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14 13:41
(스포는 최대한 피해서..)
전혀 정보가 없었고, 어쩌다 검색하다 발견해서 어제 밤 12시 타임에 보고 왔어요. 시간표가 그것 뿐이더라고요.
그래도 관객이 꽤 있었고, 다들 이런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들이신지 모두 엔딩크래딧까지 다 보고 나오시더군요.
사전 정보는 '엄청 무섭다는 소문이 자자하다.','미국판 곡성.........','심리적인 영역을 건드리는것 같은데 불명확하고 별로 안무섭다'
초중반의 영화와 후반의 진행이 좀 양상이 확 바뀌는 스타일인데, 이게 도대체 뭘까? 무슨 얘기일까? 하는 긴장감이 지속되는 영화에요.
애초 영화의 제목과 포스터 여자아이의 생김새가 의문을 증폭시키죠.
초중반까지 이 영화가 공을 들여서 구축하는건 불안감이에요. 뭔지 알수 없지만 불안한 전개들, 뭔가 불유쾌한 비밀이 있을것 같은 가족 구성원들, 고조시키는 음악들, 명확하진 않지만 위태로움을 강조하는 근사한 연출들...
하루종일 초콜렛을 입에 달고 살고, 틱장애처럼 소리를 내고, 조금 일그러진 저 여자아이의 모습 자체가 큰 불안한 동력이기도 하고요.
할머니의 장례식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할머니를 전면에 등장시키지 않고,그저 할머니에 관한 사람들의 말들로 존재를 유추하게 만드는데, 말년에 해리성 인격장애와 치매를 앓다가 죽은 이 노인이 가족들에게 뭔가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리라 유추하게 만듭니다.
이 가족들은 할머니가 죽은 후에도 자꾸 헛것처럼 집을 맴도는 할머니의 유령을 보곤 합니다.
정상적이고 이해 가능했던 이 가족들은 몇가지 과정들을 거치면서 정서적으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해요. 꽤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다뤄지고 있어서 '이건 심리극이구나!'싶은 생각이 들게 하죠. 가족의 굴레와 정신병에 대한 이야기들이 진행되거든요.
다만 계속 뭔가 초현실적인 상황들이 발생하는데, 유전이라는 영화의 제목, 가족의 관계와 불안정함을 강조하는 흐름떄문에 세습되는 특별한 초능력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 유츄를 하게되요.
그러다.
큰 사건이 발생하면서 영화의 성격이 갑자기 완전히 뒤바뀝니다.
조심스럽고 모호했던 가족 심리극이 장르물로 순간 훅하고 들어가는 전환.이야기가 뭔가 전형적인 영역으로 들어서죠.
영화를 보고 후기들을 봤는데, 지루하고 뭐가뭔지 알수없다는 평을 제끼면 남는게, 이 영화의 장르물적인 성격의 호불호인것 같아요.
처음 흐름상에선 예상하기 어려운 장르였는데 영화를 체험할땐 좀 대비가 너무 심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집에서 영화 내용을 곱씹어보니 나름 재미있게 어울렸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 영화와 이 장르에 지대한 영향력을 뻗고 있는 아주 유명한 공포영화 하나가 있는데...그 영화 자체가 강력한 스포일러라서...어쨌든 그 영화를 생각해보면 이런 흐름의 아이디어가 딱히 이질적인게 아니다.라는 생각도 듭니다.오히려 수십년이 지났으니 전형적이랄수도 있겠죠.
저는 그쪽 영화들을 좋아해서 이 영화가 잔상에 많이 남았어요.지금도요.
모호하다는 평때문에 조금 망설였던게 있었는데, 양식적이다라 생각들만큼 명확한 이야기였고....너무 고상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후반에 가면 지나치다 싶을정도로 장르물 뿜뿜...
다만 조금 급작스러운 변화들이 껄끄러웠는데,원래 영화는 3시간정도로 가족들의 심리변화에 더 집중했다고 하니 감독이 의도한 원래 영화는 더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2018.06.14 14:06
2018.06.14 14:09
저도 여자가 정신줄 놓는 지점부터 좀 그 정서를 따라가기 힘들었는데, 영화 전체적으로 보자면...나름 험악한 상황에서 이성적이고자 발버둥쳤던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2018.06.14 14:26
2018.06.14 14:33
네.아버지의 존재감이 좀 덜한데, 제가 느낀건 그래도 정서불안으로 가득찬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서 그래도 나름 중심을 잡는 인물이라 좀 숨통이 트인다는 생각도 들었어요.특히 엄마가 아이의 사고장면을 다리오마로 만들고, 남자애를 데리고 접신을 하는 과정 등에서 남자애를 다독여주는 유일한 인물이어서...
