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본격 배달의 민족 잡담

2019.10.16 10:06

로이배티 조회 수:1242

 - 스포일... (음?)

 그냥 대략 1년간 음식 배달 어플을 쓰면서 든 생각들을 주절주절 풀어 놓는 잡글입니다. 본격 바이트 낭비!!



 - 배달 어플들의 기세가 무시무시하죠. 구운 고기 배달이 시작됐을 때도 나름 컬쳐 쇼크였는데 요즘엔 뭐 당연한 풍경이 됐구요. 이제는 배달 안 되는 음식을 생각해보는 게 어려울 지경입니다. 예를 들어 동네 카페들 중 배달 안 해주는 곳은 스타벅스 뿐입니다. 파스쿠치도 탐앤탐스도 할리스도 모두 배달 앱에 등재된지 오래구요. 빵집 중엔 파리바게트는 물론이고 얼마 전엔 아티제도 배달을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요기요 앱을 보니 편의점도 배달을 하더군요. 간편식만 배달하는 게 아니라 거기서 파는 물건 거의 대부분을 등록해놓고 배달을 하던...;



 - 보통 많이들 쓰시는 게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죠. 우버이츠라는 서비스도 존재하고 쿠팡도 쿠팡이츠라는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이고 곧 확대한다고 하니 또 어떻게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우버&쿠팡이츠의 사업 모델을 보면 과연 한국에서 자리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암튼 제가 주로 쓰는 건 배달의 민족이고...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잘 기억도 안 나지만 아마도 어디에서 '오늘 배민에서 쿠폰 뿌린다!!' 같은 글을 보고 대뜸 가입해서 쿠폰으로 뭐 시켜 먹은 후에 아무 생각 없이 정착했겠죠. 제가 하는 일들이 대부분 그렇습니다. ㅋㅋ



 - 배달의 민족에는 원래 사용 실적에 따라 포인트를 주고 그걸 현금처럼 쓰게 해 주는 마일리지 서비스가 있었습니다만. 없어졌습니다. 요기요가 올해 초쯤에 공격적으로 쿠폰 살포에 나서며 출혈 경쟁에 나서자 배달의 민족도 그걸 무시하고 버틸 수 없었던 거죠. 그래서 마일리지를 없애 버리고 거기로 갈 돈을 각종 할인 이벤트에 다 때려박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오고 있습니다만. 그게 대략 소강 상태에 이른 지금 시점에서 결국 승리자는 누구인지 모르겠더라구요. 덕택에 쿠폰 많이 얻어 먹은 소비자가 이득이었다!! 라는 건 너무 순진무구한 생각일 테구요.

 ...하지만 조만간 쿠팡이츠가 본격적으로 영업 개시해서 삼파전 양상이 되면 또 한동안은 하늘에서 쿠폰이 마구마구 쏟아지겠죠. 기대하고 있습니다. 음하하.



 - 배달의 민족 앱을 자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영세 업체들의 먹고 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들입니다.


 일단 할인 쿠폰. 이건 뭐 긴 설명이 필요 없겠으나, 보다보면 의외로 단돈 천원이라도 할인 쿠폰을 쓰는 업체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정확히는 대부분의 경우 프랜차이즈들이 쿠폰 살포를 자주 하구요, 동네 영세 업체는 자주 하지 않습니다. 아마 그만큼 동네 업체들의 대부분이 당장 먹고 살기가 빡빡하단 얘기... 도 되겠지만 아마도 더 큰 이유는 '리뷰 이벤트'에 주력을 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 얘기는 바로 다음에. 


 그 다음이자 가장 흔한 경우는 '리뷰 이벤트' 입니다. 주문시 요청 사항 적는 란에다가 먹고난 후에 꼭 호의적인 리뷰를 남기면서 별점을 만점 주겠다고 약속을 하면 업체측에선 음료수나 적은 양의 추가 음식을 제공하는 거죠. 어찌보면 천원 할인 쿠폰 주는 것보다 훨씬 심한 출혈 경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업체들이 리뷰 이벤트에 목숨을 겁니다. 왜냐하면 (긍정적인) 리뷰 수를 늘리고 주문 실적을 올리는 게 매출과 직결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 두 가지가 사람들이 처음 보는 업체에 주문을 할지 말지 고민할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부분이거든요.

