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저리> 어, 누나. 단어 하나만 설명해줘.
머저리 누나> 구글링 해.
머저리> 안 나오니까 묻지. 오늘 교수님이 '속물발효'라는 말을 했는데 뜻을 잘 몰겠어.
머저리 누나> 첨 듣는 단언데? 내용의 맥락도 모르니 난들~ 
머저리> 권력론 강의 중 푸코를 언급하면서 어떤 부류에 대한 수식어로 그 단어를 썼어. 삼성 출신 김용철 변호사와 경제민주화 전도사 행세한 김종인을 예시로 들면서.
머저리 누나> 좀 생각해보자.

머저리 누나> 예시한 인물들 면면으로 보건대, 어둠 속의 일원이었다가 어떤 계기로 실존적 결단을 내려서 어둠 바깥으로 나온 사람들을 의미하는 것 같은데? 
머저리> ?
머저리 누나> <추격자>의 김윤석, <내부자들>의 이병헌/조승우, <공공의 적>의 설경구 같은 캐릭터가 더 선명하겠다.
머저리 누나> 한때 살고 싶은 대로 험하게 날것으로 살았던 이들이 어떤 임계점을 맞아 밝은 세상과 관계 맺으며 그 어둠과 맞짱뜨는 상황. 
머저리 누나> 데빌맨이나 블레이드 같은 이들, 그걸 표현하는 말 아닐까.
머저리> (경청)

머저리 누나> 우리 사회는 노골적으로 말하면 '원 스트라이크 아웃'의 사회야. 더 극단적으로 말하면 '안 바뀌는 사회'고.
머저리 누나> 거기에 작은 균열을 내주는 게 악인의 고뇌랄까, 성찰이랄까...에 의한 거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
머저리> 흠
머저리 누나> 그 교수도 같은 생각으로 그 단어를 쓰신 듯.
머저리 누나> 악인들은 부패한 세상의 노련한 전문가인데, 그들 중에서 자신이 저지른 오점에서 배우고 성찰해서 귀환하는 이들이 있거든.
그들이 사회에 타전하며 기여하는 바가 있으니 그런 단어조합이 나오는 듯.

머저리> 요즘 권- 언- 경이 고도유착돼 있는 사례가 까발려지고 있잖아. 그 꼬락서니를 보자면 우리 사회는 여전히 조선중기 당파싸움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머저리> 이 동네 저 동네 모두 사람이 없구나 하는 참담한 판단도 들고.
머저리 누나> 뭐 거기까지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같이 속물발효를 하면 이 사회는 분명 달라지겠지.                
머저리> 흠
머저리 누나> 새길수록 참신한 단어군.

머저리> 손석희 뉴스에서 우리사회의 '자정작용'에 대한 말을 자주 하던데, 현재의 권력배치 구도로 불 때 그게 가능한 일일까?
머저리 누나> TV가 없으니 손 사장이 무슨 말을 하는진 모르겠고, 말했 듯이 선한 좀비들보다는 권력의 악인이었던 이들이 어쩌다/혹은 어쩔 수 없이 토해내는 고뇌의 증언이 아직은 정의사회의 씨앗이 되는부분이 크다고 봄.
머저리> 알아들었음.

머저리 누나> 근데 왜 궁금한 걸 그 자리에서 선생님에게 묻지 않고 가슴에 묻었다가 엉뚱한 사람에게 치대지?
머저리> 그래서 학창시절 누나 별명이 '건방진 놈'이었다며. 난 나름 이미지 관리하는 거임.
머저리 누나> 속물발효가 필요한 인간이 많아. 많아도 너~무 많아. 
머저리> (메롱) 빠빠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81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7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720
123264 Ray Stevenson 1964-2023 R.I.P. [3] 조성용 2023.05.23 218
123263 [웨이브바낭] 80년대식 나이브함의 끝을 구경해 봅시다 '마네킨' 잡담 [24] 로이배티 2023.05.22 634
123262 1q84랑 국경의 남쪽 번역 관련 [2] catgotmy 2023.05.22 261
123261 [넷플릭스] 글리맛이 많이 나는 ‘더 폴리티션’ [9] 쏘맥 2023.05.22 794
123260 에피소드 #38 [2] Lunagazer 2023.05.22 82
123259 프레임드 #437 [4] Lunagazer 2023.05.22 98
123258 압구정 폭행남 사건에 대한 커뮤니티 반응 [7] catgotmy 2023.05.22 988
123257 듀게 오픈채팅방 멤버 모집 물휴지 2023.05.22 119
123256 치과 의자는 왜 그렇게 안락할까? [10] Sonny 2023.05.22 547
123255 [웨이브바낭] 나름 짭짤했던 B급 무비 둘, '완벽한 살인', '오피스 배틀로얄' 잡담 [2] 로이배티 2023.05.21 293
123254 넷플릭스 힘에 영화관 다 망한다는데 [3] 가끔영화 2023.05.21 603
123253 뇌절의 질주... 아니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보고 왔습니다... 흐미... [15] Sonny 2023.05.21 566
123252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catgotmy 2023.05.21 168
123251 프레임드 #436 [4] Lunagazer 2023.05.21 79
123250 스콜세지 신작 칸 프리미어 반응 [6] LadyBird 2023.05.21 672
123249 도르트문트 우승 가능?바이에른 주총리, "BVB는 우승하기에는 너무 멍청해"/해리 케인 자히비. daviddain 2023.05.21 85
123248 고양이의 보은 (2002) [1] catgotmy 2023.05.21 165
123247 [웨이브바낭] 피칠갑 인문학 고문 수업, '더 레슨: 마지막 수업' 잡담입니다 [3] 로이배티 2023.05.20 373
123246 [웨이브바낭] 호러라기 보단 감성 터지는 잔혹 동화, '굿 매너스' 잡담입니다 [4] 로이배티 2023.05.20 343
123245 (드라마 바낭) 무정도시를 밤새며 봤어요. 왜냐하면 2023.05.20 22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