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딱히 스포일러는 없지만 이게 실재했던 사건을 대체로 사실에 근거해서 다루는 드라마인지라 '살인의 추억에서 마지막에 화성 연쇄 살인범은 못 잡는다!'는 정도의 스포일러는 피할 수가 없습니다.



 - 시즌2는 대체로 시즌1에 비해 MSG가 많이 첨가된 느낌입니다. 시즌1은 가상의 인물들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좀 전문직 소재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이었지만 시즌2의 주인공들은 각자 사생활에서도 좀 더 드라마틱한 사건들을 겪게 되고 연쇄 살인 사건 수사에도 훨씬 직접적으로 개입하게 돼서 이제 그런 다큐멘터리 느낌은 없어요. 실망할 분들도 있겠지만 일단 뭐 당연한 순리라는 생각이 들어요. 핀처가 이걸 5개 시즌으로 구상했다고 하니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구성 비슷하게 흘러간다고 치면 앞으로 점점 더 드라마틱해지겠죠.



 - 애초에 드라마의 주인공은 홀든으로 정해져 있고, 시즌1에서는 그냥 대놓고 괴짜 천재 홀든 원탑에 현실적 성격의 캐릭터 빌과 웬디가 서포트해주는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갔었죠. 그런데 시즌2를 다 보고 나면 이 시즌의 주인공은 빌입니다. 홀든의 비중이 크게 줄어든 건 아니지만 이번 시즌에서 빌이 겪는 이야기가 너무 강하고도 크죠. 살인범들과의 옥중 인터뷰 내용이나 현실에서 맡게 되는 사건들이나 모두 빌의 개인사와 연결되며 빌을 고통에 빠뜨리는 역할을 하기도 하구요.

 빌이 그걸 홀든에게 털어놓지 않아서 불필요한 갈등을 빚어내는 게 좀 억지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대체로 빌의 드라마는 충격적임과 동시에 꽤 공감할만한 구석이 있어서 괜찮았습니다. 세상의 어떤 사람이 그런 일을 겪으면서 깔끔하게 멘탈을 관리 해낼 수 있겠어요.

 반면에 웬디는 비중도 작을 뿐더러 겪는 일들이 대체로 메인 스토리와 동떨어져 있어서 좀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뭐, 시즌2에서 빌을 이렇게 키워주는 걸 보면 시즌3에선 웬디도 뭐든 큰 일 하나 겪게 해주지(?) 않을까 싶기도.


 좀 뻘소리지만 캐스팅이 정말 좋아요. 홀든은 그냥 딱 봐도 홀든스럽고 빌은 빌처럼 생겨서 빌처럼 행동하며 웬디도 그냥 웬디 그 자체라는 느낌.

 근데 새로 온 보스께선 아무리 봐도 스매싱 펌킨스 같아서 등장할 때마다 피식 웃음이 나오네요. 심지어 극중 이름도 빌리 코'건'이잖아요.



 - 화제성 면에서는 시즌2의 클라이막스에 가까웠을 맨슨 인터뷰 장면은 좀 그냥 그랬어요. 배우의 연기나 연출 문제가 아니라 그냥 각본 자체가 맨슨이라는 인물을 그렇게 크게 평가하지 않는 느낌. 맨슨을 만나기 직전에 켐퍼를 등장시켜 맨슨을 신랄하게 까버리는데 그게 이 드라마가 맨슨을 바라보는 시각인 것 같았습니다.

 근데 뭐 그게 바람직하죠. 맨슨 같은 놈을 카리스마있게 보여줘서 뭐 해요. 켐퍼는 왜?



 - 이 드라마가 조디악과 닮았다는 얘기는 다들 동의하는 부분이고. 조디악이 살인의 추억과 비슷한 부분이 많은 영화라는 얘기도 많이들 했었죠. 그런데 시즌2는 왠지 조디악보다 살인의 추억에 가까운 이야기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살인자의 능력이 탁월했다기보단 경찰들이 무능했고 또 사회적 요인들 때문에 그나마 경찰이 할 일을 제대로 못 하면서 사건이 커졌다... 는 식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부분도 그랬고 그 외에도 이것저것 닮은 구석이 많이 보였어요.



