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07 22:54
지금 제가 일 때문에 일주일째 머물고 있는 곳은
걸어서 반나절이면 한바퀴를 일주할 수 있는 아주 조그만 섬인데 꽤 매력적인 경관과 스토리가 있어 입소문을 타고 점점 더 많은 여행객들이 몰려 드는 곳입니다.
단골 카페에서 저녁을 먹고 파도 소리가 들리고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동네 골목길을 따라 숙소로 돌아 오는데
그 사이 친해진 동네 고양이를 만나 잠시 쓰담 쓰담 하는데 뭔가 제 종아리를 툭툭 치고 부비적 거려 봤더니만 웰시코기 믹스로 보이는 5-6개월 정도로 보이는
댕댕이가 사막여우 같은 귀를 쫑긋 새우고 치근덕 거리는거 있죠
그래 너도 쓰담 쓰담 옛다~ 하고 발길을 돌리는데 어랏? 이 녀석이 댕댕댕 쫓아 오네?
따라 오다 말겠거니 그냥 갈 길 가는데, 숙소까지 계속 쫓아 오는거지 뭐에요.
참고로 제가 묵고 있는 숙소는 마을에서 뚝 떨어져 있는 외진 곳이에요. 해안가 절벽... 민간이라면 절대 꿈도 꿀 수 없는 곳에 위치한
정부에서 초대소 용도로 지은 곳이라 호텔류의 그런 서비스나 이런건 없지만 나름 유럽식 느낌으로 폼이 나는 곳인데
객실 문을 열면 복도가 아니라 실외 공간이에요.
위치와 건물 구조가 상황 이해에 도움이 될거 같아 설명이 길어지니 양해 바랍니다;
암튼 숙소 중앙 포치까지 따라 오는데 계속 설마 설마했어요. 이 녀석 심심했구나?
그런데 2층으로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알아서 돌아가겠거니 했는데 어랏? 그 짧은 다리로 계단을 거침 없이 따라 올라 오네요.
문을 열고 들어서니 당연하다는 듯이 들어 오네?
그런데 곧 낑낑거리길래, 그럼 그렇지 하고 문을 열어 줬더니 쌩하고 나가요.
문을 닫고 조금 있다 혹시나 해서 열었더니 어라? 문 앞에 있다가 다시 쑥 들어오네?
뭐지? 유기견 같진 않았어요. 냄새도 안나고 꽤 깨끗한 상태였거든요. 낮부터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였는데도 말입니다.
낑낑 대는건 배가 고파서 그러나 싶어 방안에 있던 유일한 먹을거리였던 스낵과자를 주니 번개처럼 달려 들어 먹더군요;
물도 주고.... 흠... 그런데 또 낑낑거리네? 다시 문을 열어주고 내보냈죠.
어? 한 십분즘 지났는데 이젠 밖에서 낑낑거리네? 너 뭐냐? 어쩌라고?
다시 문을 열었더니 쑥 들어와요. 에라 모르겠다 신경을 끄고 제 할일을 하다 30여분즘 지나서 보니 방안에 댕댕이가 안보이네? 침대 밑에도 소파 밑에도??
설마? 혹시? 역시나 문을 열어둔 옷장안에 들어가 있네요; 다행히 옷장 맨 아랫칸 빨랫거리 보따리 위에 자리 잡고 자고 있네?
엄청 피곤했나 봐요; 자는 자세가 거의 시체처럼 퍼져 있는 상태; 왠만한 소리에도 깨질 않고....
아 저 모레면 일정을 마치고 상해로 돌아가야 하는데 이 녀석을 어쩌죠?
추측컨데 육지에서 들어와 게스트하우스를 차렸던 주인이 겨울 시즌을 맞아 문을 닫고 육지로 돌아가면서 1. 버리고 갔거나 2. 배를 타는 시간에
개가 멀리 나가 돌아오지 않자 할 수 없이 그냥 떠나버린게 아닐까 싶어요.
실제 오늘 꽤 많은 게하, 카페들이 시즌 오프를 하고 떠났거든요. 아마 이번 주말이면 대부분 철수 할거 같아요.