 사람 맘이 그렇잖아요. 리뷰가 하나도 없는 가게라면 왠지 주저하게 된단 말이죠. 그리고 보통의 경우에 사람들은 자기가 시켜 먹은 음식이 꽤 맘에 들어도 자발적으로 리뷰를 남기지 않습니다. 자발적으로 리뷰를 쓰게 되는 건 대부분의 경우 뭔가 욕할 꺼리가 생겼을 때죠. ㅋㅋ 별 다섯개짜리 좋은 리뷰는 자발적으로 쓰게 만들 수 없어요. 그 댓가를 제공해줘야 하고 그게 바로 리뷰 이벤트입니다.

 사실 이 이벤트는 좀 웃기는 면이 있어요. 결국 서비스의 평가를 돈으로 사서 조작하는 거잖아요. 명백한 부정행위이지만 그냥 이 바닥의 기본 스킬로 정착되어 있습니다. 뭐 어쩌겠어요. 식당들은 먹고 살아야 하고, 소비자는 어차피 시키는 거 먹을 거 뭐라도 더 얻으면 이득인 것이고. 이렇게 상생(!?)하는 거죠.


 또 한 가지 재밌는 건 가지치기입니다. 업체 한 군데에서 짜장면 탕수육 치킨 떡볶이 닭도리탕 곱창볶음 냉면 막국수 족발 순대국밥 매운닭발을 다 만들어 파는데 종목별로 다른 상호명으로 앱에다 등록해 놓는 행태 얘깁니다. 20년 전통 짜장면집이 동시에 대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막 도착한 치킨집이면서 또 육수를 직접 내고 면을 뽑아내는 냉면집인 와중에 양심을 걸고 족발 외길만 가는 가게인 것이죠.

 사실 이건 배달 어플이 나오기 전, 쿠폰북의 전성 시대에 이미 확립된 장사 행태입니다만, 그게 앱에 그대로 옮겨와 있는 모습이 좀 재밌었어요. 이 중에서 정말 열심히 장사하는 곳의 경우엔 가게 썸네일과 상호명들까지 되게 섬세하게 짜 놓아서 겉보기론 눈치 채기 힘든 경우도 꽤 됩니다.... 만. 확인하는 방법은 아주 쉽습니다. 어플에서 '정보' 탭을 터치한 후에 아래로 쭉 내려보면 실제 등록된 상호명이 바로 확인 되거든요. 저는 좀 심사가 삐뚤어진 사람이라 이런 식으로 속임수 쓰는 업체들에선 주문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요즘 또 눈에 띄는 건 음식 공단(...) 비즈니스가 생겨나고 확대되는 모습이에요.

 바로 위에서 설명한 한 업체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는 거랑 비슷한 개념인데, 메뉴별로 실제로 각각 다른 업체들이 음식을 만드는 거죠. 그러니까 누군가가 주택가 인근의 빌딩 한 층을 통째로 임대한 후에 거기에 다양한 배달 음식 전문 업체들을 입점시킵니다. 아마 입점 시키면서 배달 대행 업체 이용료랑 장소 임대료를 패키지로 묶어서 계약하겠죠. 가격만 적당히 정해 준다면 음식 업체들 입장에선 여러가지 수고를 덜면서 비용까지 일부분 절감할 수 있을 테니 꽤 괜찮은 아이디어 같습니다. 

 한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던 모습의 장사 행태인데, 요즘 꽤 확산되고 있더라구요. 대략 15분 정도 걸리는 제 출퇴근길에 이런 장소가 두 군데나 있거든요.


 마지막으로 또 한 가지 깜찍한(?) 모습들이 있는데요.

 아마도 배달 앱 이용자들 중에 상당수가 '이 업체가 배달만 하는 업체인지 실제 장사를 하면서 배달도 하는 업체인지'를 확인해보는 모양이에요. 그리고 자체 매장을 갖고 주력은 거기에 두면서 배달'도' 하는 업체들을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이해는 가요. 아무래도 동네에서 이미 자리 잡은 식당이 배달도 한다고 그러면 조금 더 신뢰가 가게 마련일 테니까요. 그래서 그런 가게들의 경우에는 가게 소개글에 매장 사진을 올려 놓고 '우린 이런 곳이다!'라는 걸 강조하고 그럽니다만.

