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bs스페셜에 송유근이 나왔더군요. 지난번의 자폭이 그의 마지막 자폭이겠거니 했는데 말이죠. 여기서 말하는 자폭이라는 건 사회적 자폭이예요. 그간 잘 쌓아온 커리어나 명성, 이미지에 회복불가능한 흠집이 나는 걸 뜻하죠. 재기하기가 매우 힘들 정도로요.


 한 인간이 사회에서 몇 번이나 자폭을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해 보곤 해요. 정확히 말하자면 자폭의 횟수가 아니라 알려지는 자폭의 횟수겠죠. 이미지가 박살나버린 사람이 재기를 시도하다가 스텝이 꼬여서 또다시 자폭을 시전하면 미디어는 그걸 흥미 소재 삼아 대중들에게 전달해 주니까요. 더이상 그가 자폭을 하던 말던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때까지...계속 말이죠.



 2.쩝...그러고보니 송유근의 이름을 들은 지도 정말 한참 됐네요. 나는 그가 말 그대로 꼬맹이일 때부터 TV를 통해 보곤 했으니까요. 그리고 나는 송유근이 천재까지는 아니어도 꽤나 똑똑할 거라는 것만은 의심하지 않았어요. 그들-송유근과 가족들-이 스스로 천재라고 뽐낼 정도로는 똑똑할 거라고 여겼죠.


 왜냐면 그렇잖아요? 나라면 절대로 내가 천재라는 거짓말을 안 할 거니까요. 차라리 세세한 설정의 사이비 종교를 만들어서 내가 신의 아들이라고 뻥치고 다닐 수는 있겠죠. 하지만 절대로 천재라는 거짓말은 하지 않을 거예요. 왜냐면 천재라고 거짓말을 하면 언젠가는 그걸 증명해내야만 하니까요. 그러니까...적어도 내가 스스로 천재라고 여길 만큼 똑똑하지 않고선, 절대 천재라는 거짓말을 안 할 거예요. 차라리 신의 아들이라고 거짓말을 하면 웃음거리는 되어도 증명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뭐...이런 역지사지의 발상이 사실 파악에 늘 도움이 되는 건 아니죠. 이 세상엔 결국 들킬 거짓말을 하고 보는 놈들이 꽤 많으니까요. '나라면 그러지 않을 거니까'라는 사고방식은 그래서 요즘은 잘 안 써요.



 3.하지만 sbs스페셜을 뒤늦게 봤는데 마음이 아팠어요. 지금 인터넷에서 논란이 되는, 메일 번역 부분 말이죠. 


 방송에 나간 메일에 써 있기로는 송유근의 세미나 참석을 취소하겠다고 써 있는데 송유근은 거기서 메일을 읽고 '세미나가 취소됐다.'라고 말해요. 그래서 지금 방송에서 대놓고 거짓말을 친 거냐고 사람들에게 신나게 까이고 있죠.


 그러나 나는 거기서 송유근이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한 거라고 여기고 싶지는 않아요. 그때 상황을 보면 옆에 송유근의 어머니가 있었거든요. 나는 송유근이 sbs제작진에게 거짓말을 치려고 그런 게 아니라 어머니 상대로 거짓말을 한 거라고 생각해요. 참석이 취소된 게 아니라 세미나가 취소됐다고 하면 그의 어머니의 마음이 덜 아플 테니까요. 그런데 마침 sbs카메라가 들어와 있는 상황이어서 방송을 상대로 거짓말을 쳐버린 게 된 상황이라고 여기고 싶어요.



 4.휴.



 5.지난번 글에 썼었죠. 기대감이란 것에 대해 말이죠. 누군가가 내게 기대감을 품으면 그게 실체가 없는 기대감이라고 해도 나는 최대한 연기를 해낸다고요. 왜냐면 상대가 내게 품은 기대감이 거짓이어도, 그 기대감이 부서지는 순간 상대가 느껴야 할 실망감은 진짜거든요. 아마도 송유근의 어머니는 아직 아들이 천재일 거라고 믿거나, 믿고 싶을 거고 그 기대를 느끼고 있는 송유근은 그걸 부수고 싶지 않아서 거짓말을 한 걸 거라고 생각해요. 그 점을 생각해 보니 좀 슬펐어요.


