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분단 이후 세번째 정상회담이지만 처음으로 미국과 북한이 정상회담에 이은 관계정상화가 예정되어 있고 

주변 강대국들이 평화체제를 상호보증하는 확연한 성과가 예상되어  이번 정상회담이야 말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으로 들어서는 진정한 관문이 될듯 싶어요.


거대담론은 제가 거론하는건 주제 넘는짓 같고 

제가 중국에 오래 거주하면서 느낀 점들

서로 다른 체제를 유지한채 하나의 국가를 추구하는 것이 그에 속한 개인에게 어떤식으로 다가오는지 짤막히 소개하면 

많은 분들의 이해에 도움이 될듯 합니다.


참고로 중국의 일국양제에 관련된 지역은 대만 한곳이 아니라 홍콩과 마카오까지 포함된 총 3곳입니다.


1. 여행

중국에서 홍콩, 마카오 그리고 대만으로의 여행은 외국 여행과 마찬가지입니다. 

대만에서 중국 본토로의 여행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국인은 다른 외국에 나갈때와 같은 장소에서 여권을 신청하고  비자를 함께 신청한다는게 조금 다르군요.

공항도 국내선이 아니라 국제선 청사에서 타고 내리게 됩니다.


아마 북한으로의 여행도 마찬가지가 될것인데, 문제는 비자를 어디에서 누가 발급하느냐가 변수

현재는 통일부와 국정원 등이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헌법을 고치기 전까지는 일반 국가처럼 남한에 북한 대사관이나 영사관을 설치하여 처리하는건 어려울테니

중국처럼 당국에서 북한행을 허가하는 증명을 발급하고 북한도착시 동남아 국가처럼 공항에서 바로 비자를 발급하는 

시스템이 되지 않을까 싶군요.  (사실은 남북관계가 경색되기전에 그런 시스템이 아주 제한적으로 운영되었음)


2. 법적 지위

북한에서 한국인의 법적지위에 관해서도 궁금한 분들이 많을거 같군요.


중국의 경우 일단 외형적으로 중국에서 대만,홍콩,마카오인들은 외국인과 똑같은 지위로 보입니다.

전세계 어느 나라던 외국인은 여행이나 거주 그리고 경제활동을 위해 해당국에서 요구하는 

각기 그에 맞는 비자를 받아야 하고 정해진 기한이 지나면 갱신을 해야 합니다.


다만, 중국에서 대만,홍콩,마카오인들은 좀 더 체류기간을 많이 주고 덜 엄격한 편인데

이건 세나라와의 경제교류활성화 정책에 근거를 갖고 진행을 하더군요.


취업비자의 경우 다른 외국인이라면 처음 비자를 받을때는 유효기간을 1년만 주지만 다음해에는 2년을 주고 또 다시 몇년간 별 문제 없으면

5년 정도의 기간을 주기도 합니다.  

한편, 일정 규모의 고용이나 수출등의 실적이 좋은 기업의 CEO 에게는 사실상 영주권과 같은 체류허가를 보장합니다.

그런데 대홍마 3국에 대해서는 투자와 경제교류 활성화 정책에 따라 처음부터 더 많은 체류기간을 주는데 외국생활을 해본 분들이라면 이게 얼마나 커다란특혜? 인지 아실거 같군요.


북한에서도 남한사람에 대한 사업, 취업,거주, 체류 등에 관련된 특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만 그건 남북 경협에 관련되어 있을것입니다.



3. 경제활동

그리고 중국에는 외국인들에게 제한되는 업종들이 있습니다. 주로 중국이 전략적으로 보호하는 자국 산업 분야들인데

외국 자본의 독자투자를 허용하지 않고 중국업체와 동등한 지위로 합작을 해야만 허가를 해주는 것이죠. 

중국 개방개혁 초반, 특정 분야는 합작도 불가한 아예 개방을 안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지금은 대부분 합작을 조건으로 개방을 해줍니다.

