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게에 이런 어두운 개인사를 쓰는 분은 이제 전혀 없다시피 하더군요.

온라인든 오프라인이든 내 개인적인 트라우마를 밝힌다는 것은 다시 고통을 재생산하는 것 뿐인지도 몰라요.

 

빅 리틀 라이즈에 대해서 쓰다 날린 글에서 썼지만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났다고 믿은지가 이제 10여년이 넘는다고 믿었는데, 어린 시절, 중고등학교 시절 내내 시달린 가정폭력의 생지옥에서 벗어났다고 믿었는데 과거의 지옥같은 기억들이 현실에 덮쳐오는군요.

 

며칠 전에 아버지가 내 팔을 비틀고 욕을 하면서 유리 그릇을 집어던져서 집안이 유리 조각들이 산산히 흩어졌어요. 내 방문을 요리하면서 열어놓지 말라고 했는데 왜 닫았냐고 했거든요

어차피 이런 사람들은 이유가 중요하지 않아요.

 

물건이 원하는 자리에 놓여 있지 않거나 생필품이 떨어지거나,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등 생활의 모든 사소한 이유들이 쌓인 분노를 터트릴 트집거리가 되는거죠.

 

아버지의 폭력의 대상은 자식들은 아니었는데, 최근에는 별나게도 이 나이에 나한테 폭력을 휘두르려고 하더군요. 냉장고에 유통기한도 지난 우유를 쌓아놓고 있어서 버리겠다고 했더니 주먹을 치켜들고 때리려고 하더군요.

 

매일 매일 엄마를 때린 것은 아니지만 늘 폭력이 부비트랩처럼,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서 아버지가 들어올 때의 발걸음 소리가 들릴 때의 공포를 기억해요. 머리카락이 방안에 떨어져 있는 것도 참지 못했죠. 때리는 것만 폭력일까요? 집에 돌아오면 온 집안의 가구와 물건들이 때려부셔져 있거나 늘 살기어린 고함소리와 욕설을 들으면서 성장한다는 게 어떤 건지

폭력이 일상이 되는거에요. 살기어린 욕설, 비난, 때리겠다는 협박. 때리기 전이나 때린 후의 엄마의 상처를 목격하는 것.

 

나와 내 동생을 때리지 않았어요. 욕도 하지 않았죠. 그래서 그 사람은 자식들에게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믿는거에요. 그 때 썼듯이 그 사람은 나보다 훨씬 경제적으로 유복하고 감정적으로 안정된 가정에서 성장했고, 그의 부모, 형제자매들도 가정폭력을 휘두른 사람은 없었어요. 뭔가를 놓치거나 오해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이라구요. 늘 사람들의 호의 속에서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사람이에요. 그 집안에서 가장 많은 경제적 혜택과 교육을 누릴 수있었던 편애를 받고 자란 사람.

 

엄마는 집안에서 나가겠다고 늘 말했지만 나가지는 않았고,,,,,세월이 흐르면서 아버지는 꽤나 많이 유해지더군요. 어느 때부인가 가끔 화를 내긴 했지만 전처럼 그런 심한 단계는 거의 벗어난 상태에서 지내게 되었죠. 아버지가 60대가 넘어설 때쯤이요.

 

내가 성장할 무렵에는 가정 폭력에 대한 개념이나 가정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이 겪을 수 있는 정신적인 문제에 대한 개념 자체가 거의 없었어요. 물론 그 때도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은 많았을 거에요.

 

난 줄곧 학교에서는 모범생에 학급 임원에, 수업을 가장 열심히 듣는 학생, 학교 규칙을 지나치도록 잘 지키는 학생이었고 이런 이야기는 친구든 누구에게든 말하지 않았어요.

 

그리고,,,,그리고,,,, 아버지와 대화도 하지 않다가 30대가 지나면서 아버지에 대해서 어느 순간 증오가 거의 사라진 것처럼 느껴졌어요. , 아버지도 옛날같이 않았지만 나도 그 증오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그래서 거의 최근까지 아버지의 시시때때로의 병원비, 병간호, 이런저런 생활비, 말상대도 몇 시간이나 하고 우리 관계가 퍽 좋아졌다고 믿었어요.

