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갈> 본 후기(스포 있음)

2018.05.15 23:00

miniJ 조회 수:962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신나게 볼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남자주인공인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첫 에피 이후에,
우리나라 씨름판 같은 곳에서 치러지는 레슬링 경기를 위해 수련하는 남자선수들을 슬로우로 쭉 보여주며 흘러나오는 당갈당갈~당갈당갈~노래가 영화 끝나고 나서도 계속 생각날 만큼 인상적이더군요.
인도영화 특유의 스토리와 노래의 조화로 신명나는 가운데 스포츠 경기 특유의 역동성을 잘 잡아내서 2시간 40분이라는 상영시간이 휘리릭 지나갑니다.
물론 결국은 아버지가 옳았고, 아버지는 선하고, 그리하여 자식을 위하는 부정이 이야기의 큰 줄기이기는 합니다.
가부장제의 폐해를 어렴풋이 건드리긴 하겠다만 그 제도의 우두머리 아버지란 존재는 노터치한다는 느낌이랄까요.
(비슷한 예로 한국드라마 중 막장드라마도 결국 집안의 가장 큰 어른(나이 많은 할아버지. 아버지 등)은 그나마 정상인처럼 그려지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리고 딸들이 여자레슬링 선수가 되는 과정도 그들의 자각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아버지의 못다한 꿈 실현을 위한 강요. 하드트레이닝 덕분이죠.
물론 여기에도 내 딸들은 남자를 선택해서 시집갈만큼 능력있는 여성이 되리라는 아버지의 큰뜻이 숨어있고, 이건 영화 후반에는 아버지의 입을 빌어 너희의 승리는 인도 여성들의 승리로까지 나아가긴 합니다;;
그치만 이 모든 페미니즘적 공로를 아버지에게 줄 순 없으니 결국은 딸 스스로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아버지를 가둬두는 에피를 넣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들긴 하지만, 마지막 딸의 그 명승부가 주는 감동은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실제인물인 기타가 88년생, 바비타가 89년생인걸 보면 비교적 최근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음에도 영화의 시대배경이 이전 시대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가부장제 최상층인 아버지의 딸들 신녀성 만들기 프로젝트가 뭔가 부조화스런 느낌이 들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화 후반부에 기타의 독립선언 움직임이있긴 했지만 너무 싱겁게 끝났죠. 결국 니네가 생각한 길은 잘못된 길이었어 같은 기성세대의 타이름이 들리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럼에도 아역 기타. 바비타/ 성인 기타. 바비타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매력적이고 레슬링 경기를 치르는 신체 움직임도 인상적입니다.
이러저러한 의구심과 불만을 토로했지만 영화관을 나서면서 당갈당갈~흥겹게 고개를 흔들며 나올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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