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화 자주 보네요ㅎ

원제는 덴 오브 씨프 라고 나오던데 굳이 바꿔야 했을까 의문이 있지만, 영 못써먹을 변경은 아닌것 같습니다. 영화 속 강도 집단의 성격을 생각하면 스쿼드가 제법 어울리는 표현입니다. 저는 빌뇌브 감독의 어라이벌을 컨택트로 변경한 것도 그러려니 넘어가는 축이라. 그래도 신경 쓰이는 분은 계실것 같네요.

되게 오랜만에 제라드 버틀러가 맞는 옷을 입었습니다.
아닌가. 그냥 때깔 좋은 옷이 맞겠네요. 막상 생각해보니 영 안어울리는 배역을 맡은 적은 기억이 안납니다. 그냥 영화가 별로였던 거지. 제 한계는 갓 오브 이집트 까지였습니다. 지오 뭐시긴가 하는 영화는 무슨 미국 디워 인줄 알았어요. 목소리 좋고 알통 좋은 배우라, 이번 작품처럼 잘 쓰이면 제 몫을 합니다.

예고편 보면 총질 액션이 많을것 같은데, 생각보다 양은 한참 적어요. 대신 밀도는 높습니다. 저처럼 택티컬한 총격 액션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즐길만합니다. 그리고 이 빈도 적고 간격이 넓은 액션의 사이는 두 수컷의 대립을 그리는 것으로 채워집니다.
저는 이 부분이 논리적으로 느껴지진 않았어요. 집요한 수사, 기발한 트릭, 이런 건 크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통상의 범죄 스릴러에서 기대하는 영화의 설명 의지도 희미하게 느껴집니다. 적당히 붓을 뭉게고 그림을 그려요. 논리적으로 따지고 들면 개연성이 비는 부분이 있습니다. 경찰이 경찰답게 수사하지 않는 순간이 있고, 도둑이 도둑답게 숨으려 하지 않는 때가 보입니다.
대신 그 러프한 그림체로 수컷 짐승들의 영역다툼하는 모양새를 그려냅니다. 초반부에는 언뜻 러셀 크로우와 덴젤 워싱턴 나왔던 아메리칸 갱스터를 기대하게 되는데, 실상은 동물의 왕국 맹수의 경쟁에 가깝습니다.

경찰 호랑이는 도둑 호랑이가 마음에 안듭니다. 이 야심찬 놈이 자꾸 자기가 군림하는 영역에 냄새를 묻히고 다닙니다. 이 놈의 똥과 발자국을 쫓다가, 얼쩡거리던 치타의 목을 물어 배를 보이게 하고, 도둑 호랑이가 아끼는 등긁개 나무에 제 오줌을 갈깁니다. 도둑 호랑이는 멀찌기서 제 할 일 하면서 지켜볼 뿐이지만, 사실은 가장 높은 자리의 바위를 노리고 있습니다.
이들의 대립은 양 극단에 선 직업적 프로간의 싸움이 아닙니다. 땀냄새와 피냄새, 술냄새와 화약냄새를 숨기지 않는 두 수컷간의 싸움입니다. 앞발톱과 이빨로 서로의 줄무늬 위에 상처를 덧그리는 싸움은 이긴 쪽이 웅크리고 상처를 핥는 모습으로 끝이 납니다.

이 거친 냄새와 스타일이 좋은 분이라면 이 영화는 좋은 선택입니다. 양 주연의 캐스팅도 좋구요. 말씀드렸듯 액션의 질도 훌륭합니다. 귀청터지는 총성과 잘 훈련된 배우들의 움직임이 눈과 귀로 바로바로 전달됩니다.

그러나 액션의 양은 아쉽습니다. 그 사이를 채우는 장면들도 스타일은 있으나 개연성이 가볍구요. 전개될 상황을 이치에 맞게 예측하고 혹은 색다른 전개에 감탄하는 재미는 떨어져요. 붓터치에만 감탄하기에는 화폭이 큽니다. 전반적인 구도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반전은 그대로 들어내서 버리는 편이 낫습니다. 그 편이 저한테는 더 재밌게 기억될 것 같아요.



ps. 도둑 두목 연기한 배우를 어디서 봤나 한참을 생각했는데 더 와이어에 나오던 똘똘이 폴란드인이더군요. 거기서 그리스인한테 참 안스럽게 당하더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83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8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741
123207 원죄 개념 [1] catgotmy 2023.05.15 187
123206 이번 주에 읽을까 하는 책. [4] thoma 2023.05.15 302
123205 피식대학에게 토크쇼의 미래를 묻다 [11] Sonny 2023.05.15 817
123204 '중이층' 이란 무엇입니까 [8] 2023.05.15 642
123203 [웨이브바낭] 슝슝 하늘을 나는 어린이의 친구 로보-캅! '로보캅3' 잡담입니다 [17] 로이배티 2023.05.14 366
123202 이번 이강인 역제의 오역 해프닝 보다 든 생각 [5] daviddain 2023.05.14 290
123201 Dreams that money can buy를 5분 보고 daviddain 2023.05.14 147
123200 넷플릭스 ‘택배기사’ : 유치함이라는 허들 (스포) [3] skelington 2023.05.14 661
123199 '천사는 침묵했다' 읽고 잡담. [7] thoma 2023.05.14 274
123198 프레임드 #429 [4] Lunagazer 2023.05.14 103
123197 [웨이브바낭] '로보캅2'를 봤어요 [16] 로이배티 2023.05.14 381
123196 연극 오셀로를 보고 Sonny 2023.05.14 187
123195 페미니스트 남자에 대해 [11] catgotmy 2023.05.14 704
123194 귀찮아서 이런 생각이 [2] 가끔영화 2023.05.14 146
123193 남한테 기억 되기 [1] 가끔영화 2023.05.14 142
123192 모르고 지나쳤던 명작, 이번엔 애니 [6] LadyBird 2023.05.14 511
123191 [넷플릭스] 택배기사, 2회까지 본 소감은.... [6] S.S.S. 2023.05.13 629
123190 러브 미 이프 유 데어 (2003) catgotmy 2023.05.13 180
123189 프레임드 #428 [4] Lunagazer 2023.05.13 98
123188 나겔스만이 토트넘 감독 후보에서 아웃/감독 찾기 47일 [3] daviddain 2023.05.13 15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