다만 너무 아무 하는것 없이 떠나가긴 하더라고요;
2018.06.14 14:53
2018.06.14 14:57
네.그 영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하고 호불호가 심하게 갈렸던것 같아요. 전 그 장르를 좋아하는데도 좀 당황스러운 기분은 들더라고요.
이 영화의 진정한 맥거핀은 저 여자애죠......
2018.06.14 15:04
2018.06.14 15:12
2018.06.14 15:49
2018.06.14 18:04
1.
저도 사전에 정보가 없는 상태로 관람 해서 오컬트 부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 그저 사이코드라마겠거니 했는데 후반부에 갑자기! 그 전환을 갑작스럽다고 느껴서 마음속의 별점을 반개 지웠어요. 그런데 영화 관람 후 함께 봤던 친구들이랑 대화하면서 하나씩 맞춰보니 떡밥이 많았고 심지어 (저희가 발견한 부분에 한해서) 다 회수했더라고요! 다시 반개를 올렸습니다.. ㅎㅎ
2.
아버지가 혼자 균형을 잡거나, 혼자 정상이거나, 혼자 비중이 없거나 한것은 역시 유전의 강력한 증거가 아닌지요?ㅋㅋ
2018.06.14 18:36
영화보고와서 자꾸 생각나서 우울해져요.
2018.06.14 18:40
2018.06.14 22:57
2018.06.16 03:19
근래 최고의 공포영화였습니다. 저는 로즈마리의 아기 세대가 아니어서 그영화는 모르겠지만 오멘과 엑소시스트 생각이 났고, 그 영화보다 이게 더 무서웠으니 감히 제 인생 최고 무서운 공포였다고 말하고 싶네요. 방금 보고 왔는데 잔상이 너무 많아서 혼자 자는것이 무서울정도ㅠㅠ 플롯이 너무 촘촘해서 어디 출구가 없는느낌이었다고 해야할까요. 시간을 잘못계산해서 한시간 남짓인줄알았는데 두시간 넘도록 정말 오도가도 못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족이야기(가 맥거핀인듯)와 정신병을 소재로 다루어서 굉장히 무겁고 우울하기까지 했습니다. 저는 그 클라이막스를 위한 장치였던(이걸 맥거핀이라고 부르는것 맞죠?) 가족이야기때문에 눈물까지 흘렸던... 가족 이야기도 전혀 가볍지 않고 그럴싸했고요. 허투루 만든게 하나도 없고 장면장면 제목까지 모두 유기적이었습니다. 자극적인것이 많았던 곡성보다(아직도 왜 부모의 섹스신이 들어가야했는지 알수없는) 이 영화가 훨씬 무겁고 공포였습니다. 마지막 장면 허무하다 하지만 저는 좋았어요.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를 연상시키는 뒤틀린 장조 음악도 좋았고요. 배우는 말할것도 없이 훌륭했습니다. 아역배우 둘다 너무 훌륭해서..딸역은 얼굴이 다했고, 아들은 처음엔 감흥없었으나 뒤로 치달을때 진가를 발휘하더라구요. 가족이지만 하나도 닮은 구석이 없는 배우들을 쓴것도 좋았습니다. 왜냐하면 가면 갈수록 다 연이 끊어지는 것이 생생하게 그려진달까. 철저히 남이 되어버리는. 가족이라고 덜렁거리게 붙어있는 끄나풀까지 다 끊어버리는. 애니가 식사중 시원하게 다 쏟아내는 장면 좋았어요. 가족이 남보다 못할경우가 많잖아요. 이 영화에서 가족에 연연하지 않는 것도 좋은 포인트중에 하나네요. 아 잠을 못잘것 같아요 ㅠㅠㅠ
2018.06.16 05:03
(스포주의) 질문!!
마지막 의식때 피터는 살아있는건가요 아니면 죽은건가요? 떨어져서 쓰러져있는데 하얀 영같은게 들어가잖아요. 머리는 안잘렸는데 어떤 상태인건지 궁금하네요.
저는 보면서...계속 저런여자랑 그만살고 이혼해라....그생각만 계속했어요...