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05 02:40
이제 벌써 제작년인가, 밤 늦게 어머니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집을 담보로 2억인가를 대출해 달라고 누나가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고, 얼떨결에 알았다고는 했으나 너무 당황스러워서 제게 전화를 하신 거였어요.
어머니에게 내용을 들어보니 중국 홈쇼핑 채널을 통해 화장품을 판매하려는 작은 업체가 있는데 당장 급전이 필요해서 누나가 여기에 투자를 할려고 한다고.
그런데 최소 2억이 당장 내일까지 필요한데 누나에게는 돈이 부족하니 남자친구가 어머니 집을 담보로 대출하는 방법을 권유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단 3개월이면 원금이 회수되고 이후 매달 수백~수천만원씩 수익이 난다고 누나가 확신을 하며 자기 믿고 담보대출 해달라고 그랬다는데,
아직 사드보복을 맞기 전이고 한류 영향으로 한국 화장품이 중국에서 핫하던 시절이라고는 해도 이야기가 뭔가 냄새가 났습니다.
솔직히 3개월만에 투자자에게 원금 돌려주고 이후 꾸준히 수백~수천씩 수익금을 지급 가능한 대박사업이 있을리도 없고,
만약에 정말 그런 좋은 사업이 있으면 저같으면 그냥 제가 사채 얻어서 혼자 하거나 가족들 동원하지 절대 다른 사람 투자 끌어들이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내일까지 2억 투자를 확정하지 않으면 다른 투자할 사람 많으니 빨리 결정하라고 남친이 부추기고 있었는데, 이 남친을 제가 당시 사기꾼으로 의심하고 있었거든요.
결국 허풍 아니면 사기일 가능성이 거의 100%라 여기에 집 담보대출로 들어갔다가는 집이 날라가게 생겼는데, 마음 약한 어머니가 OK를 해버린 상황.
아버지 돌아기시고 연금 받아서 생활하는 어머니 집을 가지고 담보대출을 하자는 발상 자체는 남자친구놈 머리에서 나왔다고 쳐도 그걸 듣고 집에 전화한 누나는 대체 뭔 정신머리인지...
그래서 다음날 아침에 누나에게 전화를 해서 내가 보기엔 사기 같으니 투자 안하는게 좋겠다...특히 집 담보대출은 너무 위험하다 하고 말을 했다가 난리가 났습니다.
니가 뭘 아냐, 사기 절대 아니다, 내가 사기나 당할만큼 멍청해 보이냐, 그리고 이게 어머니 집이지 네 집이냐, 어머니가 오케이 했는데 왜 니가 나서서 안된다고 난리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더군요.
뭔가 말리기는 힘든 분위기라, 최소한 사기는 안당하게 누나도 어릴적부터 알고 지낸 제 친구 변호사에게 연락해서 계약서나 그런거 꼼꼼하게 살피라고 하고,
거기까지는 누나도 수긍을 해서 제 친구가 누가가 업체 사람 만나는데 동행을 했습니다.
변호사 친구의 진단은 자기가 보기에도 사기 가능성 있고 사기가 아니더라도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것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나는 계속 어머니에게 연락해서 대출 절차를 밟게 하더군요.
그런데 천운이 따랐는지 은행에서 담보대출 절차가 생각보다 까다로워 기한이 늦어지면서, 업체에서 말한 투자 데드라인이 지났습니다.
(처음엔 다른 투자할 사람 많다며 당장 내일까지 확정하라던 업체는 물론 투자 기한을 계속 조금씩 연장해 주더군요...하하)
그리고선 제 친구가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겁을 주기도 했고...
무엇보다 늙으신 어머니가 비 오는 날 집 담보 대출 받기위해 은행 여기저기 뛰어다니다 헛수고를 하시니 누나가 보기에도 좀 아니다 싶었는지 결국 집 담보 대출은 포기했는데...
대신에 보유하고 있던 펀드와 적금, 보험을 모두 깨고 여기에 마이너스 대출까지 껴서 2억 정도 자비를 마련해서 투자를 하더군요.
이 역시 제 친구가 열심히 말렸지만 저랑 어머니는 저러다 정말로 대박 아이템이면 가족을 얼마나 원망할까 싶기도 하고, 또 본인이 본인 돈으로 투자하는 것까지 막을 길은 없어서 결국 냅뒀습니다.
얼마 후, 사드 사태로 인해 중국과의 관계가 급 냉각되며 중국쪽에 물건을 팔던 화장품 업체들도 크게 타격을 받았습니다.
