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스포일러 없이 적으려고 애를 썼지만 그래도 대략의 흐름 같은 걸 유추할 수도 있을 정도... 의 내용까지 다 빼는 건 좀 어렵더라구요.

참고해서 읽어 주세요.



1. 여교사


음.

이상합니다. 

이 영화는 제겐 참 이상했습니다. ㅋㅋㅋ


일단 영화 초반에 묘사 되는 김하늘의 학교가 돌아가는 모습이 넘나 괴상해서 이입이 힘들었습니다.

이게 제 직업이 그 쪽인 탓이기도 한데... 사실 이렇게 따지면 '전문직 영화' 라는 것들의 99%가 그렇다고 하니 영화가 좀 억울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거랑 관계 없이 생각해 봐도 너무 이상합니다. 감독 양반이 그냥 직장 생활을 안 해 본 사람인가 하는 쓸 데 없는 의심을 할 정도로 .

예를 들면 뭐 정규직 발탁, 최소한 계약직 유지에 거의 문자 그대로 목숨을 거는 캐릭터인 김하늘이 뭘 믿고 이사장 딸에게 초면부터 그렇게. ㅋㅋ

게다가 그 쪽에서 먼저 당황스러울 정도로 격렬한 호감을 품고, 그냥 다가오는 정도도 아니라 AT필드를 돌파하며 폭풍 질주를 해 오는데 그런 리액션을 보인다는 게 상식적으로 좀;


암튼 뭐.


처음엔 그래서 이리저리 꼬인 현실과 충돌하는 애매하게 젊은 여성의 불안한 심리를 그린 현실적인 영화인가... 하면서 보고 있는데 중반에 갑자기 장르가 점프를 하네요?

그렇게 두 번 정도 점프를 한 후에 다들 이야기하는 '충격적인 결말'로 마무리를 짓는데, 이게 시종일관 되게 덜컹거리는 느낌이 들어서 보는 내내 괴상한 기분이었습니다.

특히 막판 20분 정도는 정말 육성으로 낄낄거리면서(...) 봤네요. 아니 이거 뭐야! 왜 저러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러면서요.


근데 또 돌이켜 생각해 보면 부분 부분은 거의 다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김하늘의 피곤한 인생 묘사도 잘 와 닿았고. 또 김하늘이 제자에게 빠져드는 과정도 나름 말이 되게 잘 그렸고. 중간의 반전과 결말도 다 납득이 되고 설명이 가능하면서 또 괜찮았어요.


다만 아무리 그래도 영 쌩뚱맞은 몇몇 장면과 몇몇 인물의 심리 묘사가 거슬렸고.

또 장르 전환이 그렇게 자연스럽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어쨌거나 김하늘의 심정은 (초반은 빼고) 꽤 설득력있게 그려졌던 것 같고.

어쨌거나 지루하고 심심한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어차피 iptv 월정액 요금제로 본 영화라 이 정도면 됐습니다. 충분했어요(...)



2. 마사 마시 메이 마릴린


'윈드 리버'와 '어벤져스' 영화 몇 편을 최근에 몰아 보게 되면서 엘리자베스 올슨에 대한 호감이 생겨서 찾아 본 영홥니다.

근데 제가 워낙 사전 정보 전혀 없이 대뜸 그냥 봐서 그런지 역시 좀 괴상했네요. ㅋㅋ


집 나가서 사이비 종교 집단에서 몇 년을 생활하다 탈출한 '마사'라는 젊은 여성이 주인공입니다.

자세하게 묘사되진 않지만 종교 집단 생활 전에도 범상하고 상식적인 인물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집단 생활 경험 후로는 더욱 격하게 이상해졌구요.

이 양반이 이제 일생 동안 관계가 소원했던 언니(하필 또 신혼 생활 중인)의 집에 얹혀 살게 되면서 마사, 언니, 남편의 내, 외적 갈등이 버라이어티하게 벌어지는 가운데 지난 몇 년간의 종교 집단 생활들 모습이 교차되는 형식인데.


