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거리)

2018.05.24 02:25

여은성 조회 수:945


 1.전에도 썼지만 늘 궁금해요. 왜 한남들은 어깨를 비키지 않는 거죠? 아니...한남이 아니라 수컷인가? 하여간 이상하다고요. 나는 늘 지나가면서 어깨를 부딪힐 상황이면 폐가 되지 않게 바로바로 비켜 주거든요. 한데 수컷들은 도저히 그러지를 않는다고요. 그렇게 지나가면 '아니 왜 나만 이렇게 배려해 줘야 하지?'라는 의문이 들죠.



 2.최근엔 파리바게트에 들렀다가 룰루랄라 돌아가고 있었어요. 늦은 시간인데도 먹고 싶었던 빵을 GET할 수 있어서요. 그리고...앞쪽에는 웬 커플이 오고 있었어요. 경로상, 이대로 가면 어깨를 부딪힐 상황이었죠. 나는 나도 어깨를 비키고 상대도 어깨를 비키며 지나가는 멋진 광경이 연출되길 바라며 어깨를 비켰어요. 그야 여러분도 알겠죠. 그자가 어깨를 비켰다면 이 글이 쓰여지지 않았을 거라는 거요. 그는 내가 어깨를 비켜주는 게 당연한 거라는 듯 무심히 지나갔고 나는 다시 그들을 따라갔어요. 


 그리고 '반드시 이 놈을 넘어뜨려야겠다.'라는 마음을 먹고 어깨빵을 해 줬어요. 유감스럽게도 그는 넘어지지 않고 약간 휘청거렸어요. 나는 침착하게 쌍욕을 해 주고...그가 따라오길 기다렸지만 그들은 잠깐 당황해하더니 그냥 가버렸어요.


 정말 이상해요. 여친 앞에서 쌍욕을 먹고도 덤비지 못할 거면서 애초에 왜 기본 예의도 안 지키는 거죠? 기본 예의도 안 지켰을 때 일어날 수도 있을 일에 맞설 수 없다면 잘 지키고 다녀야죠.



 3.조금 전에는 먹을 걸 사러 밖에 나갔어요. 한 정거장 걸어갔지만 허탕을 쳤고, 다시 돌아오고 있는데 앞에 한 무리의 수컷들이 치킨을 먹으며 오고 있었어요. 인도 한가운데를 점유한 채로요. 마음씨 착한 나는 인도 구석으로 비켜 줬지만 그들이 인도를 지나치게 점유하고 있어서 어깨를 부딪힐 상황이었죠. 나는 어깨를 피해주려다가...그러기 0.5초 전에 그만뒀어요. 왜냐면 인도 구석으로 비켜주는 것까지 했는데 그 쪽에서 어깨쯤은 비켜주는 게 저울의 균형이 맞는 것 같아서요. 


 매우 유감스럽게도 다가오던 작자는 그런 예의에 관심이 없었고 그가 먹던 치킨이 땅바닥에 떨어졌어요. 나는 그냥 지나갔는데 놀랍게도 뒤에서 '야'라고 누가 말한 것 같았어요. 


 만약 이 곳이 cctv가 없는 낙후된 곳이었다면 그래요. 어떤 남자가 한 지나가는 남자에게 야라고 불렀다...? 그건 그가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 것까지 각오했다는 뜻이라고 난 생각하거든요. 나는 가던 발걸음을 돌려서 다시 돌아갔어요.



 4.휴.



 5.그리고 그들의 면면을 확인하고 안심했어요. 셋 다 키와 체격이 나쁘지 않은 편이었거든요. 여기서 이 셋을 땅바닥에 눕혀버려도 이놈들을 내가 괴롭힌 걸로는 보이지 않겠구나...싶어서요. 


 그리고 그에게 다가가며 한가지를 더 계산해 봤어요. 지금부터 야만적인 상황이 일어난다면, 나의 잘못은 얼마나 있는 건가...하고요. 내게도 책임이 있는 거라면 얼마쯤 봐줘야 하니까요. 그러나 다가가면서 아무리 생각해 봐도, 책임 비율은 전혀 내게 없었어요.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내 탓은 아니다...라고 여기게 되니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가까이 가자 그는 지금 미안하다고 하셔야 하지 않냐고 따졌어요. 이건 어이가 없었어요. 인도를 거의 점유한 사람들을 상대로 볼멘소리 없이 가장자리로 비켜 주기까지 했는데 어깨까지 비켜 주길 바라는 건가 싶어서요. 지금 혹시 머릿수를 믿고 이런 실수를 하는 걸까 싶어서 대답해 줬어요. 아저씨도 어깨를 비키지 않았고 나도 어깨를 비키지 않았다고요. 어느 한 쪽이 어깨를 비켜줬으면 된 거라고 말하고...약간의 도발을 하면서 등을 돌렸어요. 최대한 천천히 걸었지만 그들은 덤벼오지 않았어요.


 이건 정말 이상한 일이예요. 왜 수컷들은 모이기만 하면 더 와이어에 나오는 갱들처럼 인도를 점유하고 낄낄거리며 다니는 걸까요. 주위를 신경도 안 쓰고.



 6.그러고보니 전에도 비슷한 글을 썼었죠. 어떤사람들은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겠죠. 무슨 중세시대에 살고 있는 거냐고요. 그러나 아니예요. 중세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러는 거죠. 이렇게 발전된 사회에서 주어지는 혜택들은 모두의 복지를 위한 거잖아요. 


 이렇게 발전된 사회이기 때문에 무례함은 곧 비열함인 거예요. 이 시대의 무례함은 다른 시대에서의 무례함보다도 더 내 심기를 건드리고 있어요.



 7.이건 그냥 써보는 거예요. 좀 이상해 보일까봐...내가 인간을 미워하지 않는다는 예를 들기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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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쳇...그런데 삭제 요청이 들어와서 여기에 쓴 일화는 지워졌어요. 뭐 어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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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저런 곳에 가다 보면 이상한 남자들이 있어요. 자신이 오늘 당장은 좀더 나은 조건에 있다는 이유로...또는 그런 착각으로, 다른 남자들에게 무례하게 구는 남자들이요. 나는 그들을 반면교사로 삼았죠. 일단 어울린다면,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을 잊어선 안된다고 말이죠.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를 까내려서도 안 되고 면박줘서도 안 된다고요. 누군가의 뚜쟁이 짓을 시켜서도 안 되고요. 


 존중을 해줄 수 없는 상대라면 처음부터 어울리지를 말고, 일단 어울리게 된다면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는 거 말이죠. 전에 썼듯이 나는 모든 남자의 안에 왕자가 있다고 믿거든요. 그가 누구든, 어떻게 살고 있든 그와 어울릴 때는 그의 마음속에 있는 왕자를 상처입히는 언동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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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은 이렇게 하지만 그동안 잘 지키지는 못했어요. 그래서 가장 좋은 건 애초에 사람을 안 만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사람들은 떨어져서 보면 그렇거든요. 얼굴도 흐릿하고 이름도 흐릿해요. 그래서 그들 때문에 마음아플 일도 없죠. 반대로, 그들도 나 때문에 마음아플 일이 없고요. 아무에게도 가까이 가지 않고 이 세상에서 고립되는 것이 최선 아닌가 싶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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