 - 시즌의 메인 이벤트였던 아틀랜타 xxxx 사건은 저는 전혀 몰랐던 사건이거든요. 저도 한때는 나름 이런저런 실제 흉악 사건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었는데 이 정도 스케일 큰 사건을 전혀 몰랐다는 게 의외였네요. 하지만 덕택에 끝까지 아주 몰입해서 달렸습니다. 결말을 알았더라면 그렇게 집중하진 못 했을 것 같아요. 그러니 나중에 이 드라마 보실 분들은 여기 나오는 사건들에 대해서 미리 검색해보진 마시길. 인터뷰하는 살인마들에 대해선 알아도 상관 없고 알고 보는 게 더 재밌는데 메인 이벤트는 모르고 보는 편이...


 ...라고 적고 보니 어차피 다 알고 볼 미국 사람들은. 흠. 아니 뭐 꼭 결말을 몰라야만 즐길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니까요.

 그리고 저는 아틀랜타는 끝까지 모르고 봤지만 아마도 시즌5까지 끌고 갈 떡밥일 BTK에 대해선 이미 다짜고짜 검색을 해버렸습니다. ㅠㅜ



 - 한 번은 홀든에게 빌이 '어차피 수사는 다 발로 뛰어 증거 수집해서 잡는 거고 프로파일링은 실제로 하는 일이 없지 않냐'고 일침을 가하는 장면이 있는데... 너무 맞는 말이라 잠시 할 말을 잃었습니다. ㅋㅋㅋ 프로파일러들이 주인공인 드라마이지만 사실 두 시즌 동안 프로파일링이 범인 검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상황이 아예 없다시피해요. 어찌보면 이게 맞긴 하겠죠. 현실에서도 결국 영장 받아내고 용의자 체포하려면 최우선은 물증 확보이고 프로파일링은 거들 뿐이니까요. 하지만 주인공들이 프로파일러인 드라마가 너무 솔직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결국 핀처의 관심사는 조디악에서처럼 해답이 보이지 않는 암담한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의 개고생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 암튼 재밌게 봤어요. 시즌3이 나오면 꼭 볼 생각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79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5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700
123260 에피소드 #38 [2] Lunagazer 2023.05.22 82
123259 프레임드 #437 [4] Lunagazer 2023.05.22 98
123258 압구정 폭행남 사건에 대한 커뮤니티 반응 [7] catgotmy 2023.05.22 988
123257 듀게 오픈채팅방 멤버 모집 물휴지 2023.05.22 119
123256 치과 의자는 왜 그렇게 안락할까? [10] Sonny 2023.05.22 547
123255 [웨이브바낭] 나름 짭짤했던 B급 무비 둘, '완벽한 살인', '오피스 배틀로얄' 잡담 [2] 로이배티 2023.05.21 293
123254 넷플릭스 힘에 영화관 다 망한다는데 [3] 가끔영화 2023.05.21 603
123253 뇌절의 질주... 아니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보고 왔습니다... 흐미... [15] Sonny 2023.05.21 566
123252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catgotmy 2023.05.21 168
123251 프레임드 #436 [4] Lunagazer 2023.05.21 79
123250 스콜세지 신작 칸 프리미어 반응 [6] LadyBird 2023.05.21 672
123249 도르트문트 우승 가능?바이에른 주총리, "BVB는 우승하기에는 너무 멍청해"/해리 케인 자히비. daviddain 2023.05.21 85
123248 고양이의 보은 (2002) [1] catgotmy 2023.05.21 165
123247 [웨이브바낭] 피칠갑 인문학 고문 수업, '더 레슨: 마지막 수업' 잡담입니다 [3] 로이배티 2023.05.20 373
123246 [웨이브바낭] 호러라기 보단 감성 터지는 잔혹 동화, '굿 매너스' 잡담입니다 [4] 로이배티 2023.05.20 343
123245 (드라마 바낭) 무정도시를 밤새며 봤어요. 왜냐하면 2023.05.20 226
123244 스팔레티가 나폴리 나가는군요 daviddain 2023.05.20 136
123243 프레임드 #435 [4] Lunagazer 2023.05.20 97
123242 알고 싶지 않은 마음, 주말 읽을 책과 기타 잡담 [4] thoma 2023.05.20 362
123241 강남역 살인사건은 여성혐오 범죄인가 [1] catgotmy 2023.05.20 39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