이게 처음엔 그냥 선댄스에서 종종 보게 되는 '불안한 영혼의 사회적 루저 인물이 뭔가 극적인 사건을 배경에 깔고 주변 인물들과 갈등하는 과정을 담담하고 사실적으로 그려낸...' 같은 영화인 줄 알고 보고 있었는데 역시 또 예상했던 거랑 장르가 미묘하게 다릅니다? ㅋㅋ 근데 방금 얘기했던 여교사처럼 노골적으로 바뀌는 건 아니고 장르 경계에서 줄타기를 하더라구요. 드라마인 듯 스릴러인 듯.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생각해보니 제가 이 영화를 좋게 본 것은 바로 '어떻게 끝이 날지 예측이 안 되는 이야기'라는 점이었습니다. 사실 그런 이야기 흔치 않잖아요. 특히 이 영화가 스릴러의 느낌을 강하게 품고 있다 보니 더욱 큰 장점이 되구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간의 내적 갈등을 각본으로든 연기로든 꽤 잘 풀어 놓아서 더 괜찮았던 것 같아요. 두 여자의 심정과 입장이 대략 이해가 되는 가운데 갈등을 피할 수가 없으니 상영 시간 내내 저 언니는 동생을 내칠까 안 내칠까. 내친다면 언제 내칠까. 주인공은 얼마나 더 큰 사고를 치려나 등등 근심 걱정으로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보게 되어서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스릴러였던. =ㅅ=;;


암튼 그래서 참 재밌게 봤습니다.

위의 여교사와는 다르게, 말 그대로 재밌었어요. ㅋㅋㅋ


엘리자베스 올슨은 제가 본 몇 편 안 되는 영화들에서 모두 '갑작스런 비극을 마주하고 방황하며 흔들리는 가녀린 영혼' 캐릭터를 하고 있는데 그게 참 잘 어울리는 배우인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선량해 보이게 예쁜 인상도, 목소리나 연기 톤도요.



3. 리얼 술래잡기


전 가끔씩 '정말 괴상한 영화를 보고 싶군?' 이라는 기분일 때 일본 영화를 봅니다. 괴상한 일본 영화들의 괴상함엔 괴상한 한국 영화나 괴상한 미국 영화의 괴상함을 넘어서는 뭔가가 있어요. 적어도 제겐 그렇습니다 .ㅋㅋ


이 영화 역시 예고편 조차 본 적 없이 거의 아무 것도 모르고 본 영화인데. 일단 무엇보다도 iptv 정액 요금제 포함 영화였고(...) 감독이 그래도 몇 편은 제가 봤던 소노 시온이었고. 덧붙여서 그냥 되게 이상하다는 평이 많길래 부담 없이 골랐죠 .


근데... 이게 참. ㅋㅋㅋㅋ


일단 스포일러가 되지 않을 맨 첫 부분의 줄거리만 얘기해 보자면 이렇습니다.


주인공은 여고생이고, 관광 버스를 타고 신나게 수학 여행을 가는 중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불어 온 정체 불명의 바람이 버스를 수평으로 잘라 버리고 자리에 앉아 있던 모든 사람의 상체가 날아가 버리는 가운데 주인공만 혼자 뭘 주우려고 허리를 굽혔다가 살아 남아요. 그리고 그 바람은 계속해서 주인공을 쫓아 오고 주인공은 죽어라고 뛰어 도망가다가 다른 학교 학생의 교복을 주워 입고 계속 뛰어 도망가다 정신을 차려 보니 무려 '사립여자고등학교'라는 이름의 학교에 도착했는데 난생 처음 보는 그 곳 학생들이 주인공을 원래부터 알던 친구 취급을 하며...


시작은 예전의 샤말란 영화들 느낌입니다. 난데 없이 들이닥친 불가항력의 해괴한 현상에 맞닥뜨린 주인공들이 살아 남기 위해... 뭐 그런 식인데 . 거기에 이제 일본 패치가 된 거죠. 화면 가득한 짧은 치마 교복 여고생들에 사지 절단 난도질에 감수성 폭발하는 대사들 .

그리고... 몽땅 스포일러라 설명이 어려운데. 암튼 나름 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어떤 영화가 떠오르는 국면 전환을 거쳐 놀랍도록 건전하고 교훈적(...)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네 그렇습니다. '교훈적'이요.

