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대화...(샤프)

2018.04.22 03:26

여은성 조회 수:781


 #.이번주 그알을 보니 이런저런 사람들이 떠올랐어요. 그야 그렇게 극단적인 경우는 본 적 없지만 어쨌든 나는 멍청한 여자를 싫어해요. 그러나 한쪽 손만으로는 박수소리가 날 수 없죠. 멍청한 여자의 옆에는 늘 멍청한 남자가 있는 거거든요. 그 둘은 언제나 한 쌍인 법이죠. 그래서 꼴보기도 싫어요.


 멍청한 여자는 나는 슬프게 만들고 멍청한 여자의 옆에 있는 남자는 나를 매우 화나게 만들거든요. 그래서 영악한 여자가 좋아요. 영화를 보거나...밥을 먹거나...그냥 차를 마실 때도 영악한 여자와 하는 게 좋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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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전에 썼던 m1이란 녀석이 있죠. m1은 지금까지 사귄 모든 남자친구에게 최소한 한 번씩은 맞았다고 했어요. 그래서 말해 줬어요. 앞으로는 누군가가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거나 발차기를 날리면 볼펜이나 샤프 같은 걸 모가지에 담가버리라고요. 칼이나 드라이버 같은 걸로 찌르면 너무 '준비한 것 같은' 느낌을 주니까 일상적인 도구로 찔러버리라고 말이죠. 


 m1은 그런 건 할 수 없다고 했어요. 그래서 그러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계속 처맞으며 살 수 밖에 없다고 말해 줬어요. 경험으로 얻은 팁을 줬죠. 샤프로 찌르면 앞쪽만 들어가고 메탈 부분에서 멈추니까 샤프로 목을 찌르면 상대에게 공포감은 확실히 주면서 책잡힐 일은 없을 거라고요. m1은 고개를 끄덕였어요.



 2.뭐 그래요...위에 말한 건 그냥 헛소리예요. 여자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거나 배를 차는 놈은 처음부터 사귀지 않는 게 좋죠. m1은 아직 어린 편이었지만 종종 결혼 이야기를 꺼냈어요. 그래서 어느날 m1에게 말해 봤어요. 이런 언설 따위가 m1의 인생을 바꿔줄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요.


 '이봐, 사실 이 세상엔 호구가 아주 많아.'


 라고 말문을 떼자 m1이 무슨 소리냐고 했어요. 나는 말을 이었어요.


 '모임 앱이나 커뮤니티 활동...대학가 알바...스터디...이것저것 다 시도해봐. 어쩌면 너를 평생 공주 대접 해줄 남자를 찾을 수도 있어. 여기서 조금만 눈을 돌리면, 아무리 화가 나도 절대 여자를 때리지 않을 남자가 사실 세상엔 많이 있다고. 그런 호구 하나 잡아서 결혼하면 돼.'


 왜 그들을 호구냐고 말하냐고요? 내 기준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m1과 결혼하는 남자는 사회적 기준으로 호구가 맞으니까요. '내 생각'이 아니라 '세상의 생각'이 그렇거든요.



 3.그리고 m1의 폰을 꺼내서 앱을 하나 가르쳐 줬어요. 앱 내의 모임에는 야구팀팬클럽 모임도 있고 그냥 사교모임도 있고 뭐 그랬어요. m1이 무슨 모임에 가입하면 되냐고 물어서 대답해 줬어요.


 '볼링 모임이든 영화 모임이든 독서 모임이든 상관없어. 어차피 무슨 모임이든 남자들은 예쁜 여자를 찾으러 오는 거니까. 그런 데 나가서, 등록금이 없어서 이화여대 갈 수 있었는데 못 갔다고 뻥치고 다니라고. '이화여대를 갈 뻔했던' 여자처럼 말하고 행동해야 돼. 룸살롱 얘기는 입도 뻥긋하지 말고.'


 그런 모임들 중에는 있거든요. 적극적으로 이성을 사냥하러 다니는 녀석들이 아닌, 좀 수줍고 외로워 보이는 남자들이요. 직장도 괜찮고 적금도 부으며 알뜰하게 살아가는 남자...스포츠토토나 유흥업소 따위는 쳐다보지도 않는 남자들 말이죠. m1에게 필요한 건 그런 남자일 테니까요. 하지만 말해 놓고 보니 m1이 만날지도 모르는 그 남자에게 좀 미안해졌어요. 그래서 덧붙였어요. 널 공주처럼 대해 주는 남자를 만나게 되면 너도 그 남자를 왕자처럼 대해줘야 할 거라고요.



 4.휴.



 5.물론 이런 말을 해봐야 m1이 착한 남자를 당장 찾아나설 것 같지는 않겠지만요. 그리고 여기서 문제는, m1은 착한 놈과 착한 척 하는 놈을 구분할 만한 눈치가 없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헤어지기 전에 한번 말해봤어요.


 '돈 없는 놈은 만나주지 마. 왜냐면 사람은 오래 만나보기 전에는 착한 놈인지 아닌지 모르거든. 그러니까 최소한 돈 있는 놈을 사귀면 그 놈은 둘 중 하나야. 돈이 있는 착한놈이거나 돈이 있는 나쁜놈이겠지. 그리고 돈이 있는 나쁜놈이 돈이 없는 나쁜놈보다는 그나마 나으니까. 앞으로는 돈이 있는 놈들만 사귀라고.'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게 내가 m1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말이었어요. 돈이 있는 놈을 만나라는 거요. 물론 m1이 돈이 있는 척하는 놈에게 속을 수도 있으니 팁을 하나 더 줬어요.


 '반드시 집까지 본 다음에야 부자인지 아닌지 알 수 있어. 서울 바닥에는 벤츠 거지나 bmw 거지들이 아주 많아. 하지만 차는 속일 수 있어도 집은 못 속이거든. 그러니까 새로운 녀석을 만나면 꼭 집까지 따라가본 다음에 결정해.' 



 6.물론 위에 한 말들은 완전 편견적이고 피상적인 헛소리예요. 하지만 m1은 제대로 된 부모가 없거든요. 무슨 말이라도 해 놔야 내 마음이 편할 것 같았어요.



 7.전에 썼듯이 마포구에 사는 그들을 이젠 만나지 않아요. 하지만 연락처는 아직 지우지 않고 가지고 있어요. 만약 m1의 누군가의 모가지를 찔러버렸다가 잘못되면 그건 내 책임도 있으니까요. 변호사도 알아봐 줘야 하고 페이스북이랑 클리앙이랑 네이트판에 글도 써서 올릴거예요. 


 그 글을 읽은 모든 사람이 m1을 가련한 천사처럼 가여이 여기게 만들 만한 그런 글을요. 사실 머리속으론 이미 써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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