누나가 투자한 업체가 중국의 사드 보복 때문에 같이 망한 것인지, 아니면 원래 가망이 없던 것인지, 아님 처음부터 사기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때 투자한 돈을 모두 날린 누나가 업체 대표를 사기로 고소했고, 민사에서 승소를 했으나 업체쪽에 처리 가능한 자산이나 재산이 없어 돌려받지는 못한 상황.
누나는 지금 그래서 통장이 마이너스인 상태로 살아가고 있지만, 만약에 당시에 집 담보 대출을 들어갔으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어머니가 짊어지셨겠죠.
그런데 최근에 누나가 어머니와 대화 중 뉴스킨 이야기를 하며, 친구 하나가 샘플을 몇개 줘서 써봤는데 이게 물건이 좋고, 최근 강연도 갔다 왔다고...
뉴스킨이 비록 다단계이기는 하지만 다른 다단계와는 좀 다르다고 설명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저와 어머니 먹으라며 집에 뉴스킨 물건들을 택배로 보내왔는데, 무슨 아이크림 병보다 조금 큰 통에 들은 개당 4만원짜리 유산균 2개였습니다.
초현실적인 가격에 놀라서 뉴스킨이 뭔지 자세히 찾아보니 암웨이에 이어 규모로는 두번째인 국제적인 다단계 회사이고 피해 사례들도 적지 않더군요.
그래서 어머니도 저도 다단계는 좀 걱정이 된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자기는 챙겨준다고 보낸건데 딴지 건다며 또 난리가 났습니다. 다단계라 마음에 안들면 버려라, 앞으로 난 집에 아무것도 안해줄테니 집안 일은 니가 챙겨라 등등
이미 어머니한테도 연락해서 한바탕 난리를 친 모양이고...그냥 뭔가 골치아프네요.
사기 한번 크게 당했으면 조심할법도 한데 이번엔 다단계인걸 알면서도 뉴스킨에 발을 담그다니 걱정이 되는게 당연한데, 가족 말은 아예 듣지를 않으니 이건 뭐...
2018.05.05 07:34
2018.05.05 11:06
2018.05.05 11:12
동기간이 제일 어렵죠 영 아니다 싶으면 끊고 싶어도 부모 생전에는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고 또 무시하려고 한다고 마음이 안 쓰이는 것도 아니고...
2018.05.05 15:15
참 사회적 문제네요
2018.05.05 17:10
앞으로도 되풀이 될 가능성이 크고,
더 최악은 누나 빛을 가족이 갚아줘야 하는 경우도 생길수 있습니다.
예견되거나 걱정되는 미래에 대해 어머니께 잘 설명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셔야 할것 같아요.
어머님 재산을 지켜드려야 누나가 개인파산을 하더라도 노숙을 면하게 할수 있어요.
(물론, 젊으면 개인파산 조건도 안됩니다.)
2018.05.06 01:05
누나가 다단계에 가입하는 것은 동생이 참견할 바가 아니에요. 전의 화장품사기도 언급할 필요없고요. 괜히 사이만 나빠집니다.
제일 문제는 누나가 아니라 어머니에요. 연금생활자가 선듯 집을 내준거나 마찬가지인 행동을 하는 건 어머니도 혹했던거라고 생각해요. 아들에게 전화한 건 동의를 얻음으로써 책임의 일부를 전가한거고.
골치아픈김에 가등기나 역모기지로 돌려놓는게 좋을 듯합니다.
2018.05.07 03:26
어머니는 저에게는 처음부터 내키지 않는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셨습니다. 단지 누나가 엄청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누나가 몰아붙이기 시작하면 어머니가 쩔쩔 맵니다. 누나때문에 엄청 많이 우시기도 하고, 그 와중에 자식이라고 뭔가 부탁을 하면 또 거절도 못하세요. 저한테 전화하신 것도 혹 해서가 아니라 거절을 해야 하는데 못해서 이거 어떻게 해야 하냐고 하신거에요. 사정도 모르면서 함부로 말씀하지 마시길...
그리고 본인이 사기 당한거 어차피 본인 속이 더 아플터라 저도 전혀 언급 안하고 있어요. 그냥 집 담보 막은 것으로 만족하고 어머니한테는 혹시라도 다시 집 담보나 비슷한 말 나오면 절대 마음 약해져서 해주지 말라고 당부만 드렸는데, 이번에 누나가 다단계 상품 좋다고 선전을 하니 어머니가 또 걱정을 엄청 하셔서 언급을 했던 거에요. 뭐, 말씀하신대로 결국 사이만 나빠지긴 했습니다.
아하하.. 가족적(?)인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군요. 연좌가 되는 것을 조심하면서 지켜 보는 수 밖에 없다니 힘드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