시작부터 영화가 끝나기 직전까지 몽땅 여자만 등장하는데 그 여자들이 모두 다 짧은 교복 치마를 입고 이유 없이 팬티를 슬쩍슬쩍 보여주거나, 아니면 속옷만 입고 영문 모를 광란의 춤을 추며 칼부림, 총부림을 하는 영화인데도 정말 놀랍도록 교훈적입니다. ㅋㅋㅋ

게다가 그 교훈이 뜬금 없거나 쌩뚱맞지도 않아요. 영화 내용과도 잘 맞고 아주 이치에 맞으며 시의 적절한 교훈이죠.


...라고 적어 놓으니 되게 훌륭하거나 매력적인 영화인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그렇지는 않습니다.


일단 소노 시온 영화가 거의 다 그렇듯 저예산이라, 굉장히 허접한 티가 납니다.

그리고 소노 시온 영화들 중 다수가 그렇듯이 영화의 완성도가 굉장히 불균질, 그러니까 덜컹 거려요. 어디는 싼티에도 불구하고 괜찮은데 어디는 그냥 싸구려이고. 어디는 그럴싸하고 재밌는데 어디는 팍팍 늘어지고. 또 어디는 그냥 군더더기인데 그게 쓸 데 없이 덩어리가 크고.

결정적으로 '아니 도대체 이게 말이 돼? 도대체 저런 걸 어떻게 이겨내지?' 라는 생각을 불러 일으키는 도입부의 사건들이 해결되는 방식이 굉장히 맥 빠집니다. 이치에는 맞는데 그래도 맥이 빠져요. (라고 적고 보니 정말 한창 욕 먹던 시절의 샤말란 영화 느낌이네요. ㅋㅋ)


내용을 팍팍 쳐내고 한 시간 이내의 티비 단막극 정도로 만들었음 좋았을 얘기였다... 라는 게 최종 감상이었습니다.


또한 저는 이 영화의 그 '이치에 맞는 교훈'에 대한 감독의 태도가 의심스러워서 더 좀 별로였습니다.

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히 설명은 못 하겠지만, 교훈 자체는 아주 적절하고 그럴싸한데 창작자인 소노 시온들의 전작들을 볼 때 그 교훈에 대한 감독의 진심을 못 믿겠더라구요. ㅋㅋ



...원래는 여기까지만 적으려고 했지만 그냥 하나만 짤막하게 더 추가하면.



4. 닥터 스트레인지


저는 마블 영화들의 '패밀리룩'에 살짝 물려 있는 사람입니다만, 그래도 그렇게 많은 영화들을 쏟아내면서도 결과물들의 질을 최소 평작 이상으로 유지해내는 퀄리티 컨트롤은 거의 신기에 가깝다고 감탄하고 있었는데요.


이 영화가 그 감탄에 찬물을 많이 끼얹었네요. ㅋㅋㅋㅋ


요즘 세상에 이렇게 대놓고 오리엔탈리즘을, 그것도 거의 전설의 레전드인 '레모'급으로 쏟아붇는 영화가 나오다니... 라는 것도 신기했고 또 화이트 워싱 또한 쉴드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노골적이지만 그거야 원작 만화의 한계라고 이해한다 치더라도.


그냥 영화가 참 재미가 없더라구요. =ㅅ=


도입부에서 보여지는 닥터 스트레인지의 몰락 과정은 나름 설득력 있고 괜찮았는데 '능력 수련' 장면부터 끝까지 그냥 진부함의 연속이었습니다.

세상에 틸다 스윈턴을 이렇게 재미 없고 매력 없게 써먹는 영화가 또 있었나... 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고.

영화가 컨셉으로 잡고 있는 공간 구부리기는 처음엔 그러려니 했는데 나중엔 저런 귀찮은 거 할 능력과 시간으로 분명 훨씬 강력하고 효과적인 걸 할 수 있을 텐데... 라는 생각만. ㅋㅋ

암튼 뭔가 콕 집어서 평할만한 부분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스토리가 영 별로였습니다. 한 영화 세 편 정도로 했어야 할 이야기를 어벤져스 개봉에 맞추느라 마구잡이로 축약해 놓은 것 같기도 했구요. 특히 쿠키 부분에서 보여지는 한 캐릭터의 반전은 뭐... orz


그나마 장점을 찾아 본다면 레이첼 맥아담스가 참으로 세상 귀엽게 나온다는 거. 하지만 비중이 없

그리고 마블 히어로 영화들 사상 최고로 참신한 방법으로 막판 보스를 상대한다는 거.


여기까지였습니다. ㅋ



그럼 이제 정말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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