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중반 이후로 갑자기 영화 붐, 특히 예술 영화 붐이 일면서 당시 젊은이들이 어디 가서 좀 교양있는 척 하려면 영화를 많이 보고 다녀야 하는 괴상한 분위기가 조성되었던 적이 있죠. 그래서 막 안드레이 타코르프스키 영화 같은 게 서울 시내 큰 극장에 걸리고, 레오 까라 같은 감독은 '당최 한국 애들은 왜 이리 내 영화를 많이 보는 건데??'라는 궁금증을 이기지 못해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었구요. 무슨 국제 영화제 상 받았다는 작품들은 죄다 한국에서, 것도 꽤 괜찮은 상영관들에서 상영이 되는데 그게 또 그럭저럭 흥행들이 되고. 루이스 자네티의 '영화의 이해' 같은 책이 사방팔방에서 눈에 띄고 뭐 그랬던 영화 매니아들의 행복한 시절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또 덩달아 인기를 끌었던 게 영화 포스터였어요.

역시 상당히 허세스러운 취향이긴 했지만 그래도 그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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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포스터만 보고 살다가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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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포스터를 보게 되니 컬쳐 쇼크는 당연한 게 아니었나... 싶구요. ㅋㅋㅋ


원래는 90년대 카페 벽들을 점령했던 인기 포스터들 몇 개만 올리고 말려고 그랬는데 이미지를 찾다 보니 또 혼자서 탑골을 거니는 행복에 젖어 좀 무리하게 많이 퍼와버렸습니다. 스크롤이 좀 되겠지만 뭐... 요즘 5G 세상에 이미지 30여장 데이터 정도야!!! (쿨럭)



먼저 한국 영화 포스터들이요.

사실 한국 영화 포스터는 이 때도 퀄리티가 그리 아름답지는 아니하였습니다만.

그래도 허진호, 장윤현 같은 사람들이 한국 영화의 중흥기를 열면서 그 중 인기 작품 몇몇의 포스터는 여기저기 잘 걸려있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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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것도 종종 볼 수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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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한국 영화 포스터 중엔 최고 인기였던 것 같은데... 음... 퀄리티가... ㅠㅜ


암튼 한국 것은 이걸로 그만 넘어가구요.



주로 카페 같은 곳엔 당연히 분위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선남 선녀가 나오는 훈훈한 이미지.

그러면서 좀 있어 보이는 느낌의 포스터들이 인기가 많았습니다. 대표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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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고 젊어라...)


이런 거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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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수원 시민들만 아는 전설, '리처드 기어 할머니'가 생각나네요. 이젠 세상을 뜨셨을 듯.)


이런 걸 흔히 볼 수 있었죠.



그리고 당연히 당시 흥행작들 포스터가 많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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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보기 좋다고 이런 영화 포스터를 걸어 놓는 곳도 상당히 많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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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하고 수년이 지나서야 이 영화를 봤는데 그 때까지도 저는 쭉 당연히 이 양반이 주인공인 줄 알았었고...

제 주변에 이 영화를 바로 본 녀석은 드물었지만 이 포즈는 다들 따라하고 그랬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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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한국에 아주 잠깐 불었던 페미니즘 바람을 타고 이 영화도 아주 인기였죠.

리들리 스콧은 대체 손을 안 댄 장르가 무엇인지 새삼 궁금해지네요. ㅋㅋ

그리고 제가 좋아하던 배우 마이클 매드슨이 세상 둘도 없이 착한 캐릭터로 나왔던 게 기억에 제일 남아요. 쌩뚱맞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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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면 키팅 저거저거 진짜 무책임하고 나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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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 쥐고 일어나!!!)


이땐 정말 케빈 코스트너가 세상에서 제일 잘 생기고 인기 많고 잘 나가는 배우라고 생각했었죠.

뭐 어느 정도는 사실이긴 했는데. 잠시 후 커리어가 상당히 꼬이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는 걸 보니 한때 무시했던 게 미안하기도. 누가 누굴 걱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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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상자 속의 초콜렛 같은 거란다.

왜냐고 묻지 말고 그냥 복창하렴. 인생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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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한국의 90년대하면 뭐니뭐니해도 왕가위 열풍 아니었겠습니까.

이 영화의 촬영 기법, 몇몇 캐릭터들의 차림새, 중얼중얼 독백하는 스타일이라든가 뭐 그냥 하나부터 열까지 다 몇 년간 한국 영상물들 카피의 대상이었죠.

그리고 정말 지긋지긋했던 그놈에 '캘리포니아 드림'까지. ㅋㅋㅋ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포스터 & 영화의 종합 인기 끝판왕은 이거였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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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필수 요소였죠. ㅋㅋㅋㅋ 아 정말 이미지만 봐도 지긋지긋.

당시 드라마나 영화 속 한국 젊은애들 방에도 굉장히 자주 출몰하던 포스터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대체로 유럽쪽 영화들 포스터가 인기가 많았습니다.

아마 한국과는 물론이고 미쿡쪽과도 다른, 뭔가 좀 있어 보이고 뭔가 좀 예술적인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때문이 아니었나 싶은데요.

대표적으로 이 삼종 셋트가 인기 폭발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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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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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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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프랑스 국기 색상 삼종 셋트 영화로도 유명했던... ㅋㅋ

지금 생각해보면 고딩 때 극장으로 이 영화를 보러갔던 (아마 '블루'였던 듯) 저는 뭔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지간히 시네필이 되고 싶었나봐요.



