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라....벌써 17년전이군요.  기억도 가물가물해질만한 오랜 시간이 흘렀어요.

2003년 당시 한국에선 거의 완벽에 가까운 대처로 감염자도 한자릿수에 그쳤고 사망자는 없었습니다. 다행히 노무현 정부 시절이었고

더 다행하게 그 전에 김대중 정부였어요.  다른거 다 떠나서 그냥 정상적으로 국가시스템이 돌아가게 만드는 정권이냐 아니냐의 차이가

매우 큰 결과적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1.

전 그 당시 상해에 있었습니다.  

2002년 11월부터 최초감염자가 나왔지만 광동성의 촌구석이었는지라 전파속도도 더디었지만

관련 당국의 상황파악도 늦어졌다가 대도시로 전파되고 홍콩을 통해 전세계로 퍼져나가고 시작하고 나서야 중국 중앙정부가 본격적으로

질병 통제에 나서기 시작했고 결국 최초발생 이후 5개월만에야 본격적인 대처가 시작된 샘입니다.


이렇게도 상황은 당시 중국이 장쩌민체제가 후진따오 체제로 권력이양 과정이었다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대처가 늦었던 것도 그렇고 막상 국가적 대처가 시작되자 마자 급속히 사태가 통제되고 해결된 것도 이 권력교체 사정과 연관이 있었어요.

후진따오는 대처가 늦어진 것을 구권력의 문제점으로 인식하고 여론을 만들었고 자신의 권력이 완벽히 장악하는 수단으로 활용을 했어요.

사실 후진따오 체제는 장쩌민이 자신에게 덩샤오핑이 그랬던 것처럼 수렴청정 하던 권력교체 과도기상태였는데

사스사태를 거치며 후진떠오는 장쩌민의 그림자를 걷어내버릴 수가 있었던거죠.

내용적으로는 더 개방적이고 더 합리적인 국가운영으로 변화하는 계기가 된 것이라고 볼 수 있구요.



2.

개인적인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당시 제가 중국 상해에 들어온지 3개월여가 지난 시점부터 시 전역에 방역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미 그 이전부터 공산당원이었던 친구를 통해 상해시 안에서만 이미 수십명의 환자가 발생했는데 숨기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있던 차였어요.

그래서는 상해시민들은 별로 놀라울것도 없다는 듯이 지금 생각해보면 지금에 비해 꽤 차분히 상황을 맞이했던거 같아요.

제 경우는 바로 직전까지 월마다 만찬을 갖고 여행을 다니고 했던 (입주해 있던 같은 빌딩내 다국적)친목모임이 중지되고 

진행중이던 모든 프로젝트와 관련된 계약 및 미팅이 중지되면서 1개월 넘게 거의 숙소와 멀지 않은 거리의 사무실 그리고 마트만 오갔던 기억이에요.


그리고 (정말 무지에서 비롯된) 고양이에 사스 옮긴다는 소문에 아랑곳 없이 생후 5개월이 채 안된 냥이 하나를 입양했어요.

그 아이 덕분에 사스로 인해 발생한 불안에 잠식되던 이국의 대도시에서의 고립감을 잘 견딜 수 있었던거 같아요. 

그런데 찬바람이 불어오고 사스가 상해에서 완벽히 통제된 가을무렵 그 아이는 감기에 걸렸고 병원에 다녀온지 사흘만에 무지개 다리를 건너버렸어요.

사스와 함께 와서 사스를 견디게 해주고 사스와 함께 떠난 냥이 덕분에 그 이후로도 사스시절은 그 아이와 함께한 행복했던 시간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처음 집으로 데려오고 사흘정도만 구석진 곳을 찾아 낯가림, 공간가림 하다 곧 금방 친해졌고

밖에서 돌아와 아파트 문을 열면 이미 저라는걸 알고 기다렸다는 듯이 문 앞에서 “왔냐옹” 인사를 하고

노트북을 열고 작업할 때마다 키보드위에 올라와 시위를 하고 항상 제 무릎위를 탐하고 

매우 활동적이지만 파리도 무서워할 정도로 겁이 많아 사고 치는 일 전혀 없던 정말 이쁘고 사랑스럽기만하고

잘려고 침대에 누우면 제 배위로 올라와 꾹꾹이를 해주고 골골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이 들었던 

대게의 집사들이 꿈꾸는 삼대가 덕을 쌓아야 만날 수 있다던 그런 냥이였어요.