 그런데 그래서 어떤 배달 전문 업체들은 자기네 업장 전면을 마치 홀이 있는 식당인 것처럼 꾸며 놓고 가게 간판이랑 꾸며 놓은 부분만 보이도록 애매하게 사진을 찍어서 올려 놓기도 하더라구요. 얼핏 보면 홀에서 장사하는 것 같지만 찾아보면 그냥 배달 전문인. ㅋㅋ 이걸 센스있다고 해야할지 정말 처절하다고 해야할지...;


 아. 한 가지 더 있었네요. 이건 제가 정말 싫어하는 건데, 손편지 쓰기입니다.

 언제부턴가 업체들이 배달 음식에다가 포스트잇을 하나 붙여 보내요. 거길 보면 뭐 이용해주셔서 감사하고 덕택에 우리가 노력하고 있으며 좋은 하루 보내시고 맛있게 드시고 리뷰도 좀 써주시고... 이런 이야기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습니다. 

 고객 감동 차원에서... 뭐 그런 의미이겠습니다만. 아, 제발 좀 안 했으면 좋겠어요. 직업 특성상 매년 연말마다 이렇게 영혼 없이 건전하고 아름다운 글을 잔뜩 작문해야 하는데 그게 정말 고통스럽거든요. 그래서 이런 쪽지들을 보면 그 고통이 떠올라서 기분이 안 좋아집니다(...)



 - 배달의 민족에서 미는 게 '배민라이더스' 서비스죠. 컨셉과 취지는 지역 '맛집'을 배달 서비스에 끌어들이면서 배달의 민족에서 직접 배달을 담당한다... 뭐 그런 건데요. 사실 세상에 맛집이란 게 그렇게 많을 리가 없잖습니까. 그래서 뭔가 애매한 가게들까지 다 우겨 넣다 보니 대부분의 배민 라이더스 업체들 음식 퀄리티가 일반 업체들과 거의 차이가 없는 가운데 배달료만 비쌉니다. 게다가 이 배민 라이더스 업체들은 이벤트(!)도 잘 하지 않아서 시켜 먹은 사람들 후기도 별로 없구요. 그래서 오히려 일반 업체들보다 주문 건수도 떨어지는 것 같더군요. 요즘들어 기본 배달료 0원 이벤트를 배민 라이더스 위주로 빡세게 열고 있는 게 이런 문제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직장에서 배달을 시켜 먹으려고 앱의 주소를 변경했다가 알게된 건데, 동네에 따라선 배민 라이더스 서비스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뭐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겠습니다만. 제가 사는 곳 같은 경우엔 차 타고 5분 거리에 대학가도 있고 초대형 유흥가도 있어서 라이더스 카테고리에도 식당이 쓸 데 없이 많아서 그 전까진 상상을 못 해봤어요. 아직은 배달의 민족이 전국을 본격적인 나와바리로 삼기엔 자본력이 부족한 거겠죠.



 - 쿠팡 이츠를 준비하는 쿠팡측 인사의 인터뷰를 몇 달 전에 읽어봤는데, 그 양반은 길어야 10년에서 20년 안에 대부분의 젊은 가정이 집에서 음식을 안 해먹고 살게 될 거라고 주장하더군요. 솔직히 좀 지나친 예상 아닌가 싶긴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설득력이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그 양반이 꿈꾸는 미래가 도래한다면 아마 사람들 많이 모여사는 곳마다 음식 공단(...)이 하나씩 자리잡고 도로는 배달 오토바이들로 가득...

 음. 뭐 그렇게 아름다운 풍경은 아니겠네요. =ㅅ=



 - 사실 제가 배달의 민족에 꽂혔을 때 미칠 듯이 사먹었던 게 동네 떡볶이 집들이었는데요. 그래서 배달 떡볶이 얘기도 해보려다가 가뜩이나 영양가 없는 글의 분량이 미칠 듯이 폭발해 버려서 나중으로 미뤄두겠습니다.


 이제 제가 이 정도 뻘글을 제시했으니 모두들 '내가 뭘 써도 저 글보단 덜 뻘하겠지'라는 마음으로 편안히 게시판 도배에 동참 해주시길. ㅋㅋㅋ

 이만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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