 물론 관점에 따라서는 송유근의 어머니가 악당일 수도 있겠죠. 천재도 아닌 아들을 몰아붙이고, 언플하고, 광고도 찍게 만들고 보조금을 타내고 한 일들 말이죠. 그러나...누구의 인생이든 가까이서 들여다보려고 하면 슬픈 법이니까요. 어쩔 수 없죠.



 6.여러 번의 자폭을 반복하고 있는 황교익 얘기나 해 보죠. 처음에 나영석이 황교익을 꼽주는 인터넷 짤방을 봤을 때는 나영석이 싫었어요. 그 뭐냐...휴게소에서는 식사하지 않는다고 했으니 나중에 달라고 하지 말라고 나영석이 깐죽거리는, 알쓸신잡의 짤방 말이죠. 그땐 그랬어요.


 '아니 씨발, 왜저렇게 사람을 꼽주는거야. 황교익이 꽤나 재수없는 놈이긴 하지만 저기서 저렇게 사람을 멕여야 하나? 잘나가는 피디라고 해도 좀 너무한 거 아닌가.'


 라고 말이죠. 하지만 황교익의 어록이 발굴되면 발굴될수록 나영석이 존나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황교익 이 자식은 인간에 대한 비하와 경멸을 기본으로 깔고, 자기애를 충족시키기 위해 막말과 단언과 물타기를 일삼는 자식이니까요. 공부라도 좀 하고 입을 털면 그나마 덜 비호감일텐데 공부도 안 하고 입을 터니까 입에서 나오는 모든 게 뇌피셜일 뿐이잖아요.



 7.누구였더라...버트런드 러셀이었나? 그가 말했죠. '이 세상의 문제는, 뭔가를 아는 자들은 조심스럽게 말하고 무지한 자들이 자신감에 차 있다는 것이다.'라고요. 맞는 말이예요. 나는 정말 싫거든요. 황교익처럼 단언하는 놈들 말이죠.


 그야 물타기의 본좌인 황교익은 그게 '도망가지 않는 화법'이라고 말하죠. 자신은 평론가로서 책임을 지기 위해 단정적으로 말하는 거라고요. 하지만 내 생각은 달라요. 의견을 말할 때 '내 생각엔 ~인 것 같아.'라고 말하는 건 책임에서 도망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의견에서 자의식을 줄이기 위해서거든요. 여러분도 알겠지만 뭔가에 대해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자신감이 없어지잖아요. 원래 지식과 자신감이라는 건 반비례하는 법이니까요. 경험과 지식을 쌓으면 쌓을수록, 이 분야에 익숙해진다는 느낌은 들지만 내가 전체의 얼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확신에서는 점점 멀어지죠. 그게 그림이건 바이올린이건 말이죠.


 그래서 나는 무언가를 확신하거나 단언하는 놈들을 믿지 않아요. 애초에 무언가를 정말 확신할 수 있는 놈이라면 입만 터는 대신 행동으로 보여주겠죠. 그래서 주식을 좋아하는 거예요. 이 바닥에서는 무언가를 정말 확신한다면, 입을 터는 대신 전재산을 걸면 되거든요. 처음에는 그렇게 번 돈으로 찌질한 놈들을 기죽여주고 싶은 기분도 들겠지만 곧 알게 돼요. 그렇게 번 돈을 찌질한 놈들을 이겨먹는 데 쓰는 건 아깝다는 걸 말이죠. 찌질한 놈들이 올 수 없는 곳에 놀러가서 쓰는 게 그 돈을 제대로 쓰는 법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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