그런데 홍.대.마 3국에 대해서는 내국업체와 똑같은 지위를 보장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이런 특수 지위를 보장받느냐 아니냐가 앞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남북 당사자간의 협상결과에 따릅니다.

중국이야 지들 맘대로 했지만 남북한은 주변 강대국들이 엄청나게 훼방을 놓을게 분명한 분야입니다.

또한 북한 당국이 얼마나 남한의 투자를 선호하고 교류에 적극적일지에도 달렸는데,  그 동안 남한이 북한에 ‘퍼준다’라고 욕을 먹었던게

이 부분에 점수를 따는 밑천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봐요.


여하간 홍.대.마 3국 출신 사람들은 다른 외국인에 비해 보다 많은 분야에 대해 직접, 독자적 투자가 가능한데

쉽게 말해, 15년전 기준으로 상해에 있는 일본식당이 100개라면 그중 일본인이 직접 개업한 식당은 5개, 대만인이나 홍콩인들이 개업한 가게는 90개

중국인이 개업한 일본식당은 5개 였다고 하면 이해가 쉬우실거에요.


아마 북한의 경우 초반에는 한국 국적 일반 개인의 자영업 투자는 자신들이 아직 경쟁력이 떨어지지만 글로벌한 비니지스 인프라를 위한

서비스업 투자에 대해서는 적극 개방, 취업에 대해서는 고급 관리자, 기술자로 국한하는 제한적 개방을 하겠군요.


산업분야별로 보자면, 고용을 촉진할 수 있는 제조업에 가장 적극적 개방이 있을거 같은데

건설은 아무래도 개방을 안하거나 특수 플랜트 분야나 업무용 빌딩, 아파트, 쇼핑몰 등에 한국기업이 직접 투자를 하는 조건으로 한국 건설업체에

부분적인 시장 진입을 허용할 가능성이 크겠군요.



4. 민간교류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초반 15년간은 외국인이 거주하는 지역을 제한했습니다.

여행은 자유롭게 할 수 있으나 여행지에 외국인들은 꼭 4성급 이상 호텔에만 숙박을 해야 한다든지

장기거주시에는 특정 아파트 단지 안에서만 거주 허가를 한다든지 

아마 북한도 비슷할듯 하군요.


그래서 그 기간 동안 중국 본토인과 홍대마 3국인들은 같은 말은 사용하지만 생활과 문화권이 공간적으로 구분되고 

특히 홍.대마 사람들이 중국 본토인들에 대해 (중국 본토에 살면서도) 한국사람들이 조선족을 멸시하고 혐오하는 것과 비슷한 기류가 매우 강했어요.

지금도 서로 감정이 좋은 편이 아닌데, 그냥 돈벌이 이해가 맞아서 같이 어울리는 것일 뿐....


아마 남북한도 개방 초기에는 그런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을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초반에 북한에 진출하게 되는 남쪽 사람들의 경우 '투자'를 위해 방문하고 거주하는 경우가 많을텐데

참 걱정이네요.


문화적 교류는 지리적으로 충분히 일일생활권이 가능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다른 분야에 비해 수월하게 인적 교류, 컨텐츠 교류가

다양하게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아마 상당 기간동안 북한 당국의 통제 때문에 제한적인 진출만 허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대중문화에 대한 통제가 심할 것인데 그에 반해 '국악'등의 전통문화 교류와 순수? 고전음악, 회화 및 조각 등의 예술분야 교류가

상대적으로 활발히 진행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중국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종교는 남쪽의 극성 맞은 개신교쪽에서 열을 올릴 가능성이 높은 반면 북쪽에서 가장 강력하게 통제하여 막을 분야 중 가장 우선 순위가 될

가능성이 높고 그만큼 남북관계 발전에 '민폐'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전망 되는군요;


스포츠의 경우 지난번에 언급한 것처럼 여자 아이스하키처럼 남북 통합리그 같은 것을 운영한다든지 정기교류전을 진행한다던지

역시 매우 활발한 교류가 기대됩니다.


