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무래도 선거시즌이고, 시중에 온갖 연기잘하는 배우는 다 들어와있고, 잘나가는 여성 배우들이 포진해있기때문에 관심이 많이 있어서

나오자마자 보러갔는데...보고난 뒤 드는 느낌은..이거 한국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차이는 약간 있습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주인공은 모두가 동경하는 미란다에게 관심없이 일자리를 구하다 오게 된 건데..점점 갈 수록 동화되어가는 자신을 발견하지 않습니까? 이 영화에서 화자격인 박경 캐릭터는 처음부터 변종구 시장(최민식 역)에게 호감을 갖고 시작한 건 다르지만..점점 변종구 시장의 사람이 되어가고..가장 정점인 순간에 결단하는 게 닮았습니다. 그리고 에밀리 블런트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했던 롤을 곽도원 배우가 하고, 스탠리 투치같은 캐릭은 정기자역을 맡은 문소리 배우가 하고요..


제가 보기엔 전체적인 흐름이 비슷합니다. 차이가 있다면, 특별시민쪽이 아쉽게도..편집이 엣지있지 못하다는 게..하고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편집을 못해서 좀 두서없달까..그래서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흐르는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니 살짝 지루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정치판은 흔하게 봐와서인지..차라리 박경 캐릭의 내면변화를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변종구를 끝까지 안 깠으면 모르겠는데..이 영화는 변종구도 까고 양진주도 까고..마치 정치혐오주의자가 만든 영화같달까요. 그렇다고 딱히 새로운 이야기를 알지도 못하면서 한국 정치는 다 거기서 거기라고 모두까기를 시전하는 꼰대 이야기를 듣는 것 같습니다.


좀 더 하려고 하는 말을 명확히하고(저는 진짜 전략적 모호성이란 말을 싫어하는 데 이 영화의 스탠스가 딱 그런 느낌)엣지있게 몇몇 요소에만 집중했으면 지금처럼 애매한 느낌은 적을텐데..결론은 애매합니다. 좋아할 수도 실어할 수도 없는 그런 애매함..지금 제가 어느 후보에게 느끼는 그런 애매한 느낌..


2. 연기는 최민식 70. 곽도원 20, 그외 배우 10..이런 비중입니다. 류혜영이나 이기홍은 왜 나왔는지 모를 정도로 안습이고..


최민식 배우의 연기를 까는 사람들이 많던데..제가 보기엔 거의 사실적으로 한국 정치인 중 운 좋았던 케이스를 잘 모사해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쌈을 가득 입에 물고 오물거리는 마지막 씬은..인정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주름진 얼굴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느꼈달까..

시중에 연기 잘하는 배우는 많지만 최민식처럼 나쁘지만 나쁘다고 미워하기 힘든 캐릭터를 잘 만들 수 있는 배우는 적을 거란 생각입니다.

완전 새로운 연기를 한 건 아니지만, 가장 완벽하게 한국꼰대정치인 그 모습 그대로라고 보시면 되세요


곽도원은 너무 이전 이미지를 그대로 갑니다. 나름 머리를 굴리면서 살길을 찾는 약삭빠른 캐릭이라고 해도..계속 봐왔던 캐릭이라 딱히 신선해보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최민식 캐릭을 잘 짊어지고 중반까지 가는데..감독이 패착을 부리는 바람에 영화가 좀 애매하게 됩니다...제가 보기엔 곽도원 배우가 신선했던 적은 곡성, 범죄와의 전쟁, 황해, 변호인 정도였다고 생각합니다.


제일 문제는 박경 캐릭의 심은경 배우입니다. 분량이 짧아도 자기 몫은 잘 따먹는 문소리 배우나 라미란 배우보다 분량은 훨씬 많은데 딱히 인상적인 면을 보여주지 못하는 건 디렉션이 엉망일 수도..영화를 보고 난 뒤 기억에 남는 건 헤어스타일 뿐..사실 남자 배우가 해도 되었을 역이라고 생각하는데..하여간 특별한 게 없었습니다.


3. 돼지흥분제로 강간모의를 하고서도 대통령후보로 나올 수 있는 나라니까 저는 이 정도는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좀 더 엣지있는 편집과 에피소드 정리였으면 깔끔했을텐데..또 어찌보면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다 이런 어이없고 엉망스러운 사건이 많으니까 아주 이상하다고 보는 것도 이상하단 생각이..


4. 그래서 결론은..약간 지루하긴 하지만 무조건 버릴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선거시즌인 만틈 티비에 나오지 않는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라고 보면 나쁘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취재가 좀 덜 된 건 아쉽습니다. 아무리봐도 캠프 구성 디테일은 너무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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