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빌어먹을 인간들이 자꾸만 언어를 오염시키고 있어요. 예를 들면 아가씨라는 말이요. 여러분은 아가씨라는 말에서 울리는 고결하고 오연하며 오롯한 느낌을 느껴본적이 있나요? 쳇 없겠죠. 사람들이 이미 오염시켜 버렸으니까요. 빌어먹을 화류계 여자들을 칭하는 단어로 말이죠.


 작년까지는 예쁜 여자를 만나면 아가씨라고 부르곤 했어요. 어떤 사람은 괜찮아했지만 어떤 사람은 1초만에 당혹-정색-분노의 3단계 표정변화를 보여줬죠. 그래서 이젠 잘 쓰지 않게 됐어요. 정 쓰고 싶다면 께서를 붙여서 '아가씨께서~'라고 부르곤 해요. 



 2.갑질도 그래요. 사실 요즘 회자되는 갑질이라는 말은 완전 틀린 거예요. 왜냐면 대부분의 갑질 사례를 보면 그렇잖아요? 갑이 아닌 사람이 갑질해보려다 망신당하는 사례들의 모음일 뿐이지 진짜로 갑인 사람이 갑질하는 게 뉴스거리나 이야깃거리가 되는 건 본 적 없어요.


 원래 갑질은 건전한 거거든요. 인간의 본성이잖아요. 무언가에 기여했다면, 기여한 만큼 갑질하는 건 당연한 거예요. 갑질할만큼 충분히 기여하지 않은 주제에 갑질하려는 건 갑질이 아니라 약탈질이라고 불러야죠. 용어 선택이 완전 잘못됐어요. 갑질은 좋고 건전한 건데 말이죠. 여기저기서 이상하게 쓰여져서 이제는 쓸 수 없을 정도로 변질되어버렸어요.


 아 물론 '충분히 기여했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건 100% 을의 몫이예요. 그 판단을 을에게 맡겨야 서로서로가 섭섭할 일이 없거든요. 이번 골프장 사건도 그렇고 착각이 심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그냥 손님은 one of them일 뿐이고 큰손 손님이 갑인 건데 말이죠. 중요한 건 기여도예요.



 3.연말 모임 웨이브가 마구 몰려오고 있어요. 보통 송년회라고 쓰겠지만...그건 너무 어른스러워서 선뜻 손이 안 가는 표현이예요. 그냥 연말모임이라고 쓰고 있어요.



 4.휴.


 

 5.하지만 이런 연말모임들의 성질은 뭐랄까...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F는 맞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수업에 출석하는 느낌의 모임들이예요. 인간관계에서 D마이너스를 맞는 것까지는 괜찮지만 F를 맞으면 곤란하니까요. 


 어쨌든 그래서 뒷풀이 자리나 노래방 자리를 빠질 핑계를 떠올려야 해요. 흠...어떤 핑계를 대죠?



 6.역시 갈비뼈밖에 없군요. 이미 갈비뼈가 골절됐다는 사실을 방방곡곡에 퍼뜨려 놨으니까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거예요. 그거면 노래방 출석은 면제해주겠죠. 세 번 정도까지는 갈비뼈 핑계를 대고...멤버가 겹치는 모임에서는 뭔가 다른 핑계를 개발해야겠어요.


 사실 이건 완전 거짓말은 아니긴 해요. 갈비뼈가 좀 나아진 줄 알고 운동하다가 약간 뜨끔했거든요. 노래방에 못 갈 정도는 아니지만.



 7.하지만 노래방에 안 가는 건 꼭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모임원들을 위해서기도 해요. 나는 지루해지거나 짜증나면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거든요. 모처럼 노래방에 재미있게 놀러온 다른 사람들이 그걸 봐주거나 참아줄 이유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친구랑 같이 가는 모임이 아니면 노래방은 웬만하면 빠져 주곤 해요.


 98%의 경우에는 혼자 놀러다니는 게 좋긴 해요. 하지만 확실한 건, 사람들을 끊어 버리면 그러지 말걸 하고 아쉬워지는 1%의 순간이 오곤 한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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