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21 12:24
1.결정을 내리지 못해서...나가지를 못하고 있어요. 거래를 마치면 바로 나갈 수 있는데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 점심을 먹으러도 나갈 수가 없거든요.
금요일날 사서 오늘 팔기로 한 게 있는데 막상 지금 팔려고 하니 좀 아까워서 말이죠. 아주 약간의 반등을 한번 더 긁어먹고 내일이나 내일 모레쯤에 팔고 싶어졌어요. 29에게 어떠냐고 물어보니 전저점을 깨고 내려가는 도중의 반등이라 잘 모르겠다는 대답이 돌아왔어요. 어쨌든 오늘은 안 팔고 두고보기로 하죠.
2.요즘은 연속으로 달리니 결국 몸이 피곤해진 것 같아요. 평소에는 낮잠을 안 자는데 이젠 피트니스에서 낮잠을 자곤 해요. 폼롤러를 베고 누워 있다보면 잠이 솔솔 와서요. 사실 피트니스에서 잠자기에 제일 좋은 곳은 수면실도 아니고 수영장 선베드도 아니고 사우나 안 선베드도 아니긴 해요. 피트니스 안에 있는 필라테스실에서 요가 매트를 두 장 깔고 폼롤러를 베면 잠이 미친듯이 잘 오죠.
손흥민처럼 너무 혹사해서 그런지. 그 정도는 아닌가? 축구는 풀타임으로 한번 뛰면 체중이 몇 kg씩이나 빠진다고들 하죠.
3.요즘은 운동을 꽤 열심히 하긴 해요. 운동도 주식과 비슷한 면이 있거든요. 예전에는 주식을 꽤 널널하게 했지만 최근으로 올수록 점점, 몇 번 올린 것처럼 3%~5%짜리라도 박박 긁어서 먹으려고 해요. 아니 3~5% 갈 것도 없이 1% 떼먹기라도 하려고 하죠.
20대 때는 그랬거든요. 몇 달이고 기다리고...심지어 한 종목에서 5년을 기다린 적도 있어요. 당시에는 젊음도 시간도 워낙 많이 가지고 있어서 소중한 건지 몰랐으니까요. 몇 년을 기다리든 먹고 나오기만 하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았죠.
지금도 시간아까운 건 역시 모르겠지만 젊음은 아까워요. 젊음이 지나가는 게 아니라 매일 하루마다 젊음을 시간에 징수당하는 기분이거든요. 전에 썼듯이 죽는 건 그렇게까지 안무섭지만 노인이 되는 건 너무 무서워요.
그래서 하루 하루...젊은 시절의 하루하루의 시간은 자산인 거예요. 매순간 지불되고 소모되는 자산 말이죠. 1% 떼기라도 해서 먹으면 그 날은 1%라도 번 거니까 어느정도 안전하다 싶으면 몇 %라도 먹으러 들어가죠.
사실 1%도 생각해 보면 많은 거긴 해요. 은행이자가 연 1% 가량이니까 1%만 해먹어도 1년 동안 받을 이자를 하루만에 땡기는 거니까요.
4.휴.
5.운동이 주식이랑 비슷한 이유는, 하루를 놓치면 그 하루만큼 기회를 잃는 거거든요. 아니 운동은 하루를 쉬면 매우 확실하게 잃는 것이죠. 주식은 하루 단타를 안 돌린다고 해서 그게 꼭 기회를 잃는 게 되지는 않아요. 그날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하루 더 분석의 시간을 가진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풍족해지는 부분이 있거든요.
하지만 운동은 아니예요. 운동은 하루라도 쉬면 그 하루의 기회를 빼도박도 못하고 날려 버리는 거니까요. 잃어버린 그 하루는 절대로 돌아오지 않고요. 요즘은 그래서 주식이든 운동이든...'기회를 날리지 않으려고' 꽤 노력하고 있어요.
6.물론 운동을 혹사하듯이 하는 건 아니예요. 나는 운동 자체에서 기쁨을 느끼는 게 아니라, 운동을 통해 무언가를 얻으려고 운동을 하는 거니까요. 그래서 1년 내내 근육통을 달고 사는 스쿼트 중독자처럼은 안 되죠. 적절하게 혹사를 시키고 적절하게 휴식을 시켜요. 물론 휴식한다고 해서 그날을 아예 쉬어버리는 건 아니고 다른 부위의 운동을 하죠.
다만 이게 약간 어그러질 때는 한달에 한번...피트니스가 쉬는 날이예요. 다음 날 완전히 하루 쉰다는 점 때문에 평소에 지키는 사이클보다 더 많이 운동을 하거든요. 예를 들면 미는 운동과 당기는 운동이 있다고 치면, 평소에는 그 운동을 다른 날로 나눠서 하지만 다음 날이 휴관일인 날은 한꺼번에 다 해버리고 하루를 푹 쉬는 스케줄로 가요.
그런데 이렇게 하루에 몰아서 운동을 하게 되면 '어차피 내일은 통째로 푹 쉴거니까...'라는 마음이 들어서 좀 심하게 혹사를 해버리기도 해요. 이번에도 휴관일 전날이라고 좀 심하게 운동을 한 모양인지 약간 몸이 어긋난 것 같아요.
7.원래는 올해엔 드래곤시티 피트니스로 옮기려 했는데...결국 옮기지는 않았어요. 뭐 이건 나중에 일기로 써보죠. 드래곤시티 피트니스가 좋은 점은 그랜드머큐어, 이비스 양쪽의 피트니스를 다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한쪽이 휴관일이면 다른 한쪽을 이용하면 된다는 거죠. 뭐 단점도 있긴 하지만요.
이 글을 쓰면서 어렸을 때 공부를 이렇게 하루도 안 빼먹고 했다면 최고 수준의 대학교에 가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지만 역시 아니었을 거예요.
왜냐면 학벌이란 건 절박한 마음을 먹게 만드는 보상...즉 최종보상이 아니거든요. 돈과 건강이라는 보상은 최종적으로 얻고 싶은 보상이지만 좋은 학교에 가서 좋은 커리큘럼을 경험하고 좋은 인맥을 쌓는다는 건 그 자체로 최종보상이 아니니까요. 그런 것들은 최종보상으로 가는 징검다리일 뿐이지 확실하게 돈과 건강을 보장해 줄 확률은 높지 않거든요. 나는 아주 확실하고 아주 즉각적인 보상이 아니면 열심히 할 마음이 안 드니...역시 최고의 대학교에 가는 건 무리였을 거예요.
8.일요일 밤의 압구정로데오는 스산함의 냄새가 물씬 나서 아주 좋아요. 커피숖도 심지어 버거킹도 장사가 안 된다고 일찍 닫더라고요. 아주 드문드문 어쩌다 연 가게를 찾아내서 가는 재미가 있어요. 돌아다니다가 정 다리가 아프면, 가로수길쪽으로 좀 걸어서 24시간 커피숖으로 가요.
옛날엔 용산 거리가 그런 곳이었는데 이젠 건물들이 마구 들어서고 드래곤시티 투숙객들이 24시간 내내 보이면서 스산한 느낌은 적어졌어요.
압구정 로데오 상권은 몇년전에 언뜻 지나칠때도 심하게 죽었다 싶었는데 요즘도 그런가 보네요. 한산해서 좋은 측면도 있지만.. 그 옛날의 영광을 생각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