3.

아참.... 이거 사스 이야기였죠?  -_-; 


지금 상해에서 전염병에 대해 동요 없이 가장 잘 대처를 하고 있고 중심을 잡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그 당시 초중고를 다녔던 세대들이에요.

그 당시 초중고에 다니면서 절제되고 통제된 전염병 대처법에 잘 훈련이 된 세대라는 의미죠.

그 사스 시절 초등학교를 다니던 아이들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전염병으로부터 가족을 지키는 어른이 된거죠. 

마침 ‘춘절’을 맞아 가족과 함께 집에 모여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마작이나 카드게임을 하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가족중 정해진 한사람만 장을 보러 나갔다 오고 모두 집안과 집 혹은 아파트 단지 마당에만 머물고 있어요.


안부를 물어보면 걱정해줘서 고맙다면서도  다들 “OO老师~ 당분간 상해로 오지 말아요. 한국이 더 안전할거니까” 라내요.



4.

지금 중국은 정치적으로 매우 미묘한 긴장상태가 감지되요. 저만 그런줄 알았는데 전문가들 중에서도 그렇게 진단하는 사람들이 제법 되더군요.

일단 표면적으로는 우한시장이 ‘희생양’이 되는 것을 거부하며 초기의 정보통제가 자신이 아닌 중앙정부탓으로 돌리는 폭탄선언을 해버렸어요.

이런 일은 제가 알기로 지난 십수년간 본 적이 없어요.  

과연 누구탓일까요?   아마 둘 다 문제였을 가능성이 높죠.


사스의 경우 장쩌민에서 후진따오로 권력이양기에 발생했다고 했었죠?  그 와중에 국가조직의 실무자들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부정적인 정보를 상부에 보고 안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사실 사스 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관료시스템의 전형적인 취약점이에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을것이고 사태 초반에는 (1월초까지) 지방정부에서 뭉게다가 중앙정부에서 상황파악이 된 이후(1월 10일경)에는 

코 앞의 ‘춘절’에 따른 복잡한 사정에 정치적 결정을 쉽게 못하고 있던게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을 합니다.

1월 21일 밤 시진핑이 문제의 중대성을 지적하고 국가적 최우선 과제로 ‘우한폐렴’ 즉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대처하겠다 밝하기

이전에 우한시에서 벌어진 개막장 상황은 중앙과 지방 모두에게 다 책임이 있었다는 것이죠. 

문제는 이전처럼 희생양이 그냥 순순히 자신만 희생 당하는게 아니라 이미 중앙정부의 책임도 있다고 반발해버렸고 그것이 

중국에서는 이례적으로 공개되버렸다는 거에요.  이건 사소한 사건이 아니에요.



5.

그리고 그저께즘인가? 중국의 권력서열 2위 리커창 총리가 우한을 직접 방문하여 방역 현장에서 마스크를 쓰고 핏대를 올로 삿대질하며 

의료진과 공무원들을 격려인지 질책인지 헷갈리는 장면이 중국 전역에 방송되었습니다. 

꽤 절박해 보였고 다른 재난사태(지진이라던가 태풍이라던가 폭발사고라던가)에 보이던 장면과 달리 초조해 하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어요.


그렇다고 이번 질병사태가 중국 체제를 흔들어 시진핑 정권이 몰락한다던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뭔가 중국인민들의 정치적 지향?이랄까 정부에 대한 신뢰랄까? 뭐 그런거에 꽤 강한 스크레치가 생긴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아마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지나치진 못할거에요.



6.

하여간 17년전 사스를 통해 중국은 배운게 뭐냐? 진보한게 있느냐? 라는 물음은 자연스러운데 

그래도 뭔가 변한건 확실합니다. 질병 연구활동 및 감시와 통제 시스템은 그 당시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발달해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정치와 행정수준은 별만 달라진게 없다는게 문제라면 문제이고 시진핑 체제는 후진따오에 비해 되려 시스템보다는

‘애국심’ 혹은 ‘이념’에 경도된 측면이 있다는거? 이게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자리잡은 국가독점자본주의로 인한 여러 문제들에 따른 위기적 징후에 대한 대처-

사회통합과정을 위해 어느 정도는 필요했던 중국이었지만 대규모 전염병이 창궐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는 것에 어떤 유의미함이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거 같아요.


