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체적인 스포일러는 없지만 대략적인 결말의 분위기는 예상할 수 있는 글입니다.



 - 고등학교 등산부 멤버들이 졸업 후 10년만에 동창회를 엽니다. 학창 시절에 종종 갔던 외딴 산장에서요. 그런데 이 녀석들은 10년 전에 이미 어떤 사건으로 인해 파탄이 나 있는 상태였어요. 그 사건이 온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로 졸업해 버렸고 대부분이 서로 연락을 않고 살았기 때문에 불편할 수밖에 없는 모임이지만 각자 나름의 사정으로 빠짐 없이 참석을 하네요. 그리고 당연히 첫 날부터 사람 하나가 죽고. 그날 밤에 몰아친 거센 비바람으로 산과 바깥을 연결하던 다리가 무너져 버려서 산장 주인 아줌마와 그분의 대놓고 너무나도 수상쩍은 아들래미와 함께 외딴 산장에 갇힌 가운데 (기지국이 박살나서 인터넷도, 전화 통화도 안 된다네요) 당연히 사람이 더 죽어 나가겠지요. 범인은 우리 중에 있다!!!



 - 일단 간단히 이 작품의 분위기를 정리해보자면... 음. 뭐랄까. 상당히 한국적입니다?? ㅋㅋ 그러니까 소재는 어두컴컴 살벌하지만 동양쪽 드라마들 특유의 멜랑콜리하게 갬성 터지는 분위기가 피 튀기는 살인극보다 훨씬 중요한 드라마에요. 거의 매 회마다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 분위기는 계속 나긋나긋하고 쉴 새 없이 뭔가 벌어지는데도 괴상할 정도로 분위기는 정적입니다. 그래서 약간 뭐냐 그, 전설의 괴작 KBS 드라마 스페셜 '화이트 크리스마스' 생각도 나고 그랬어요. 완성도로 따지면 '죽음의 타임캡슐' 쪽이 훨씬 나은데 그냥 뭔가 닮은 구석이 있더라는 얘기입니다.

 

 처음엔 이런 분위기 때문에 좀 못 만든 드라마 아닌가... 했었는데 계속 보다 보니 이게 잘 만들고 못 만들고가 아니라 뭔가 그 동네 정서 같은 거랑 연관이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원래 대만 스타일이 이런가? 라는 생각이요. 예를 들자면 이 드라마에선 희생자들 시체들이 모여서 사건의 진행 상황을 두고 만담을 주고 받는(...)다는 괴이한 설정이 하나 있습니다만, 말로 설명해 놓으면 매우 호러블한 그 장면들도 분위기가 그렇습니다. 태평 & 편안. ㅋㅋㅋ



 - 이런 편안한 분위기 때문에 스릴러로서는 좀 아쉬운 느낌이 많이 드는데요. 웃기는 게, 보다가 문득 이야기 진행 상황을 정리해보면 대단히 멀쩡한 스릴러 맞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떠오르는 기본 설정과 어울리게 퍼즐 미스테리 비스무리한 모양새를 하고 있는데 그게 꽤 그럴싸해요. 기본적으로 앞뒤가 '꽤' 잘 들어맞는 편으로 짜여져 있는 이야기에 나름 시청자들 낚기 위한 낚시성 떡밥도 여럿 준비해두고 있고 마지막에 밝혀지는 범인의 정체도, 이후의 반전도 모두 논리적이며 이야기상 크게 어색하지 않고 심지어 범인을 눈치챌만한 떡밥도 충분히 제공됩니다. 

 이렇게 멀쩡한 만큼 특별히 튀거나 기발한 아이디어 같은 것은 없지만 기본적인 구조를 충실하게 잘 짠 이야기라고나 할까요. 한국에서 판권 사다가 좀 빠른 호흡에 많이 삭막하고 살벌한 이야기로 개작하면 좋은 평가를 받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어쨌거나 현재의 이 물건은 참으로 태평스럽고 편안하단 말이죠. ㅋㅋㅋㅋ 참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보다가 적응되면 그리 나쁘지는 않은데, 그래도 스릴러로서는 좀 점수를 깎아 먹는 부분이었다고 생각하네요.



 - 일단 결론부터 내자면 이렇습니다.

 예상외로 꽤 잘 짜여진 스토리의 스릴러입니다만. 뭔가 독특하게 여유롭고 감성 터지는 분위기 때문에 스릴은 좀 부족한 편입니다. 범인 잡는 멜로 드라마랄까(...)

 방황하는 청춘들의 번뇌와 갈등, 연애 감정들을 구경하면서 여흥으로 살인 사건도 구경한다... 는 느낌으로 즐길 수 있는 분들께 추천하구요.

 본격 추리 or 수사물까진 아니어도 퍼즐 미스테리의 형식을 갖추고 있고 사건의 진상도 정직하면서도 앞뒤가 대체로 잘 맞아 떨어지는 편이니 머리 굴리며 범인 찾기 하는 걸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첫 회 정도 시도해보면서 취향을 테스트해보실 만도 합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스릴러를 원하신다면 흠... 





