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 줄거리 요약이 좀 난감합니다. 시골에서 도쿄로 막 상경한 순진한 청년 하나가 인디 영화를 만들고 싶어하는 또래 청년 둘과 의기투합합니다. 이 둘은 시골 청년에게 인생 첫 성관계를 시켜주겠다며 어떤 펑크 여성에게 데려가는데 이 분은 또 자기는 싫다면서 대신 다른 친구를 소개해주겠다며 한 부잣집 히키코모리 여성을 찾아가구요. 이 두 여성은 고등학생 때 같이 연극부 활동을 했던 사이인데 '로미오와 줄리엣'을 동성애 버전으로 (여자 학교입니다) 무대에 올리려다가 로미오 역할을 맡았던 친구가 사고로 죽으면서 뭔가 다들 상처를 받고 의절했던 과거가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달변의 결혼 빙자 사기범 하나가 나타나서 히키코모리 여성에게 들이대기 시작하는데...



 - 제가 적은 줄거리 소개만 읽으면 전혀 감이 안 오실 텐데. 스릴러 영화입니다. '싸이코 스릴러'라고 해야 하나요. 가장 간단한 소개 방법은 이 영화가 참고한 일본의 실제 사건을 알려드리면 될 텐데 뭐 알고 보나 모르고 보나 차이는 없지만 그래도 나름 스포일러 가능성은 있는 셈치고 사건 요약 링크만 남겨 둡니다. 클릭은 여러분의 선택.

http://monthly.newspim.com/news/view/2531/?yymm=M00102



 - 음... 감독이 소노 시온이잖아요. 교복 여고생들 떼샷 좋아하고 피칠갑 장면도 즐기며 막나가는 전개와 황당무계한 유머도 좋아하고 뭐 여러가지로 B급 취향이 넘쳐 흐르는 사람이죠. 약간 미이케 다케시 같은 사람이랑 비견될만한 면도 있지만 나름 자기 스타일은 확고한 감독이고. 또 저는 개성있게 막 나가는 영화를 좋아해서 나름 호감을 갖고 있는 감독입... 니다만.

 이 영화에 대해선 좋은 얘길 정말 못 해주겠습니다. 제 기준에선 심한 망작이에요.


 시작부터 끝까지 자극적으로 달리는 영화입니다. 뭐 애초에 바탕으로 삼은 실제 사건부터가 자극적이지 않을 수가 없는 사건이긴 합니다만 이 영화는 그 사건을 재연하는 게 아니라 그냥 소재로만 삼은 영화거든요. 그래서 실화랑 관계 없는 이야기들이 주루룩 흘러가는데 그것들 조차도 자극적이라는 거죠.

 그런데 (사실 소노 시온 영화들이 대체로 다 그렇지만) 그 소재들이 그렇게 착착 잘 달라붙지를 않습니다. 왜 굳이? 라는 생각이 드는 설정들이 많고 끝까지 그 설정들이 필요한 납득할만한 이유 같은 게 성립되지 않아요. 그래서 다 보고 나면 '쓸 데 없이 자극적인 영화'라는 느낌이 확 들구요.

 등장인물들 중에 뭔가 납득할만하게 내면이 묘사되는 캐릭터가 없어요. 대략의 배경 설정을 보고 시청자가 넘겨 짚으며 마음을 헤아려줘(...)야 하는 수준이라 마지막의 갬성 터지는 마무리가 전혀 와닿지를 않았습니다. 뭐 원래 소노 시온 영화 캐릭터들 중 대부분이 얄팍하고 비현실적이긴 했는데, 그래도 이 양반의 상대적 수작들을 보면 단순 무식하게 한 방향으로 질주하는 에너지 덕에 막판엔 '병x 같은데 멋있어!!'라는 식으로 납득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근데 이 영화는 아닙니다. 그냥 다 괴상망측하기만 해요.


