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선물 받은 이어폰이 하나 있었어요. 박스채로 두고 쓰지 않았습니다.
소리를 섬세하게 읽진 못해서 애플 번들 이어폰만 쓰고 있었죠.
초여름이 되고 문득 생각이 나서 밀봉된 상자를 열었습니다.
뭐가 문제였는지 3일만 이어폰이 단선되더군요.
AS 센터를 알아봤는데 그새 업체가 애플로 인수되어 뭔가 절차가 복잡해져 있더라고요.
정식으로 수리를 받긴 어려울 거 같아서 인터넷을 뒤지다가
비공식으로 수리하는 이어폰 수리 장인을 발견했습니다.
홈페이지에 쓰여있는 수리 장인의 글들을 읽게 되었는데
문장과 단어 하나하나에 묘한 강박이 서려있더군요.
팔목의 신경 다발처럼 섬세한 전선을 찾아 잇고 납땜하는 직업적인 일상이
거창한 에세이가 아닌 택배 부치는 요령을 설명하는 글에도 녹아있는 게 신기했습니다.
세상엔 글쓰기에 관한 작법서도 많고 수업도 선생님들도 넘쳐나죠.
그럼에도 글쓰기란 쉽지 않습니다.
단어와 문장을 잇는 기능적인 글쓰기는 게임의 이지모드 같지만,
글에 색깔을 담겠다고 의욕을 내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하드모드가 펼쳐집니다.
작가 일생의 색채부터가 선명해야 하는데 그런 순간들은 찰나적이거나 많이 노력해야 하죠.
새삼 세상 모든 작가에게 존경심을 갖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