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01 16:16
http://m.sisain.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29909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는 뇌가 좀 달라요.” 정 교수가 말을 이었다. “똑같은 자극에도 보수주의자의 아미그달라(amygdala·편도체)가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여기는 공포 반응을 관장합니다. 보수주의자가 공포에 더 민감하죠. 반대로 진보주의자는 인슐라(insula·뇌섬)가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여기는 역겨움을 관장하는데, 사회적 불공정을 볼 때도 반응하지요. 이들은 강자의 특권이나 약자의 부당한 고통에 뇌가 더 민감합니다.” 정치 노선이 오로지 개인의 후천적 선택이며 합리적 개인은 두 노선을 이슈에 따라 넘나들 수 있다는 통념에, 신경정치학은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좌우 일차원 축으로 진보와 보수를 구분할 수 있다는 통념에 회의적이다. 대신 그가 선호하는 설명은 이렇다. “최신 연구들을 보면, 사람에게는 쟁점이 형성되는 영역이 적어도 세 개가 있다고 합니다. 경제 영역, 사회집단 차별 영역 그리고 번식 전략 영역. 셋 다 진화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사람은 각각의 영역에서 어떤 전략을 택할지 신중하게 고려하죠. 그런데 실험을 해보면 이 셋이 같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경제 영역에서 진보적이라고 그 사람이 사회집단 영역에서도 진보적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
"이런 의미다. 경제 영역에서 가난하거나 학력·인종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은 자원 재분배를 지지하는 성향이 더 높다. 진보적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 영역에서 진보적인 가난한 백인은 사회집단 영역에서 보수적일 수 있다. 성·인종·종교 등 집단 간 차별을 유지하는 것이 자기에게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는 보수의 태도다. 번식 전략은 어떨까. 가난한 남성이라면 성적으로 개방적인 사회에서 추가적인 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지 않다. 성적 엄숙주의를 지지하는 보수파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가난한 사람이 보수당을 찍는 것이 비합리적이라고들 흔히 말하는데, 경제 정책만 보면 그럴지도 몰라요. 하지만 보수당은 사회집단 간 차별을 유지해주기 때문에 어떤 가난한 사람에게는 중요한 이익을 제공합니다. 더욱이 성적 엄숙주의도 가난한 사람에겐 상대적으로 도움이 되지요. 세 가지 쟁점 영역 중 둘에서 보수당 노선과 일치한다면, 그 사람이 보수당 지지자가 될 확률은 낮지 않죠. 신기하거나 비합리적인 일이 아닙니다. 정치적 판단이 이루어지는, 진화적으로 중요했던 영역이 적어도 셋이 있다는 접근법을 택할 때, 미스터리라고 생각했던 현상이 꽤 명쾌하게 설명됩니다. 트럼프를 당선시킨 쇠락한 백인 노동계층을 이 관점으로 다시 보면 어떨까요.”
그렇다면 ‘강남 좌파’는? “마찬가지죠. 상속자보다는 고학력자와 같이 자기 능력으로 출세한 사람을 생각해봅시다. 이 사람은 경제 영역에서 자원 재분배 정책으로 손해를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사회집단 차별이 사라질수록 대단히 큰 이득을 봅니다. 개인 능력이 있기 때문에, 연령이든 지역이든 인종이든 종교든 자신이 유리하지 않은 사회적 차별이 철폐될수록 이익이죠. 어느 나라건 고학력자의 진보 성향이 두드러지는 것은 특히 이런 이유라고 봅니다.”
세 쟁점에서 보수당은 각각 경제적 자유주의, 차별 묵인, 성적 엄숙주의를 대변한다. 반면 진보당은 자원 재분배, 차별 철폐, 성적 자유주의를 대변한다. 그리고 어떤 사람이 진보당과 보수당 중 누구를 지지할지는, 세 쟁점에서 그가 가장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노선이 무엇인지에 따라 정해진다. 세 쟁점에서 일관성 있는 진보·보수의 태도는 오히려 예외다. 진화적으로 인간이 중요하게 여기는 영역에서 각각의 정치적 판단이 이루어지고, 그 조합이 일종의 확률적 조건으로 개인에게 주어진다. 전중환 교수가 들려준 이 진화적 접근법이 기존 정치이론을 대체할 만한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미스터리로 불리던 질문들에 꽤 일관성 있는 대안 가설을 던지는 것은 분명 흥미롭다."
그렇다고 하네요. 꽤 설득력이 있네요.
2017.09.01 17:47
2017.09.01 18:20
2017.09.01 18:30
2017.09.01 18:35
2017.09.01 18:42
재미있는 글이네요. 진화심리학이라든가 이런 거 전부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국에선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참 많은 사람들이 성적 엄숙주의에 빠져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네이트 판 같은 곳만 해도 동거, 낙태, 동성애 같은 주제에선 묘하게도 굉장히 가부장적인 태도를 취하는 베플이 많죠.
경제정책에 대한 태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가려운 데를 명쾌하게 긁어주는 인터뷰인 거 같습니다.
2017.09.01 23:23
2017.09.02 13:55
좀 다른 얘긴데 정재승 교수는 볼수록 별로예요. 미디어에 자주 나오는 게 예전 황상민 교수도 생각나고, 저 기사에서 문재인언급도 좀 기회주의적으로 느껴지고 자기과평가적 태도도 좀 보이고 흠..
ㅎ;
2017.09.04 10:38
이런 가설도 있다고 재미로 보는 거죠 ㅋㅋ
저는 우리나라 현재의 대부분의 인터넷 커뮤니티를 설명하는 것 같아서 재밌게 읽었는데 반응이 시큰둥 하군요.
입으로는 스스로를 진보주의자라 칭하며 부의 재분배를 외치고 정부의 부패를 혐오하지만, 성소수자를 경멸하고 여성혐오가 팽배한 현재 여론과 너무나 딱 맞아서요.
가난하면 현실 안주가 우선이라 수동적이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