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자였던가? 그 드라마에서 한 회장이 말하죠. '가장 강한 사람은 그 누구도 먼저 찾아갈 필요가 없는 사람이다.라고요. 실제로 그 드라마에서 회장이 누군가를 먼저 찾아가는 법은 거의 없어요. 그 회장이 머무는 방으로, 그 회장이 제공해줄 수 있는 무언가를 원하는 사람들이 줄곧 찾아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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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젠더이슈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종종 논쟁하죠. 여자로 태어나서 살기 좋은가 살기 어려운가에 관해 말이죠. 어떤 여자들은 '우리 나라는 여자로 태어나서 살기 좋은 편인 나라 아니냐'...라는 말을 듣는 순간, 자신이 여자이기 때문에 당해 왔던 일을 열거하며 반격하기도 하고요.


 뭐...나는 늘 쓰듯이 도덕이나 윤리나 정체성이나 그런 건 별로 관심 없어요. 내가 관심있는 건 늘 인간의 욕망이죠. 그리고 인간들 간에는 늘 욕망의 주체인 사람과 욕망의 대상인 사람이 있는 법이고요. 



 2.상당한 수준에 이른 페미니스트 남자들은 이렇게 말하곤 해요.


 '형도 여자들이 얼마나 고통받는지 알아야 해! 이 나라에서 말이야! 내가 아는 여동생은 직장 다니면서 소름끼치는 일을 몇 번이나 겪었다고! 나이든 아저씨들이 온갖 이상한 말이나 터치를 시도하는 걸 매일 겪는다니깐! 그게 이 나라에서 여자들이 매일 겪는 일이야!'


 ...라고요. 하기야 내가 여자라도 그런 건 싫을거예요. 돈도 없고 매력도 없고 권위도 없는 아저씨가 젊은 여자인 내게 감히 들이댄다면 말이죠. 내게 들이대도 되는 건 잘생겼거나, 잘생기고 돈많은 남자여야 하겠죠. 


 밖에서는 말도 못붙여 볼 남자들이 같은 사무실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젊은 여자인 내게 뭔가를 시도한다...? 이건 머리끝까지 빡칠 일이 맞아요. 역지사지로 생각해 봐도요.


 한데 사람들은 저런 일들을 '이 나라에서 얼마나 여자들이 권력이 없는가.'라는 주장의 예로 써먹으려는 것 같아요. 하지만 글쎄요. 내가 보기엔 반대예요. 


 

 3.그야 위에 쓴 예는 빼도박도 못하게 직장 내 성희롱이 맞아요. 하지만 '저 아저씨들이 왜 저 여자들에게 성희롱을 했을까?' 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사람들은 이런저런 다양한 이유를 들어 설명할 수 있겠지만 나는 한 마디로 대답할 수 있어요. 저 여자들이 저 아저씨들에게 먼저 성희롱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니까 참다 못한 저 아저씨들이 저 여자들에게 성희롱한 거죠.


 누군가는 '아니 이게 웬 헛소리야?'라고 하겠지만 내 말이 맞잖아요. 젊은 신입 여직원이 먼저 다가와서 밥을 먹으러 가자고 하거나 먼저 다가와서 차를 마시러 가자고 하거나 먼저 다가와서 영화를 보러 가자고 했다면, 거리를 좁히기 위해 남자 쪽에서 먼저 다가가서 성희롱할 필요가 없는 거예요. 왜냐면, 저쪽에서 이미 다가와서 거리가 좁혀졌으니까요.



 4.휴.



 5.그야 이건 어쩔 수 없어요. 여성이 먼저 무언가를 하자고 할 정도의 남자라면, 그는 뭔가 하나쯤은 갖춘 남자니까요. 돈이 엄청나게 많거나 외모가 엄청나게 괜찮거나 상당한 수준의 권위를 갖췄거나죠. 하지만 같은 직장에 다니는 수준의 남자라면 일단 금전적으로 압도적일 리는 없겠죠. 외모의 경우엔 있을 수도 있겠지만, 상당한 수준의 권위를 갖춘 사람따위는 직장에 없고요. 왜냐면 직장에 다니는 이상 노동자일 뿐이잖아요? 그야 대기업의 임원 정도면 모르겠지만 그 정도면 물리적으로 가까워질 기회가 없을 거고요.