 마지막으로... 이야기 자체도 그냥 시작부터 끝까지 토막토막 끊어진 형태로 각자 튀기만 하고 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질 않습니다. 캐릭터들의 심경 변화도 하나도 납득이 안 되고 마지막에 주어지는 반전들은 너무나도 무의미하고 또 쌩뚱맞아서 화가 날 정도. 그런 주제에 또 런닝 타임은 두 시간 반입니다. 아아 아까운 내 인생... ㅠㅜ



 - 그래서 추천은 하지 않습니다. 그냥 요즘 사시는 게 너무 평온하고 심심하며 오랜세월동안 건전 무난한 영화, 드라마, 이야기들만 봐 와서 한 번 아무 맛 없이 맵기만 한 캡사이신이라도 벌컥벌컥 들이키고 싶으신 분이라면 보세요. 그 외엔 피하시는 게 인생에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많이 비슷한 소재를 다룬 훨씬 나은 대체물이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시느니 차라리 그걸 보세요. 영화 제목을 아래 링크를 클릭하셔도 되고 안 하셔도 되고 그렇습니다만.

http://www.djuna.kr/xe/breview/13307101



 - 상당히 강려크한 수준의 고어씬이 두 차례 나옵니다. 입 안 가득 만두를 우적우적 씹으며 보는데 상당히 부담스러웠네요. 하지만 배불리 잘 먹었습니다



 - 원제는 The Forest of Love. 그러니까 한국 넷플릭스에 올라온 제목은 의미를 정반대로 뒤집어 놓은 셈입니다만 별 문제는 없습니다. 어차피 반어법을 의도한 것 같으니 그 말이 그 말이라고 우길 수도 있겠죠. 하지만 물론 원제가 더 낫습니다. 영화의 내용과 더 잘 어울린다는 얘기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81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7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721
123266 어떤 종류의 정체성은 부끄럽습니다? [20] 가봄 2023.05.23 952
123265 차정숙 3회까지 봤는데 [6] 2023.05.23 664
123264 Ray Stevenson 1964-2023 R.I.P. [3] 조성용 2023.05.23 218
123263 [웨이브바낭] 80년대식 나이브함의 끝을 구경해 봅시다 '마네킨' 잡담 [24] 로이배티 2023.05.22 634
123262 1q84랑 국경의 남쪽 번역 관련 [2] catgotmy 2023.05.22 261
123261 [넷플릭스] 글리맛이 많이 나는 ‘더 폴리티션’ [9] 쏘맥 2023.05.22 794
123260 에피소드 #38 [2] Lunagazer 2023.05.22 82
123259 프레임드 #437 [4] Lunagazer 2023.05.22 98
123258 압구정 폭행남 사건에 대한 커뮤니티 반응 [7] catgotmy 2023.05.22 988
123257 듀게 오픈채팅방 멤버 모집 물휴지 2023.05.22 119
123256 치과 의자는 왜 그렇게 안락할까? [10] Sonny 2023.05.22 547
123255 [웨이브바낭] 나름 짭짤했던 B급 무비 둘, '완벽한 살인', '오피스 배틀로얄' 잡담 [2] 로이배티 2023.05.21 293
123254 넷플릭스 힘에 영화관 다 망한다는데 [3] 가끔영화 2023.05.21 603
123253 뇌절의 질주... 아니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보고 왔습니다... 흐미... [15] Sonny 2023.05.21 566
123252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catgotmy 2023.05.21 168
123251 프레임드 #436 [4] Lunagazer 2023.05.21 79
123250 스콜세지 신작 칸 프리미어 반응 [6] LadyBird 2023.05.21 672
123249 도르트문트 우승 가능?바이에른 주총리, "BVB는 우승하기에는 너무 멍청해"/해리 케인 자히비. daviddain 2023.05.21 85
123248 고양이의 보은 (2002) [1] catgotmy 2023.05.21 165
123247 [웨이브바낭] 피칠갑 인문학 고문 수업, '더 레슨: 마지막 수업' 잡담입니다 [3] 로이배티 2023.05.20 37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