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오래 전에 게시판의 어떤유저가 저격을 하면서 이런 말을 했죠. '남들의 한달월급을 들고 가는 술집에서 2차가 없다니 그걸 믿으라고 하는 말이냐.'라는 식으로요.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돈은 귀중한 거잖아요? 그 돈을 써서 여자를 만나는데 몸을 파는 여자를 보는 건 돈이 아까운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나요? 돈을 주고 여자를 볼 거라면 몸을 안파는 여자를 봐야지, 몸을 파는 여자를 보는 건 상식적이지 않아요. 2차를 갈 거다...라고 몰아가기를 하는 건 좋지 않아요.


 내가 말하는 '돈을 주고 여자를 본다'는 말은 그 여자의 시간을 산다는 뜻이예요. 시간 이외의 것을 사는 게 아니라. 여기 있는 사람들도 그렇잖아요? 돈을 받고 자신의 시간+무언가는 팔고 있어요. 하루에 8시간 이상씩 일하면서요. 기본적으로 자신의 근무시간 8시간과 출퇴근 시간, 출퇴근을 준비하는 시간을 팔고 있고 그에 더해서 자신의 노동력이나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 또는 서비스를 팔고 있겠죠. 자신의 급에 따라 얼마만큼의 노동강도와 급여, 부차적인 감정노동까지 감수해야 하는지 아닌지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2.그리고 몰아가기에 대해 하나 더 말해보자면 나는 내가 부자라고 쓴 적이 없어요. 이상한 놈들이 공격하려고 그렇게 떠드는거죠.


 왜냐면 부자인가 아닌가는 상대적인 일이예요. 나는 '하루에 500만원 썼다' '세시간동안 800만원 썼다'라고 말하는 건 좋아해요. 그건 정확한 표현이고, 듣는 사람에 따라 상대적인 부자인가 아닌가가 판단되는 지표니까요. 부자인가 아닌가는 그렇게 각자에게 판단받을 일이기 때문에 나는 내가 돈이 많다거나 부자라는 말을 쓴적이 없어요. '과거보다는 돈이 많아졌다'라고 해석될 말은 많이 썼지만.


 양현석을 예로 들면 그는 하룻밤에 1억을 쓰거든요. 여기서 말하는 건, 엄청 무리해서 쓰는 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책정할 수 있는 비용을 뜻해요. 무리없이 하룻밤에 1억을 테이블에 뿌리고 다니는 건 나에게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넘사벽인 일이고요. 그래서 양현석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부자인 걸로 인정받고 있는 거죠. 그게 본인의 돈이면 더 간지가 나긴 하겠지만 어쨌든 대표니까 회사돈을 쓸 수 있는거고. 



 3.그렇기 때문에 나 정도의 사람에게 부자라는 워딩은 상대를 칭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격하기 위해서 소환되는 말인 거죠. 하루에 500이나 800만원 정도 쓰는 건 '너 고작 그정도로 나대는 거냐?'라고 얼마든지 깔볼 수 있는 사람들이 꽤나 많으니까요. 그래서 나는 부자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손사래를 치는 거예요.


 이게 그렇거든요. 내가 스스로 부자라고 하고 다니려면, 그 워딩으로 나를 공격할 여지가 있는가 생각해봐야 하니까요. 그리고 내 생각에 스스로 부자라고 발화하는 건 온동네에서 화살이 날아와 꽃힐 일이고요. 내가 그 정도 수준밖에 안되니까요.


 

 4.휴.



 5.뭐 두루뭉술한 표현을 싫어하기 때문이기도 해요. 지역 모임같은 곳에 가보면 여자애들이 '저사람 부자래.'라고 꺄악대는 놈들이 꼭 몇명씩 있어요. 한데 가만히 관찰해 보면 그놈들은 돈을 안쓰거든요. 부자라는 치켜세움에 적극적으로 반박하지도 않고, 부자라는 이미지만 대충 유지하고 있을 뿐이지 그런 근거를 하나도 제시하지 않아요. 자기가 사업을 한다...자기네 집안이 압구정에 큰 건물을 가지고 있다...젊었을 때 나이트에서 하룻밤에 5천만원 쓴적이 있다...라고 호프집에 앉아 입만 열라게 털고 있는 거죠. 그런 게 싫은거예요. 부자라고 어깨에 힘주고 다닐거면 사람들이랑 이권을 셰어하는 방식으로 증명하던가, 아니면 나대지를 말아야죠.