 

 

아버지가 어제 카톡에도 말하더군요. 늘 나를 사랑한다고. 알아요. 아버지가 절대적으로 나를 사랑한다는걸 알아요. 남자 아이들을 퍽이나 선호하던 시절에도 태어날 때부터 늘 나를 자랑스러워하고 유별날 정도로 아끼고 사랑한 것도, 그 사람 평생에 나보다 더 사랑한 사람이 없다는 것을 믿지 않아서가 아니에요.

 

 

내 팔을 비틀 때 내가 두려웠던 건 목을 졸라서 죽이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내 손 앞에 바로 있었고 지금은 본인 말만큼이나 이제는 기운이 떨어진 노인네인걸요. 내 손 바로 앞에 그 사람의 목이 있었어요. 지금도 이 사람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군요. -절대로 죽이지 말라고 쓰지 마세요. 알아요. 죽이면 절대로 안된다는걸- 죽이면 안되는건 알지만 정말 간절히 죽이고 싶군요. 이런 살인적인 증오가 살아있을 줄 몰랐어요. 과거의 모든 악몽들이 덮쳐 오는군요. 저 사람이 내 마음을 안다면 나같으면 옆방에서 문을 열어놓고 잠들지 않을거에요.

 

너는 과거를 잊었지만 과거는 너를 잊지 않았어

 

오늘 동생 부부가 와서 화기애애하게 웃고 이야기하고 식사도 같이 했어요. 동생을 너무 보고 싶었는데, 동생 부부와 함께 깔깔거리고 웃으면서 이야기를 했지만, 아버지와 단한순간도 같은 공간에 있고 싶지 않더군요.

 

내 용서는 수십 년이 걸렸는데 다시 증오가 마음을 사로잡았네요. 지옥같은 증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3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79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293
123291 [바낭질을하고싶은오후] 소시꿈, 더위, 에바:파 [6] 가라 2010.07.13 3896
123290 듀나in) 근대한국소설의 제목 좀 알려주세요 [3] 장외인간 2010.07.13 1937
123289 6월 25일자 인터넷 브라우저 벤치마크 결과 [4] wadi 2010.07.13 4676
123288 멕시코만사태 무언가 성과가 있었나요??(+신고식) [1] 파리마리 2010.07.13 2077
123287 저같은 구닥다리? 스타일 또 있으신지요? [4] Eun 2010.07.13 2832
123286 [ 펌] 조전혁, 전교조에 `강제이행금' 481만원 동전 등 납부 [17] 영화처럼 2010.07.13 5724
123285 듀나인] 1920~40년대까지 인천의 모습이 담긴 영화나 문학작품 [3] hybris 2010.07.13 4129
123284 한동안 듀게를 가득 채웠던 연예인 구설수 관련 떡밥 총정리 기사 [4] soboo 2010.07.13 5877
123283 귀신이 방문을 긁는 소리 [16] 셜록 2010.07.13 3820
123282 전주 번개 후기 [13] 뤼얼버내너밀크 2010.07.13 3005
123281 [듀나인] 혹시 프랑스시민혁명을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 아시나요. [2] V=B 2010.07.13 5896
123280 인터넷 매체에서 한명의 기자가 하루에 8개의 기사를 쓰는 건 다반사인가요? [7] chobo 2010.07.13 2431
123279 퀴어미학을 공부하고 싶으신 분들을 모집합니다. 두리팝 2010.07.13 2679
123278 [바낭]안경을 벗어야겠어요.(렌즈나 라식해야될지도.) [12] 타보 2010.07.13 3848
123277 거지체험 [6] Johndoe 2010.07.13 2820
123276 네이트온 경마 게임을 아십니까? [5] 글루스틱 2010.07.13 2801
123275 [가가채팅] 저녁 먹기 전에 타이핑을 열심히 하여 칼로리를 소모합시다 셜록 2010.07.13 2001
123274 성에 씨를 붙여 부르면 왜 비하하는 느낌이 들까요? [8] nomppi 2010.07.13 3684
123273 프랑스 영화를 추천해주세요. [26] cecilia 2010.07.13 3663
123272 다큐멘터리 호스피스 병원에서의 3일 [1] 가끔영화 2010.07.13 282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