어쩌죠;;
녀석은 여전히 개죽은 듯이 자네요; 추울까바 목욕 타올로 덮어줬는데 잠간 뒤척이다 바로 골아 떨어지네요.
제 방에 낯선 생명체가 들어와 있어요. 내일이 걱정입니다.
2018.11.08 00:39
2018.11.08 07:24
그런데 따라와도 너무 멀리 따라 와서요;
2018.11.08 00:43
강아지 얼굴을 보여주시면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를 것 같은데요...
이런 글에 사진이 없는 건 앙꼬 없는 찐빵이라고 할 수 있죠.
2018.11.08 07:22
링크 올렸어요
2018.11.08 08:49
인근 경찰서에 전화해서 이런 개가 날 따라왔는데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어보신 후 하라는 대로 하시면 되겠습니다. ^^
사진을 보니 귀에 뭔가 난 것 같기도 한데... (그래서 주인이 버리고 갔나 하는 생각이...)
개목걸이가 없는 걸 보니 강아지를 데리고 나왔다 실수로 놓친 것 같지는 않지만 혹시 모르죠.
이것도 인연인데 경찰서에서 연락처만 남기고 강아지는 데려가도 된다고 하면 한 번 키워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고
주인의 연락이 없고 계속 데리고 있기 힘드시면 주위 사람들이나 인터넷 커뮤니티 같은 곳에 이 사진을 보여주면서
입양할 사람 연락하라고 하면 금방 연락이 올 것 같은데요. (쏘맥 님이 방언 터질 정도로 예쁘게 생겼는데 ^^)
2018.11.08 08:22
2018.11.08 09:01
2018.11.08 09:19
2018.11.08 09:23
낯선 여행지에서 미지의 강아지에게 한 눈에 반한 중년 남성의 설레는 사랑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이루어질 수 없는 짝사랑이 되었네요. 허무해요... ^^
2018.11.08 09:34
따라 온건 댕댕이라구욧! ㅡ,ㅡ
제 무릎위에서 카페냥님이 자리잡고 식빵상태에서 댕댕이더러 니네집으로 돌아가라 하악 하악 꾸짖고 게심;
2018.11.08 09:50
그럼 낯선 여행지에서 유혹적인 강아지에게 마음을 뺏겨 삶에서 일탈하려고 했던 중년 남성이
진실을 발견하고 씁쓸하게 일상으로 돌아가는 스토리라고 하죠. ^^
2018.11.08 10:32
실상은 여우같은 섬댕댕이가 상해에서 온 머찌구리 이방인에게 첫눈에 반해 어케 해보려 들이대다가 조강지냥에게 쿠사리 먹고 자기 주인에게 다시 돌아간.... ㅠ.ㅜ
2018.11.08 09:53
2018.11.08 10:06
2018.11.08 10:39
나름 동네에서 사랑받는 댕댕이래요; 저 아니래도 쓰담 쓰담할 사람들 많을테니 안심하세요~ 이름이 심지어 王富贵(부귀영화 할적에 그 부귀) 라나
2018.11.08 11:48
오랜만에 접하는 설레는 만남의 소묘네요.
서로 연락하며 지낼 수는 없는 사이겠죠? ㅎ
짧고 강렬한 만남의 여운은 평생 가는 건데....
2018.11.08 12:51
이 섬은 지난 일년반 사이에 고양이 천국이 되버린 반면 댕댕이는 드물어서 동네에 돌아다니면 저 개가 뉘집개고 저 강쥐 엄마가 누구고 아빠가 누군지도 다 알정도래요, 오랜 인연이 있는 섬이고 앞으로 수년간은 일때문에 드문 드문 들락날락 거려야하는 곳이니 연락은 못해도 다시 또 만날 수 있을듯 해요.
여기는 작은 섬마을이고 게다가 이녀석의 나와바리는 제 단골 카페와 숙소 사이 길목에 있어서 ㅎ
2018.11.08 16:22
본문, 댓글 모두 미소를 짓게 만드는 내용이네요. 으어어어
2018.11.08 20:19
2018.11.09 05:22
해피엔딩이라 다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