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22 23:18
예전에 hubris2015님 (트레이더 김동조씨)이 한국 대학의 등록금 상승은 글로벌 경쟁 때문이라고 트위터에서 쓴 적이 있을 겁니다. 과연 그렇긴 하지, 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이 글로벌 대학이란 말을 들으면 조선말에 물건만 사오고 사상은 받아들이지 않은 선비들 생각이 나서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영국이나 미국이 강한 것은 과학기술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커피나 시계나 총을 사온다고 구한말의 문제가 풀리는 것은 아닙니다. 구한말의 문제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사상을 엘리트들이 빨리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것이죠. 평등, 민주주의, 박애 같은 사상 말입니다. 그리고 물건을 수입함으로써 어떻게 상황을 때워보려고 했던 것입다.
미국과 한국에서는 지난 20년간 등록금이 상승되었다고 합니다. 제가 알기로 이 등록금의 지출은 1) 빌딩 건축 2) 행정교수/고위직 교직원 administrator 늘리고 임금 올리기, 3) 교수 월급 순으로 나갔습니다. 물적인 기반을 확충한 것이죠. 한국 대학 가면 해외 대학에 있는 것 다 있습니다. 실험 기자재도 있고 프로젝터도 있고 깨끗하고 잘 지어진 강의실, 으리으리한 도서관도 있습니다. 그런데 마인드셋은 예전 그대로입니다. 만일 대학이 정말로 글로벌 대학이 되려면 조직 문화를 글로벌 기준에 맞춰야합니다. 그건 논문 수나 교수 대 학생 비율을 통한 인증받기 (accreditation) 의 문제가 아닙니다. 교수가 학생을 성추행하면 학교당국이 어떻게 대응하는가, 이런 문제일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어떨지 모르지만 글로벌 기준으로는 성희롱 성추행 안된다, 교수 채용과정에 비리가 있으면 바로 시정한다. 이런 것이 글로벌 기준일 것입니다.
하일지 교수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성추행을 인정했습니다. 저는 동덕여대가 왜 하일지씨를 바로 해고하지 않는지 의아합니다. 지금 하일지 교수는 62세이고, 교수 정년은 65세입니다. 해고와 사표 수리는 전혀 다릅니다. 하교수를 징계하지 않으면 다른 교수들에게 어떤 시그널을 던져줄까요? 성추행 해도 사표 내면 연금은 지킬 수 있다는 시그널이 되지 않을까요? 지금 하교수를 징계하지 않으면 동덕여대는 글로벌 수준의 대학이 아니란 것을 인정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동덕여대 홈페이지를 보니까 '글로벌 리더를 위한 첫걸음, 동덕여자대학교'라고 써 있더군요. "내실있는 교육환경, 배움이 특별한 대학, 학생이 행복한 대학"이 이런 대학인가요.
사실은 하일지의 출세작 '경마장 가는 길'과 주변 이야기, 액자 구성의 스토리에 대해서 써보려고 했는데 시간이 영 나지 않네요. 바빠서 간단간단하게 씁니다. 동덕여대 학생들을 응원합니다.
2018.03.22 23:20
2018.03.22 23:23
2018.03.22 23:33
2018.03.23 00:13
2018.03.23 00:57
2018.03.23 00:40
저 '글로벌' 운운하는 것이 참 후져요. 사직서 수리하지 않고 파면하고 가해자-범법자들의 커리어를 박살내야 하는데 과연 그런 '정의구현'을 할 곳이 한 군데라도 있을 것인가, 궁금하군요.
2018.03.23 10:38
좀 더 지켜봐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