무슨 경쟁이 왜 어떻게 어디서 약한가? 아마 이 링크가 하나의 힌트가 되겠죠. 한국에서 미국으로 주재원으로 오는 사람들은 자기 자식들이 잘 되는 걸 보고, 미국이 경쟁이 약하다는 게, 미국에서 공부를 잘 못 가르친다는 게 무슨 소리냐고 반박하실 거예요. 그런데 그 분들은 미국에서도 가장 좋은 학군에 사는 경우가 많죠. 그리고 한국에서 오는 학생들은 산수능력이 높은 경우가 많구요. 따라서 기존 산수능력만 갖고도 미국 학교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으니 기분 좋고, 기존에 약하던 영어실력은 당연히 늘어날테니 미국 교육의 질이 높다고 생각할테고,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대학 입시제도가 복잡해서 부모들에게 주어진 숙제 (정보 수집 및 학생 서포트)가 많으니, 경쟁이 세다는 인상을 주겠죠. 


2. 세번째는 주류판매점을 털어서 이백달러를 만들어야 하는 마리화나 중독자예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관객들은 이 여성이 중독되어 있는 건 마리화나 뿐 아니라 핸드폰이기도 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요. 주류판매점 주인은 석궁을 쏘기 시작하고 이 여성에게는 총 한자루가 있어요. 석궁에 맞고 주류판매점 주인에게 욕설을 던지면서도 이 여성은 계속 전화를 손에서 떼어놓지 못해요. 이 에피소드는 오히려 '블랙미러' 시즌 5 에피소드 '스미더린'보다 더 나은 것 같은데요? 차라리 '스미더린'을 빼고 이걸 넣었으면 훌륭한 '블랙미러' 에피소드가 되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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