 그래서 전에, 모임에서 돈을 쓰고 다닌다고 한 건 내가 돈을 쓰고 싶어서 쓰는 것보다는 그런 놈들이 싫어서인 게 더 큰 이유예요. 부자라고 입만 털고 다니는 놈들에 대한 내 반발심리가 더 강한거죠.



 6.하지만 그렇게 다니다가 모임에서 마음 맞는 사람끼리 파생 모임을 만들어서 나오는 경우도 있어요. 모여서 한 2만원씩 걷어서 고기 먹고 2차 가고 헤어지는 모임이죠. 그런 조용한 모임에 온 조용한 아저씨들과 얘기해 보면 놀라곤 해요.


 왜냐면 지역모임이니까 당연히 강남에 사는 건 알았지만, 알고보니 근처의 최고급 아파트에 살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 말하는 걸 들어보니 가정을 유지하는 데 매달 큰돈을 쏫아붇고 있는 거죠. 아이들 교육비에 생활비, 양가 부모님에게 매달 드리는 용돈만 수백만원...매달 갚아야 하는 은행빚...이걸 다 계산해보면 내가 한달에 쓰는 돈이랑 크게 다를 것도 없어요. 뭐 연말이나 생일시즌을 빼면 평소에 내가 줄여서 쓰는 것보다 많기도 하고요. 특히 그중 기러기아빠인 경우는 일반적인 가장보다 훨씬 큰돈을 매달 가족을 위해 부쳐주고 있고요. 중요한 건 그들이 그때그때 씀씀이를 봐가며 줄이거나 늘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무슨 일이 있어도 매달 정해진 그 돈을 가족에게 주지 않으면 그 가정은 큰일난다는 점...그점에서 그 아저씨들이 대단한거죠.


 전에 일기에 썼듯이 모임에 나가보면 착시 효과가 일어나요. 2~30대들은 영끌해서 bmw나 벤츠 몰고 있고, 클럽에서 테이블잡고 양주도 까지만 사실 그들보다 2배는 더 버는 아저씨들은 회비만 내고 구석에서 조용히 있거든요. 모임 여자애들의 눈에 보이는 걸로만 보면 마치, 2~30대들이 부자인 것처럼 보이는거죠. 결혼한 아저씨들이 모임에 와서 조용히 구석에서 고기먹고 회비 몇만원 내고 돌아가는 건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을 많이 벌어도 다 쓸곳이 정해져 있기 때문인거예요.



 7.얼마전 일기에 '아이를 낳아서 잘 키우는 게 엄청난 가오'라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썼듯이...뭐 그래요. 남자가 자기가 버는돈을 혼자서 쓰고 다니면 그건 얼마든지 '부자인 것처럼' 연출하는 게 가능해요. 


 하지만 그렇게 혼자 쓰고 다니는 건 누군가를 책임지기 위해 돈을 쓰는 것보다는 가오가 떨어지는 일이예요. 결혼안하고 혼자서 돈 쓰고 다니면서도 가오를 챙기려면, 더욱 더 많은 돈을 남들과 셰어하면서 살아야 하는 거예요. 진짜 가족은 아니지만 유사 가족들, 내가 챙겨야 할 사람들을 만들어야 하는 거죠.


 뭐 일기를 계속 보는 사람들이라면 읽었겠지만 그래서 요즘 생각이 많이 바뀐거예요. 영앤 리치이던 시절엔 사실 돈이 많지 않아도 리치라고 불릴 수 있었지만, '나이를 먹으면 영앤 리치에서 '영'이 사라지고 '리치'라는 엄중한 기준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던가 '아이를 잘 낳아서 잘 키우는게 최고급의 스웩'이라던가. 예전에는 경기가 아니라 경기를 치른 뒤의 뒷풀이에 정신이 팔려 있었지만 이제는 경기를 위해 열심히 살 거라던가...뭐 그런 생각들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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