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가 준비하는 생일파티

2018.03.20 11:25

애니하우 조회 수:1634

영미권 나라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첫 회식할 때 누군가 법인 카드를 꺼내길 기다리며 맛있게 비싼 거 시켜서 먹고 있다가 끝날 쯤 전부 주섬주섬 자기 지갑 꺼내길래 시껍했던 얘기를 한 5년 전에 듀게에  쓴 거 같네요.

그 때 다행히 현금이 지갑속에 있었길래 망정이지... 돈 없으면서 Lunch 모임 졸래졸래 따라온 눈치없는 신입사원이 될 뻔 했어요.


3월에는 회사에 모두 3명의 생일 파티가 있었습니다.

직원이 다합해서 17명인 회사라 그런지 모두의 생일을 챙겨주죠.

챙긴다는 것은

캘린더 초대장을 보내 몇날 몇일 몇시에 식당에서 OO의 생일을 축하하는 행사가 있다고 알리고

카드를 준비해 전 회사원에게 돌려서 축하의 말과 사인을 하게 하고

당일날 케익을 사오고 

벽장에서 주인공용 커다란 케익모양 모자와  다른 사람들의 고깔을 꺼내 쓰게하고
벽에 Happy Birthday! 벽장식 Bunting 을 걸고

노래를 부르고

케익을 잘라 먹고 덕담을 주고 받게 모든 과정을 주선하는 거죠.


이 일은 한국에서도 흔히 있는 일이겠죠?

한국에서는 이런 거 누가 준비하나요. 잘 모르지만 막내 여사원이 하지 않을까요?

우리 회사에서는 이 생일 축하를 생일 당사자가 속한 부서의 부서장이 합니다.

그 부서장이 케익을 고르기 때문에

케익 먹을 때는 주로 이 걸 어디서 샀네, 전에는 뭐 샀는데 그게 나았네,

내 생일 때도 이걸 부탁하네 어쩌구 하는 소리를 주로 나누죠.

어떨때는 케익 시간 전에 '기대가 안 돼. 그 부서장은 맨날 이상한 거 갖고 와 하고 흉을 보기도 합니다.


다 그렇겠지만  부서장은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습니다.

나이 지긋한 남자 부서장님이 얼마전에는 별로 달지 않고 훌륭한  초콜렛 머드케익을 준비했고

제 상사인 여성분은 오늘 라스베리 잼이 발린 치즈케익을 준비하셨네요.

무척 맛있었습니다. 홍차와 함께하니 더 좋았죠.

남은 거는 싸가지고 와서 아이들과 나눠 먹었습니다만

보통은 회사 냉장고에 넣어 놓고 다음날 먹죠.


그렇습니다.

상사는 팀원을 챙겨야 하는 것입니다.

봉사할 줄 아는 사람이 리더의 자리에 오르는 것입니다.

허허허. 그래서 저는 아직도 케익을 얻어먹기만 하는 위치인 것입니다.

네.


3월에 생일인 물고기 자리 분들, 생일 축하합니다. 라는 것이 이 글의 실제 목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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