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옛날 옛적 그 전설의 게임 '울펜슈타인3D'의 리부트 내지는 현대판 시리즈이고 이게 2편입니다.




 - 스토리로 따지면 대체 역사물에 들어가겠죠.

2차 대전 당시 나치가 지구를 정복한 세상에서 레지스탕스로 활약하는 주인공의 이야기인데... 반사적으로 '높은 성의 사나이'가 바로 떠오르긴 하지만 그렇게 신경 써서 구축한 세계관은 아닙니다. 애초에 나치가 승리할 수 있었던 원인부터가 고대부터 전해내려온 수수께끼의 첨단 기술을 나치가 손에 넣어서... 뭐 이런 이유거든요. ㅋㅋ 어차피 화끈한 총질의 재미가 핵심이고 또 거의 모든 것인 게임이니 세계관 복잡해봐야 쓸 데도 없구요. 그냥 많은 사람들이 혐오하면서도 남몰래 '사실 디자인은 간지난다'고 생각하는 2차 대전 당시 나치 장비, 나치 차림새들을 야매 SF느낌으로 리폼해서 폼나게 보여주고, 또 그걸 아무 죄책감 없이 신나게 쏴 죽이고 터뜨려 죽이고 태워 죽이기 위해 존재하는 설정이라고 생각하면 되시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심플한 역사관에도 불구하고 주인공들의 드라마에는 꽤 공을 들이는 게 또 이 시리즈의 특징입니다.

아무래도 '초인 FPS'라는 같은 장르의 게임 둘(둠과 울펜슈타인이요)을 동시에 굴려야 하는 베데스다의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원래부터 화끈하게 그냥 다 막 죽여버리는 게임의 원조였던 '둠'은 여전히 스토리보단 걍 화끈한 전투만 죽어라고 이어지는 스타일로 만들어 내놓고, 이 게임은 뭔가 잠입도 하고 무슨 장비들 같은 것도 많이 쓰고, 그러면서 스토리에 신경을 써서 컷씬도 고퀄로 만들어 넣고... 이렇게 차별화를 한 느낌.


그리고 2편의 스토리가 좀 튀는 점이라면, 아주 몹시 매우 대단히 노골적인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거죠.

그러니까 이게 나치 점령 치하의 미국에서 레지스탕스를 조직해 활동하는 내용인데, '우리 편' 중 비중 있는 인물들이 대부분 유색인종 아니면 '어쨌든 미국인은 아님'에 속하는 사람들이에요. 그나마 내추럴 본 미국인 아군은 볼셰비키 혁명가라든가(...) 하는 식으로 뭔가 핑계(?)가 붙어 있구요. 당연히도 여성 캐릭터의 비중이 많이 높죠. 아주 평범하고 표준적인 미국인 + 백인 + 남성 캐릭터는 착한 역에는 아예 없었던 것 같군요. ㅋㅋ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모여서 전 미국인들에게 티비 방송으로 "차별에 분노하고 있다면 너도 우리 중 하나이다. 함께 다 뒤집어 엎어 버리자!!!"라는 메시지를 내보내는 장면도 나옵니다. 게이머들이랑 아이 컨택을 하고 삿대질하면서 아주 강력한 톤으로, 아주 오래 이야기해요. ㅋㅋㅋ


이러다 보니 이 스토리를 트럼프 시대에 대한 풍자 내지는 선동 같은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더라구요. 사실 아무리 그래도 이게 나치 이야기이다 보니 그런 식의 해석이 딱 맞아떨어지진 않지만, 동시에 또 어느 정도는 말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부분 때문에 발매 당시에 미국 게이머들은 엄청 싸워댔다고. ㅋㅋㅋ


뭐 그런 건 다 좋은데 이 스토리가 좀 괴상한 게, 전반부와 후반부의 톤이 완전히 달라요.

전반은 내용이 어둡고 절망적이면서 되게 가라 앉은 느낌의 진중한(!!) 드라마거든요. 근데 중반의 어느 사건을 기점으로 갑자기 유쾌 상쾌 엽기 발랄한 코믹 활극이 되어 버립니다. 내용 전개를 보면 제작진의 의도 그대로인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이게 적응이 안 돼서 스토리에 악평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던 걸 생각하면 그리 성공적이진 않았던 듯. 저의 경우엔 전반부는 지루했고 후반부는 좋았습니다.



 - 게임 플레이는 좀... 뭔가 이상합니다.

 위에서도 말 했듯이 이 게임은 이미 오래 전에 유행이 지나간 초인 FPS의 형식을 갖고 있죠. 굳이 뛰지 않아도 기본 걷기 속도가 엄청 빠르고, 정조준 같은 거 하지 않아도 조준하는대로 총알 다 정확하게 박히구요, 엄폐하며 깔짝깔짝 깔짝깔짝 싸우는 요즘 총질 게임과 달리 대체로 걍 람보 놀이를 하면서 '내 체력 다 깎이기 전에 쟤들 다 죽이면 되는겨' 라는 맘으로 즐기는 그런 장르에요.