그리고 또 지금은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 '누벨 이마주' 영화들도 포스터가 인기 많았죠.

애초에 누벨 이마주 영화 자체가 이미지빨에 집착하는 물건들이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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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자크 베네 2종 셋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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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그렇게(?) 될 줄 몰랐던 뤽 베송 2종 셋트.

하지만 결국 이 시절 '누벨 이마주'로 묶이던 사람들 중에 가장 오래 살아남아서 가장 활발하고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니 뭐.



그랑 블루의 경우엔 나중에 확장판(?)을 내면서 이런 무시무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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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도 내놓고 그랬던 기억이 나요.

친구들이랑 들어간 카페에서 이 포스터를 보고 기겁을 했던 기억이. ㅋㅋㅋㅋ


뻘소리지만 애초에 글 자체가 전 이 영화를 볼 때까지 스파게티는 무조건 빨간색 소스인 줄 알고 살다가, 이 영화 속 엔조가 자기 엄마가 어마무시한 양으로 만들어서 퍼주는 스파게티를 대접하는 장면을 보고 '저걸 먹어보고 싶다!!!' 라고 생각했으나...

나중에 크림 소스 스파게티라는 걸 처음으로 영접하고 그게 영화 속 그것일 거라고 믿어 버렸습니다. 그러고 몇 년을 살았죠. ㅋㅋㅋ

그냥 면을 삶아서 기름만 쳐서 먹는 스파게티 같은 게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던 시절이었거든요. 저만 그런 건 아니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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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숭 씨네마텍이 폐관한지도 벌써 (검색해보니) 16년이나 되었네요. 허허.

암튼 한국에서 90년대에 시대를 풍미하셨던 레오 까라(혹은 까락스. 뭐가 맞죠?;;)의 영화인데.

음. 지금 보니 음악에 데이빗 보위 이름도 보이고 그럽니다.


하지만 사실 이 영화는 실제로 본 사람은 별로 없는 영화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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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한국 내 흥행작이었는데 이미지가 왜 이리 작죠. ㅋㅋㅋㅋㅋ

'뽕네프의 연인들'이요.


저는 이 양반 영화들 중엔 '나쁜 피'가 가장 좋았더랬습니다.



그리고 이건 그리 흔히 볼 수 있는 포스터는 아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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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제 단골 가게에 걸려 있었던 이것.

조니 뎁에 에밀 쿠스트리차였으니 그 시절의 저라면 당연히 봤어야 했겠으나... 안 봤네요.

아마 앞으로도 안 볼 것 같습니다. ㅋㅋ



아... 암튼 이제 뭐 카테고리로 묶기도 지쳤고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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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봐도 참 센스 있게 잘 만든 포스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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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폭망했으나 포스터는 살아 남았었죠. ㅋㅋ

빡센 오디션에서 승리하고 주인공으로 발탁됐으나, 그게 하필 잘 나가던 감독의 내리막길을 알리는 작품이었던 그 분... 엘리자베스 버클리였나... 아마 그 해에 골든 라즈베리상까지 받았던가 그랬죠.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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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당시에 1편과 2편의 위엄을 깎아 먹는 못난 막내라고 작살나게 욕을 먹었지만, 그리고 그런 비판이 대부분 합당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마이클 콜레오네의 마지막 모습과 음악들만으로도 전 괜찮았어요. 리즈 시절 앤디 가르시아의 미모도 볼 수 있었고 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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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갱 영화 포스터들 중에 최고 인기는 이것이었던 듯 싶네요.

이거랑 '좋은 친구들' 포스터를 가장 자주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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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시대의 잘 나가는(??) 젊은이들이라면 반드시 봐야 하는 영화들이 시기별로 있게 마련인데 이 당시엔 그게 이 영화였죠.

그래서 저는 안 봤습니다(!!)


그래도 이기 팝의 '러스트 포 라이프'와 루 리드의 '퍼펙트 데이'는 정말 지겹도록 들을 수밖에 없었고...

아랫줄 맨 오른쪽의 저 폐인 젊은이는 고작 3년 후에 전설의 제다이가 되었을 뿐이고...



이제 올려 놓은 이미지가 두 개 남았네요.


하나는 이 게시물의 유일한 일본 영화입니다.

라고만 해도 대부분 눈치를 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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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겡....... (후략)



그리고 정말 마지막.

제가 꼽는 당시 카페 & 술집 영화 포스터계의 레알 끝판왕은 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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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이요. ㅋㅋㅋㅋㅋ


사실 '사랑과 영혼'이나 '러브레터'와 맞짱을 떠서 더 많이 보였다... 라고 확언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닙니다만.

영화에 대한 뜨뜻 미지근했던 반응에 비해 포스터는 정말 압도적인 인기를 끌었던 영화라서요.

정말정말저엉말 지겹도록 봤던 포스터였습니다. ㅋㅋㅋ



음 그리고 사실은 정말 지겨워서 아예 올리지도 않으려고 했던 포스터가 하나 있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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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렇습니다(...)





그럼 오늘의 탑골 놀이는 이걸로 끝.

보너스로 또한 탑골스런 영화 음악 하나 첨부합니다.



이젠 정말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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