그래서 사스 이후 발전이 있는지 없는지 중국의 진짜 실력은 시진핑이 공개적으로 이 문제를 거명하고 본격 대처를 공언한 지난 21일 이후부터라고 보면 될것이고

이번주까지는 21일 이전까지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어 담는 실력을 가늠할 수 있고  다음주말 즈음에는 문제를 해결하는 실력을 가늠할 수 있을거 같아요.

그 시간은 그냥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수만명의 의료진과 수십만명의 관련 공무원들 그리고 수백만의 고립되어 고통받고 있는 우한시민들의 전쟁과 같은 시간들이죠.  그리고 그 시간들은 소리없이 허공으로 사라지지 않고 역사가 되겠죠. 



7.

혐오? 라는건 인간성의 밑바닥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행태지만

원래 대규모 ‘전염병’에는 지난 수천년간 인류 역사에 단골로 따라 붙는 영혼의 쌍둥이 같은거라고 하는군요.  


무슨 말이냐면 지금 이 혐오가 한국만의 현상도 아니고 자유한국당이나 일베충 의 선동에 의한 것도 아니라는거죠.

일례로 트위터에서 매우 끔찍한 혐오 스피치에 열을 올리는 계정을 신고하다 보면 지난 맨션들을 얼핏 보게 되는데 

그냥 아무 정치색 없이 B*S같은 아이돌 광팬질 하던 부류들도 제법 많더군요.  

이탈리라에서 독일에서 프랑스에서는 중국인을 넘어 아시안에 대한 혐오까지 확산될 조짐도 보이고 있구요.

결국 전염병은 공포를 낳고 그 공포는 인간본성에서  ‘혐오’의 스위치가 되는 거랄까요?


문제는 혐오 그 자체보다 (어차피 나약하고 비루한 인간종의 본성 어디 가겠어요)

히틀러가 유대인에 대한 혐오를 조장할때 독일인들의 ‘경제적 공포’를 자극 했듯이  이 ‘혐오’를 부추기고 이용하여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독극물’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자유한국당 말입니다.



8. 

그런데 중국, 중국인들은 혐오의 책임에서 자유로운가?

이런 질문 자체가 잘못된것이기도 하지만 중국인들 중 상당수가 이미 스스로 인식하고 ‘지양’하려는 잘못된 관습에 대해 

외부의 ‘혐오’는 문제 해결에 아무 도움도 안된다는 것이죠. 

특히 식습관과 위생관념은 젊은층과 노장년층이 확연히 서로 다른 차원이 공존하고 있어요. 

중국 젊은 여성들의 위생관념과 안전한 식습관 추구는 한국의 젊은 여성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그 들의 낡고 잘못된 관습은 그들 스스로 알아서 고칠 문제이고 혐오질은 1도 도움이 안되기도 하고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를 파생시킬 뿐이라는거죠.



9.

결론은 손 씻어요. 살기 위해서 씻어요.

앞으로 더한 전염병이 또 다시 나타날지모릅니다.  

그 근거는 의료시스템이 좋아지고 사람들의 위생과 영양상태가 아무리 좋아져도  ‘미세먼지’등 면역력을 갉아 먹는 환경이 개선되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거에요.

런던 스모그 대참사나 스페인 독감이나 변종 바이러스 자체도 문제지만 숙주가 되는 사람과 그 사람이 살고 있는 환경적 요소가 중요한데... 그만큼 개선하기도 어렵고 오래 걸린다는거; 결국 자기 몸은 자기가 지켜야 하는데 손 씻는거 만큼 개인에게 확연한 기대효과가 큰 것도 없어요.

하루에 몇 번 씻나요?  전 평소에도 하루에 9번정도 씻었는데 ‘우한지역 전염병’이야기를 처음 접한 뒤부터는 항상 두자리 숫자에요.




* 아, 중대한 사태에 바낭질만 하냐는 질책이 뒷통수에 근질거려서 뉴스 하나 링크합니다


 

신종 코로나: 빠르게 퍼지는 괴담과 가짜 뉴스 팩트 체크

 박쥐 먹는 영상- 그거 우한이나 중국에서 찍은게 아니라 팔라우라는 곳에 여행간 중국 유투버가 현지 음식이라 소개하며 먹은 영상
 우한 간호사 폭로 영상 - 우한시 간호사라는 증거 없으며 의료인일 가능성 낮음, 발언 내용도 대부분 확인 불가능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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