 그러니까 직장에서 아주 약간 더 높은 지위를 빌미로 다가오는 남자들은 여자들에게 '나쁘게 말해질'수밖에 없는거예요. 어쩔 수 없죠. 


 한데 그 남자들 또한 어쩔 수 없는 거예요. 압도적인 돈도 없고 압도적인 외모도 없고 압도적인 권위도 없고...유일하게 유리한 점이라고 여겨지는 게 아주 약간 높은 직장에서의 직위뿐이니까요. 그거 하나 믿고 다가가 보는 용기를 내는 거고, 결과는 대부분 좋지 않은 거죠.


 아니 정말...말 그대로 어쩔 수 없는거예요. 여자와의 거리를 좁히고 싶으면 '먼저 다가가야만'하는 입장의 남자들 말이죠. 저쪽에서 원하지도 않는데 이쪽에서 다가간다는 건 90% 가량은 서툴러 보이거나 음흉해 보이는 법이거든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디폴트 상태에서는 여자들이 권력자인데 말이죠.

  


 6.어떤 사람들은 동의하지 않겠지만 나는 늘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평범한 여자 정도만 되어도, 그녀는 권력자가 될 수 있다고요. 그래요...여자들은 남자들에게 있어 욕망의 대상이니까요. 평범한 여자라도 꼭 그래야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애인 5명을 동시에 만들 수 있어요. 하지만 남자는 애인 5명을 동시에 만들려면 무언가 한가지는 압도적인 리소스를 갖춰야만 하죠. 그리고 그건 매우 힘든 일이고요.



 7.그야 여자들은 신체적으로 취약해요. 욕망의 대상으로 산다는 건, 치안이 보장되지 않는 곳에서 어떤 일을 당할지 알 수 없다는 뜻도 되기 때문에 고대부터 여자들은 위협에 시달려야만 했죠. 발전되지 않은 사회에는 불가시 영역이 많으니까요.


 하지만 사회가 고도화되면 고도화될수록 그런 약점은 상당히 사라지고, 욕망의 대상으로서 누릴 수 있는 장점만이 상당 부분 부각되게 되죠. 위에 쓴 질문...'현대의 한국에서 스펙이 동일하다면 여성 쪽이 유리한가 불리한가.'에 대한 답은 모르겠어요. 그건 상황에 따라 다르고 개인의 성향에 따라서도 다르니까요.


 허나 내게 여자로 태어날 건지 남자로 태어날 건지를 고르라면? 평균보다 약간만 위의 외모만 보장된다면 여자 쪽을 고를거예요. 왜냐면 나는 늘 말하듯이 리소스의 확보에만 주력하거든요. 평균 수준의 외모이기만 하면 자산(asset)을 하나 더 확보하고 시작하는 것과 같으니까요. 



 8.이렇게 썼으니 다들 이해하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나의 범위는 꽤나 협소해요. 예를 들어서 여성을 좋아하는 것...그건 내가 좋아하는 게 아니죠. 이번 생애에서 나의 자아에 입혀진 몸...그 몸에서 나오는 테스토스테론이 좋아하는 거죠. 자아가 이 몸과 결합되었기 때문에 여자를 좋아할 뿐이지 조건이 좀 달랐다면 남자 몸을 가지고 남자를 좋아했을 수도 있고 여자 몸을 가지고 여자를 좋아했을 수도 있겠죠. 


 그래서 신체조건 같은 것도 늘 자산의 일부라고 생각하며 살아요. 진정한 의미로서의 나 자신과는 분리된 자산...감가상각 되어가는 자산 말이죠. 이렇게 자아를 제외한 모든 것을 자산이라고 여기는 나는 스칼렛 요한슨을 잘 이해할 수가 없어요. 


