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환타지 섹션을 클릭클릭하다가 코어를 발견. 


2003년작. 좀 오래된 영화인데 왜 아직까지 안봤을까요? 영화가 좀 고루한 인상이라 제껴놓고 있었죠. 고루한 인상이라 함은, 왜 뭔가 정적으로 진행되는 재난물이나 아포칼립스 영화들 있잖습니까. 개인의 심리에 치중하거나 재난 앞에 파괴되어가는 가족 또는 혼란한 인간 군상의 면모를 조명한다거나........ 이런 것들에는 사실 관심이 없거든요. 코어 전에 서던 리치: 소멸의 땅을 봤는데 이같은 영화도 제게는 정적인 재난물 유형에 들어갑니다. SF가 아니라 심리극 아닌가 싶을 정도였지만, 촬영, 음악, 편집 등 영화적 짜임새가 좋아서 만족하면서 보긴 했습니다. 감독인 알렉스 가랜드의 전작인 엑스마키나도 좋은 영화였죠. 하지만 서던 리치에 비해서는 영화에 집중하기 어려웠단 기억이. 좀 지루했어요. 


점점 생존을 위협해 오는 재난의 다양한 양태들과 오로지 액숀! 말고 좀더 과학적으로 그럴 듯해 보이는 극뽁의 과정, 여기에 밉상 아닌 캐릭터들이 개인적으로 볼만한 재난영화의 기준입니다. 코어는 이 재난 영화의 오락 공식을 충실히 따라가는 영화에요. 자기장 소멸로 인한 각종 재해 묘사가 신선했고, 과학자들이 힘을 합쳐 재난을 타개하는 과정도 좋아요. 특히 지구 내핵으로의 탐사라니! 과학적 고증도 제법 잘돼있는 편이라고 하고, 흥미진진합니다. 이 와중 멍청한 정부가 멍청한 결정을 내리고요. 탐사대들 간의 합은 괜찮습니다. 스탠리 투치가 맡은 과학자 캐릭터가 가장 좋았고요. 인터스텔라의 맷 데이먼 롤인데, 맷 데이먼과 달리 투치는 '저 시키 언제 통수치려나' 하는 탐사선 내 은근한 긴장감 유발을 담당합니다. 연기도 좋더군요. 자기는 하루라도 더 살아봐야 겠다고 악에 악을 쓰는데 아기같이 순수하기는! 스탠리 투치는 연기가 고루 괜찮던데 임팩트있는 조연 롤은 적어서였는지 연기 경력에 비해 상복은 없는 듯 하네요. 


비슷하게 재밌게 본 재난영화로는 투모로우가 있어요. 자연재해 관련으론 투모로우와 더불어 제게는 투탑으로 꼽힐 듯 합니다. (자연) 재난물도 오락적으로는 준수한 퀄리티가 몇 없는 장르인 것 같아요. 돈질해야 하는건 아는데 그걸로 떡칠을 해서 거기에 기대서만 영화를 만들지 말란 말이닷. 아, 맞다. 코어는 음악은 별로더군요. 엔딩 크레딧 주제가 무엇?? 


아직 지구의 자기장은 잘 생성되고 있는 것 같으니 여유롭고 편안한 마음으로 코어를 봅시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74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1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662
123246 [웨이브바낭] 호러라기 보단 감성 터지는 잔혹 동화, '굿 매너스' 잡담입니다 [4] 로이배티 2023.05.20 343
123245 (드라마 바낭) 무정도시를 밤새며 봤어요. 왜냐하면 2023.05.20 226
123244 스팔레티가 나폴리 나가는군요 daviddain 2023.05.20 136
123243 프레임드 #435 [4] Lunagazer 2023.05.20 97
123242 알고 싶지 않은 마음, 주말 읽을 책과 기타 잡담 [4] thoma 2023.05.20 362
123241 강남역 살인사건은 여성혐오 범죄인가 [1] catgotmy 2023.05.20 393
123240 더 플래쉬 흥행할 것 같네요 [2] theforce 2023.05.20 470
123239 (스포) [토리와 로키타] 보고 왔습니다 [4] Sonny 2023.05.19 296
123238 귀신이 곡할 노릇 [2] 가끔영화 2023.05.19 240
123237 프레임드 #434 [3] Lunagazer 2023.05.19 116
123236 '아베 일족'(2) [4] thoma 2023.05.19 242
123235 (어제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 43주년 [5] 왜냐하면 2023.05.19 369
123234 Killers on the flower moon 예고편+잡담/파리ㅡ 김민재 [1] daviddain 2023.05.19 184
123233 [웨이브바낭] 오만가지 풍자 스릴러, '더 베타 테스트' 잡담입니다 [4] 로이배티 2023.05.18 353
123232 '아베 일족'(1) [5] thoma 2023.05.18 313
123231 프레임드 #433 [4] Lunagazer 2023.05.18 119
123230 1940년대부터 헐리우드 여배우 [9] catgotmy 2023.05.18 666
123229 제가 좋아했던 2010년대 헐리우드 여자배우들 [25] Sonny 2023.05.18 1157
123228 헤어질 결심 박해일 연기 catgotmy 2023.05.18 502
123227 2010년대 헐리우드 여배우 비주얼 하락 [6] catgotmy 2023.05.18 92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