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준비

2018.11.06 08:57

칼리토 조회 수:980

아버지가 텃밭을 가지고 계십니다. 주말 농장으로 시작해서 다섯평짜리 농사가 성에 안차셨는지 동네에서 근 50평 정도 되는 땅을 빌려 다양한 푸성귀와 콩류를 기르시죠. 김장철을 맞아 본격적으로 무와 배추를 수확할 준비를 하시더니 지난주에는 무와 알타리를 뽑아 오셨습니다. 쪽파도요. 


어릴적부터 김치를 담그는 건 어머니 소관이었습니다. 대부분 시장에서 무나 배추, 고춧가루를 사다 쓰셨지만 이제는 아버지가 농사 지으신 걸로 담그시죠. 고추는 진작에 수확해서 태양초로 만들어 동네 방앗간에서 빻아 두었습니다. 


지난 주말에 무와 알타리로 김치를 담그신다길래 인터넷에서 레시피 찾아다가 같이 담았습니다. 찹쌀로 풀을 쑤고 액젓과 새우젓을 넣고 배와 양파를 갈아 넣은 다음에 고춧가루를 색이 곱게 풀어야죠. 쪽파와 갓을 썰고 준비된 양념으로 석박지와 총각 김치, 파김치와 갓김치를 담았습니다. 소금에 굴린 무는 동치미를 만들려고 항아리에 넣어 두었구요. 인터넷에 올라온 레시피가 제 각각이라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그중에서 맛있어 보이는 레시피를 선택하는 건 결국 제 판단이었으니까 김치가 맛이 없으면 다 제탓입니다. 뭐.. 감수하고 먹어야죠. ㅎㅎ


이번주에는 본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배추 김치를 담습니다. 배추를 수확하는 건 아버지 일이고.. 절인 다음부터 양념 만들고 속채우는 것까지 제가 해보려구요. 시원하고 맛있게 먹으려면 멸치나 디포리, 황태 대가리 같은 걸로 육수를 내야 한다고도 하고 역시나 찹쌀풀은 빠지지 않구요. 생새우를 갈아 넣어야 더 맛있다고도 하니.. 준비해야 할 재료가 꽤 많습니다. 배추를 다듬고 절이는 게 제일 힘든 육체 노동을 수반하는데 매년 김장할때마다 조금씩 거들기는 했지만 본격적으로 제가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일년동안 먹을 김치라.. 긴장이 됩니다. 


다양한 레시피중에서.. 설탕 대신 꿀을 넣는 방법들이 있던데 예전에 꿀을 썼다가 배추가 너무 빨리 물러진다는 말을 본 적이 있어서 좀 조심스럽기도 하구요. 흠.. 경험 있으신 분들 계시면 팁 좀 알려주세요. 


익어가는 김치들을 보면 마음이 풍요로워 집니다만.. 생각보다 맛이 없으면 좌절하게 되기도 합니다. 김장하고 나서 백김치하고 무생채도 좀 만들어 봐야겠어요. 요즘에는 유튜브에 없는 게 없네요. 구글이나 포털에서 지식 검색을 하면 구세대고 유튜브를 먼저 찾으면 신세대라는 말을 얼마전에 들었는데 충분히 수긍이 가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방대한 지식의 보고라니. 물론.. 완성품의 맛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옥석을 가려야 할 것이고 김치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보중에 잘못되거나 편향된 것들도 많을게 뻔하기에 가려볼 기준은 있어야 겠지만 말이죠. 


어머니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거들어 드릴때는.. 이 일이 언제 끝나나.. 싶었는데 내가 해야될 일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으니 주말이 기대됩니다. 백퍼센트 맛있는 김치는 어렵겠지만.. 80퍼센트 정도의 성공적인 김치만 나와도.. 일년 내내 행복하게 사는데 보탬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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