 요즘 스칼렛 요한슨은 몸에 관한 질문이나 패션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적대적으로 받아치잖아요? '당신들은 내게 물어볼 게 그것밖에 없느냐. 남자 배우들에겐 질문 다운 질문을 하면서? 거 존나게 기분나쁜데.'라고 말이죠.


 한데 이건 이상한 거예요. 요한슨이 가진 자산 중 가장 높은 밸류를 인정받는 게 바로 그녀의 신체조건이잖아요? 노력 없이 우연히 획득한 신체로 수백억원쯤은 벌었고, 앞으로도 많이 벌건데 그녀는 자신이 가진 최고의 자산에 대한 감사함이 전혀 없는 것 같아서 말이죠. 


 나라면 가끔씩 혼자 있을 때마다 중얼거릴 거예요. 


 '어쩌면 아주 끔찍한 곳에서 끔찍한 대접을 받으며 살았을지도 모르는 나의 자아가, 다행히도 이 그릇 안에 담겨져 사랑받으며 살게 되었어. 나에게 사랑과 권력과 거대한 승리...이 모든 것을 제공해준 나의 그릇에 너무나 감사해.'


 ...라고 말이죠.



 9.하하, 그야 뭐 이건 나의 생각일 뿐이예요. 사실 내가 가진 귀중한 자산들은 나 자신과 결합되어있지 않은 자산들이 대부분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나는 늘 나의 자아와 나의 자산을 분리해서 생각하죠. 한데 스칼렛 요한슨처럼, 자신의 자아와 결합되어있는 것을 자산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자아와 자신의 자산과의 경계가 좀 불분명하게 느껴질 거예요. 그러니까 감사할 줄도 모르죠.


 그러나...나는 자아와 자산을 매우 확실히 구분하는 편이죠. 하긴 이 세상엔 권력이나 돈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사람들이 꽤 많아요. 그들은 그걸 가지고 사는 데 너무 익숙해져버려서, 그것이 자신과 분리될 수 있을거라고 상상하지 못하게 되어버린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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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썼던가요? 그게 어떤 놈이든간에 돈을 꾸러 올 때마다 내게 들어야 말이 있다고요. '하하, 돈은 목숨보다 소중해서 말야. 그러니까 이해해줄 수 있겠지? 내가 XXX씨에게 돈을 절대 꿔드릴수가 없다는 걸. XXX씨가 지금부터 불쌍한 척을 한 시간 내내 존나 잘 해도 말이야.'라는 말 말이죠. 


 이건 존나 맞는 말이거든요. 스칼렛 요한슨이 스칼렛 요한슨의 외모를 타고나지 못하고 완전 하위 1% 쭈구리로 태어났다고 쳐 봐요. 그랬다면 어쩌면 죽는 것만도 못한 삶을 살아야 했을 수도 있겠죠. 우리에게 중요한 건 결국 자산뿐인 거예요.


 그리고 남자와 여자는 좀 달라요. 전에 썼듯이 남자는 돈만 있으면 100% 미친놈이 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여자는 돈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무언가가 늘 있다...고 했었죠.


 자연적으로...대부분의 케이스에서, 여자는 욕망의 대상이지만 남자는 욕망의 주체인 경우가 거의 다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남자는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입장인 거예요. 스스로의...뭐랄까? 스스로의 구매력을 말이죠. 그 구매력은 여러 가지 형태가 있겠지만 현대 사회에서 무법적인 수단은 이제 금지인거죠. 그 점은 마음에 들어요. 무법적인 수단을 쓰는 건 너무 쉽잖아요? 


 나는 쉬워서 안 써먹는 걸 남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써먹을 수 있다면 그건 매우 열받는 일이니까요. 점점 고도화되고 불가시 영역이 적어지고 있는 현대 사회가 마음에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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