인터넷의 경우 중국처럼 자체적인 국가 방화벽을 구축해서 특정 사이트에 대한 접속을 완전히 차단하게 될 것이고

망 접근도 초반에는 매우 제한적으로 제공될 것 같군요. 



5. 끝으로

중국이 1970년대말 개혁개방을 시작한지 40년이 넘었습니다.  

1990년경 당시 노태우정권에서 한중수교 이후 얼마 안되어 안기부 관할하에 대학생 중국여행단을 모집하고 단체여행을 지원하고 운영한적 있었습니다.

그리고 곧 개인의 자유로운 중국 여행도 허가되었고 1995년 전후 중국으로 베낭여행을 다녀온 친구의 이야기, 유학을 간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어요.

제가 처음 중국을 방문했던 것이 20여년전인 1997년이었는데 당시만 해도 외국인의 거주지역 자유화가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때였어요. 하지만 그 당시에도 불편함은 있었어도 여행을 하는 동안 외국인이어서 더 힘들다거나 위험하다는 기억은 전혀 없었습니다.


북한은 아마도 중국식 개혁개방 방식을 모델로 삼을듯 한데, 중국의 개혁개방 40년을 충분히 옆에서 지켜보고 연구해왔을테니 조금더 (중복투자나 환경문제 그리고 부패문제 같은)시행착오를 줄이며 빠르고 효율적으로 개혁개방을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중국이 초기 투자유치에서 화교자본을 끌어 들이기 위해 홍마대 3국과의 특수한 경협정책을 폈던 것과 마찬가지로

남한자본에 대한 적극적인 유치를 고민하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들 입장에서 보아도 언어장벽과 지리적 장벽이 거의 없는 남측 자본이 훨씬 구미가 당길 것입니다.


그런데, 상당수의 한국 기업들이 중국과 동남아에서 행했던 쓰레기 같은 짓들이 떠 올라서 걱정이 됩니다.


그래서 상당한 기간 동안 남북한간 민간 차원에서 현재 남한의 영호남 지역감정 버금가는 갈등이 생기고 그에 따른 여러가지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여요.  

다만, 독일이 1980년대 말 통일된 이후 30여년 가까운 시간과 엄청난 비용과 노력이 있었지만 아직도 민간 차원에서의 지역 갈등이 존재 한다고 하는데 

전 독일보다는 조금 사정이 나을거 같다는 낙관론을 갖고 있습니다. 통독은 어느날 벼락처럼 장벽이 무너지며 벌어지면서 발생된 문제가 많았다면

남북은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동안 각기의 국가정부의 시스템이 독립적으로 유지되면서 필요한 통제와 조정을 해가는 것을 통해 발생될 문제들을 상당히 희석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독일통일 30년, 중국의 개혁개방 40년 그 적지 않은 시간을 되돌아 보면 그리고 의외로 꽤 탄탄한 북한 체제를 감안하면 

평화체제는 신속하게 구축되는 반면 실질적인 통합과정은 앞으로 상당한 시간동안 천천히 진행될 것이고 연방제 정도급의 체제통합은 제가 살아 있는

동안에도 불가능할거 같아요. 



그런데, 어찌보면 남한 입장에서 가장 강력하고 일반인들 모두에게 피부에 와닿는 변화는 위에 언급한 것들과 전혀 다른 곳에서

벌어질듯 보입니다.


그건 바로 '분단체제의 해체'입니다.  즉,  남한에서 반북이데올로기에 기생하는 정치세력의 완전한 종말입니다.

그리고 이런 이데올리기에 근거했던 기형적인 보수세력이 서구와 비슷한 진짜 '극우'로 재편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게 무엇을 의미하게 될지 예측하기는 어렵군요.   과연 지금보다 나은 세상일지도 잘 모르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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