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서 허덕허덕합니다. 쓰고 싶은 글은 많은데 시간 날 때까지 기다렸다가는 해 넘길 것 같네요.


1. 'Shape of water'


'Shape of water'를 대강대강 봤습니다. 어째서 대강대강이냐 하면, 중반에 접어들면서 가슴이 쫄밋해서 제대로 볼 수가 없었거든요. 눈을 가리고 보다 말다 하면서 결말까지 봤어요. 생각한 것만큼 엄청난 작품은 아니었어요. 오히려 최근 영화 중에서 저는 '겟아웃(get out)'이 더 좋았어요. 이 게시판에서 어떤 분이 '겟아웃'이 그렇게 명작이냐고 하시던데, 저는 명작이라고 생각했어요. 스피디하고 유머러스하고, 현실과 근접해있어서 눈물이 날 것 같고. 그리고 젊은 흑인의 몸에 대한 숨은 욕망을 뚜렷하게 보여줘요.


샐리 호킨스는 얼마나 좋을까요. 자기 매력을 다 드러내는 역할을 죽기 전에 맡았으니 말이예요. 그리고 악역 역할 맡은 사람이 마이클 쉐논이라면서요? 세상에 어쩜 그렇게 연기를 잘하나요. 


저와 같이 영화를 본 사람에 의하면, 옥타비아 스펜서가 역할을 맡은 젤다 플러의 중간 이름이 들라일라라는 것은 우연이 아닐 거라고 하네요. 마이클 쉐논이 분한 리차드 스트릭랜드는 삼손과 데릴라 (들라일라) 이야기를 하면서 젤다를 위협합니다. 그리고 삼손처럼 힘을 내어서 너희 모두들 부숴버리겠다고 하죠. 그런데 삼손이 죽은 신전은 다곤의 신전이었거든요. 다곤은 물고기의 신입니다. 


2. '나의 아저씨'


황진미씨가 '나의 아저씨'에 대한 평론을 남겼네요. 주인공 남자 박동훈 (이선균 분)은 45세, 이지안 (아이유 분)은 21살로 24살 차이가 나는데, 박동훈네 '아저씨 삼 형제와 이지안이 상대방의 삶을 보면서 서로룰 치유하는 이야기' (출처)라고 하네요. 공중파는 아니고 tvN에서 방영한다고 하네요. 이 드라마 제작한다고 할 때 페이스북에서 이런 글을 봤어요. 아니 여자들은 이제까지 재벌 2세와 연애하는 신데렐라 이야기로 적나라한 판타지의 재미를 보지 않았느냐고. 그런데 21세와 연애하는 45세 남자 판타지를 남자들도 즐기면 안되느냐고. 


그래? 그럼 한 번 남자가 즐기고 싶은 판타지가 뭔지 보여줘봐. 하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1회부터 사채업자 이광일이 이지안을 개처럼 패는 걸로 시작했다는군요. 


3. 어린이에게 인형 몇 개를 주고 놀아보라고 하면 


예전에 오늘의 유머에서 '엘사 박물관'이란 걸 본 적이 있어요. 루리웹에는 '심즈로 보는 인간의 잔인함'이란 포스팅이 있구요. (클릭하면 링크 뜹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심즈라는 버추얼 게임이 있는데 (다들 아셨나요), 그 안에서 유저들이 심들에게 하는 잔인한 짓을 모아놓은 거예요. 이걸 읽으면서 아동 심리치료에 가족 인형을 주고 놀아보라고 하는 게 떠올랐습니다. 자유롭게 놀 수 있고 이야기를 꾸며낼 수 있으면 아동이 평소에 보고 듣고 생각한 것이 드러난다는 그런 이야기죠.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읽으면서 비슷한 생각이 들었어요. 이건 진짜 10대 소녀들의 '욕망'이 그대로 드러난 작품이구나 하구요. '트와일라잇'에서는 남자 주인공 에드워드와 여자주인공 벨라가 만나서부터 성관계하기까지 스토리가 아주 길어요. 성관계에 대한 두려움은 있지만 달콤한 연애를 즐기고 싶은 욕망, 멋진 남자친구를 갖고도 싶지만 야성적인 남자에게서 구애받고 싶기도 한 욕망, 아이를 갖고 싶지만 육아는 하고 싶지 않은 욕망을 뚜렷히 보여주죠.  


지금 스물 한 살 여자주인공 인형, 마흔 다섯살 남자주인공 인형을 갖다주고, 이걸로 네가 놀고 싶은 대로 놀아봐 했더니, 먼저 스물한 살 여자주인공 인형을 집어들어서 사채업자시켜 퍽퍽 치는 걸로 이야기를 시작했단 말이예요. 그리고는 맞는 여자더러 "너 나 좋아하지?"란 가당치도 않은 대사를 치게 하고. 이게 진짜 40대 남자들의 판타지면 40대 남자들 집단 무의식에 큰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저는 방송을 종영하라고 압박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나는 아저씨' 제작진의 창작의 자유를 존중해요.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어요. 도대체 어디까지 욕망의 바닥을 드러낼 건가 궁금해요. 


4. 요즘 Graduate Center, CUNY의 토론 시리즈를 듣습니다. 이 중에서 After Piketty 토론이 아주 좋아요. 


https://www.youtube.com/watch?v=76FsIlO06X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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