 - 또 다시 여담 타임입니다.


 가만 보면 작가나 연출가가 되게 정직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범인 맞추기가 꽤 쉬운 편인 드라마에요. 기본적으로 이런 장르들에서 범인이 될 리가 없는 애들을 하나씩 소거해나가다 보면 막판엔 두 캐릭터 정도 밖에 안 남는데, 위에서도 말 했듯이 진행 과정에서 힌트가 충분히 제공이 되니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건 아주 쉽습니다.

 그리고... 초반에 어떤 장면이 있거든요. 핸드폰 보거나 야식에 눈길 주느라 그 장면을 흘려 넘기지만 않는다면 그때 이미 범인 후보자는 아주 격하게 한정이 됩니다. 정직한 작가님과 정직한 연출가님께서 굳이 넣을 필요 없는 장면을 넣어서 범인에 대한 거대한 힌트를 주시더라구요. 너무 정직해서 무슨 트릭이라도 있는 게 아닌가 했을 정도였으나 결국 그런 건 없었고(...)



 - 근래들어 태국산 영화, 드라마 몇 편을 보았고 대만산도 몇 개째 보고 있는데요. 요즘 이 동네들에서도 '빈부 격차'가 꽤 큰 화두인 모양이에요. 거의 빠짐 없이 이야기의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고 이 드라마도 그렇습니다. 



 - 보다보면 '이건 정말로 한국 드라마 영향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들이 종종 나와요. 근데 별로 좋은 의미로 그런 느낌이 들지는 않습니다(...) 차 몰고 가다가 동물 사체를 발견하고 브레이크를 밟는데 자동차가 슬로우모션으로 3회전 반을 돈 후에 가까스로 멈춘다거나 뭐 그런?



 - 줄거리 소개 부분에서 간략하게 말했지만 결국 이 드라마는 두 사건의 범인을 잡는 이야기입니다. 10년전 학창 시절의 어떤 사건, 그리고 현재의 연쇄 살인 사건이요. 그런데 다 보고나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10년전 그 사건의 피해자가 당시에 경찰에 신고를 안 하는 바람에 다 이렇게 된 거라구요. ㅋㅋ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피해자를 비난하는 감수성 떨어지는 얘길 하면 안 되겠지만 정말 그런 생각이 막 들어요. 그 사건의 내용을 보면 신고만 했으면 며칠 안에 범인 잡아들이고 정의 구현 했을 게 분명하거든요. 그렇게 털고 나서 나머지 애들이랑은 계속 친하게 지냈음 본인도 행복하고 모든 게 정말정말 평화로웠으며 여러 사람 목숨 아낄 수 있었을 텐데. 왜 그랬니 이 양반아.



 - 사실 주인공들이 그 산에 며칠 씩이나 고립된 채로 갇혀 있는다는 건 말이 안 되죠. 각자 가족들에게 어디 가는지 다 얘기하고 왔는데, 그리고 그 산 다리가 끊겼다는 건 뉴스에도 나올 정도여서 지자체에서도 다 알고 있는데 구조대고 뭐고 아무 것도 없으니 말입니다. 혹시 무슨 다른 핑계라도 있을까 해서 드라마 속 날씨(...)에까지 신경쓰며 열심히 봤는데 다리 끊긴 후로 내내 쨍쨍하게 밝아요. 그래서 보다보면 좀 웃기는 기분이 듭니다. 주인공들이 어딘가에 갇혀 있다기 보단 그냥 느긋하게 휴양 즐기는 분위기라. 다만 사람이 꾸준히 죽어 나갈 뿐

 근데 뭐 이건 딱히 진지하게 트집 잡을만한 부분은 아닙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아가사 크리스티 같은 양반의 작품들이라고 해도 작정하고 뜯어 보면 어딘가 허술하게 처리된 부분은 거의 다 있으니까요.



 - 등장인물들이 쓰는 폰들이 대부분 LG폰이더군요. 희한하게 LG폰 비율이 높던데 무슨 이유라도 있는 거였는지.



 - '동창회 스릴러' 라는 장르면 하나 정도 만들어줘도 좋지 않을까... 라는 뻘생각을 해봤네요. 가만 보면 동창회란 걸 영화의 소재로 쓸 때는 거의 둘 중 하나잖아요. 난장판 코미디 아니면 연쇄 살인 스릴러. 그나마도 요즘엔 전자는 점점 드물어지는 가운데 후자는 꾸준히 나오니 하위 장르로 이름 하나 붙여주기에 충분할 것 같아요. 사실 뭐 동창회란 게... 좀 그렇지 않습니까. 누군가에겐 추억은 방울방울이지만 누군가에겐 악몽의 재림 같은 것이니. 물론 후자의 경우엔 현실에선 거의 동창회에 참석을 안 하겠지만요.



 - 나긋나긋 감수성 터지고 평화로운 분위기... 얘길 했는데 그 분위기 덕에 결말 부분은 좀 충격과 공포가 됩니다. 스포일러라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보면서 계속 이런 생각을 했지요. 음? 뭐지? 얘네 뭐하는 거야? 응? 그래? 정말 이걸로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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