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은 거품

2018.05.03 14:31

soboo 조회 수:1959

지난주 판문점 정상회담 이후 김정은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이 그 전에 10%대에서 70%대로  +60% 가까이 핵상승했다고 합니다.

특히 젊은층에서는 sns 등을 통해 국가보안법에 걸리면 걸릴만한 아슬아슬한 수위의 호감이 나타날 정도라고 하는군요.


거품이죠. 

그래봤자 민주주의 국가의 시민들 기준에 한참을 못미치는 세습왕조국가의 수반일 뿐입니다.

페미니즘 관점에서 보아도 자기 여동생을 제외한 모든 고위급 인사를 알탕으로 꽉채워 놓은 후진국이구요.

(첫 상견례 8vs8 에서는 남북이 동일하게 여성 1인이었네요. 와~ 여혐분야에서만큼은 이미 남북동질성 개쩌네요! 

다만 만찬에서는 김현미장관과 추미애대표가 가세하면서 3:1 이 되었으니 조금 우월 옛다~인정)


그런데 말이죠.

이 거품을 만든건 사실 시민들이 아니라 지금 시민들에게 훈계질 하는 것들, 즉 지난정권 부역자들과 보수언론입니다.

-10점 짜리 북한 정권을 -70점이라 떠들어 대었으니 +60 효과가 나타난 것일 뿐이죠. 

전형적인 착시효과입니다.



애초에 -10점이라고만 했어도 이런 거품이 생기지 않았을텐데

보수정권과 보수언론이 오바를 떤 덕분에 이런 거품이 생겼다면 

결국 -10점으로 원상복귀가 될 일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보수정권에 숟가락을 얹었던 정치인들과 보수언론이 -70을 그대로 유지하면

그 반발로 거품은 상당 기간 유지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이런 거품이 처음은 아닙니다.

1980년대말~90년대초 대학가에서 '북한 바로 알기 운동'이 거세게 일었던적 있었습니다.

혹자는 이것이 주사파에 경도된 학생운동권의 조작질로만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아요. 

극소수 운동권의 선동에 의한 것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굉장히 큰 대중적 반향을 일으켰던 운동이었어요.

그 북한바로알기 운동의 대중적 동력을 가장 크게 구성했던 것은 골수 운동권이 아닌 신입생들을 비롯한 '일반학우'였거든요.


한글을 배우기 전부터 북한을 뿔달린 악마 정도로 세뇌 당하며 평생을 살다가 그 곳에서도 '사람이 살고 있었네' 정도만

알게 되어도 충격이 클 수 밖에 없었어요. 

북한바로알기 열풍의 실체. 그건 북한에 대한 열망이 아닌 지난시절 자신을 속여온 국가, 사회에 대한 반발이 본질이었다는거죠.


개인적으로 그 당시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례 하나는

북한(연애)소설이었어요.  

너무 오래전이라 잘 기억이 안나지만 평범한 여성이 주인공이었는데 정치색이 거의 없는 생활인으로서의 북한사람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기억입니다.


아.... 그곳에서도 사람들이 있고 사랑하고 갈등하고 바둥대며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한 인식을

그 때 처음으로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당시 북한바로알기 운동에 가장 큰 '지분'을 차지했던 북한서적들이 엄청나게 불법,합법 유통망을 통해 쏟아진 덕분에

많은 책들을 읽었는데(아마 전문적으로 북한을 연구하는 사람들 제외하면 그 당시 저만큼 북한서적을 많이 읽은 사람이 없을거에요. 

왜냐면 당시 제가 대학가서점 매니저)

읽으면 읽을수록  바로 그 '거품'이 사라지더군요.


북한정권, 북한사회시스템이 어떠한 역사적 맥락과 의지와 동력으로 굴러가는지는 이해를 할 수는 있었어요.

이해를 넘어 인정할 수 있는 부분도 많았구요.  그런데 금방 한계가 오더군요.


"그래 그들이 그럴 수 밖에 없었고 이럴 수 밖에 없는건 알겠는데 나와 우리가 (1980년대말) 지금 (남한)여기에서 

저런 선택을 하는건 전혀 별개의 문제다"


1990년대 주사파가 주동하던 학생운동이 스스로 자멸을 초래한건 '거품'을 극복하지 못했던 탓이었다 생각합니다.

북은 그럴 수 밖에 없었다 하더라도 남한에서 1980년대를 거처 21세기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같은 방식, 선택을 한다는건

아주 멍청한 행동이었다는거




요 몇일, 극우야당과 조중동에서 시민들의 북한정권에 대한 우호적 반응에 대해 완장질 꼰대질 시비가 한참입니다.

북측 공연단장으로 지난 겨울 평창에 나타났던 현송월이 수년전 포르노 영상물을 유통한 죄로 총살당했다고 떠들던데 조선일보입니다.

총살당했다던 사람이 버젓이 (당시 기준) 매우 중요한 직책과 임무를 갖고 책임자로 남측에 내려왔었다는 것이

바로 '거품'의 주범이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 아닌가 해요.

그 뿐인가.... 판문점 회담을 일주일 앞두고 북한 군부 서열 2위정도 되는 사람이 회의시간에 조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 하나로

처형될지도 모른다는 기사가 났었죠.  그런데 바로 그 북한 장성 역시 보란듯이 문재인 앞에서 거수경례를 하는 장면을 생중계로 보게 됩니다.


북한과 관련해서 보수정치세력과 언론의 프레임, 필터가  현시기 북한에 대한 시민들의 '거품' 애정을 만들어 냈다면

그 거품을 없에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 스스로 그저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더 많이 알리는게 최선입니다.


계속 -10을 -70이라 떠들어 대봤자 +60 착시 역효과만 낳게 되고  자신들만 고립되어 삐뚤어질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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