 근데 스토리상의 이유로 처음에 주인공의 체력을 절반만 줍니다. 그래서 어렵고... 종종 짜증이 납니다. 람보질을 못 하고 숨어 다니는 플레이 위주로 해야 하는데 '울펜슈타인' 게임을 살 때 그런 거 하고 싶어서 사는 사람은 없거든요. 게다가 이 '체력 절반' 파트가 전체 게임 분량의 거의 절반이라...;


 또 맵 생김새가 복잡한데 미니맵도 없고 메뉴를 열어 맵을 봐도 그게 직관적으로 눈에 들어오질 않습니다. 그래서 길 찾아 엄청 헤매고 다니게 되는데 이 게임이 기본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적들이 자꾸 리젠되는 룰을 갖고 있어서 스트레스가... 밀려오는 가운데 체력이 절반!! ㅋㅋㅋ


 그런데 또 기본적인 총질의 재미는 잘 살려 놓은 편이라 어쨌거나 중반 이후의 전투들은 꽤 화끈하게 즐겁습니다. 그래서 아쉽더라구요. 충분히 어렵지 않게 개선할 수 있었을 불편함과 단점들이 그 재미를 깎아 먹는 모습들이요.



 - 시각적, 청각적으로는 꽤 즐거운 체험입니다.

 일단 2차 대전 나치st.에다가 야매 SF 스타일을 입혀 놓은 비주얼이 상당히 보기 재밌어요. 그 외에도 전반적으로 미술 쪽으로 신경을 많이 써서 볼거리가 많습니다. 음악도 뭐 컷씬에서 나오는 락앤롤이나 메탈곡들도 좋고 전투 음악도 분위기 띄워주는 역할은 충분히 하구요.

 결정적으로 컷씬들이 상당히 고퀄이라서 보는 맛이 괜찮았네요.



 - 종합하자면, 아주 잘 만든 수작이 되려다가 만 게임입니다.

 기본 게임 플레이도 탄탄하고 스토리도 봐줄만 하고 보고 듣는 맛도 좋고 다 좋은데 괜한 무리수들(체력 절반!)과 충분히 개선할 수 있었던 불필요한 불편한 요소들(길찾기 빡셈 같은)이 전체적인 평가를 깎아 먹어요.

 특히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무의미하게 빡센 난이도와 함께 이 단점들이 찾아오니 전반부를 넘기기가 참 어렵습니다.

 저야 뭐 엑스박스 게임패스로 즐긴 경우라 돈을 거의 안 들이고 한 사람이지만, 그래도 전반부가 어렵고 지겨워서 게임을 시작한진 서너달 되는데 엔딩은 방학 하고 나서야 봤으니까요. 그래서... 추천하지는 않습니다만. 다이렉트 게임즈 같은 곳에서 종종 아주 싸게 세일도 하고 그러면 한글 패치도 끼워주고 하니 세일 가격으로는 한 번 해볼만도 할 것 같네요. 아쉽지만, 결론은 대략 그 정도였습니다.




 그럼 또 여담으로.


 - 원래 게임 세상에서 정말 아무 부담 없이 막 조롱하면서 죽여도 문제가 안 되는 존재가 1. 좀비 2. 나치 아니겠습니까(...) 독일에선 나치 관련 문양들을 다 다른 걸로 대체하고 발매됐다던데. 독일인들은 이 시리즈가 참 얄미울 것 같아요.



 - 후반에 히틀러가 잠깐 등장하는데... 히틀러를 묘사하는 방식이 아주 걸작(?)입니다. '좀비 아미 트릴로지'에서 나온 히틀러와 이 게임의 히틀러 중에 어느 쪽이 좀 더 모욕적일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봤어요. ㅋㅋ 자웅을 가리기 힘든 모욕 배틀이지만 좀 더 디테일하단 면에서 이 게임 쪽이 더 심한 조롱인 걸로. 뭐... 생전에 한 짓을 생각하면 이런 취급 당해도 싸긴 하죠.



 - PC함에 집중한 스토리를 가진 게임이라고 적긴 했는데, 동시에 화장실 유머 같은 걸 좋아하는 게임이고 성적인 더티 조크도 종종 나와서 여성 게이머들 입장에서는 불편한 장면이 많을 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 엔딩 노래가 맘에 들더라구요. 아주 시끄럽고 보컬이 꾸아꾸아걸걸걸걸거리는 노래라서 그런 거 좋아하는 분들만 들어보세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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